서울의 ‘세종로’ ‘퇴계로’ ‘을지로’ 등은 역사를 빛낸 위인들의 시호를 딴 도로명이다. 서울 강동구는 만화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 이름을 따 구청 뒷길 일대를 ‘하니희망길’, ‘하니사랑길’로 꾸며 명예 도로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유명인의 이름을 따 거리명을 짓는 일은 흔히 있다. 어려운 이름보다 유명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지역 홍보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인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의도도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최근 유명인의 이름을 딴 거리·숲·건물 등이 전국 곳곳에 조성되고 있다. 휴일에 유명인의 삶과 그 생활 흔적을 느껴볼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해 그들의 예술 세계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소지섭 길
국내 최초로 연예인의 이름을 딴 ‘소지섭 길’은 때묻지 않은 천혜 절경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관광지다. 두타연부터 파로호, 파서탕, 제4땅굴, 펀치볼 마을 등 51km에 걸친 강원도 양구군 DMZ에 조성됐다. 배우 소지섭이 DMZ 일대를 여행하면서 쓴 동명의 포토에세이집을 내놓은 게 계기가 됐다. 소지섭 길에는 두타연 소지섭 갤러리도 있는데, 소지섭의 활동사를 볼 수 있다. 그의 화보와 촬영 의상, 미공개 사진, 스페셜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총 5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 편안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송해 길
송해 길은 서울시 종로2가 육의전빌딩부터 낙원상가에 이르는 240m 구간이다. 50년 넘게 종로구 낙원동 일대를 제 2 고향처럼 여기며 활동했던 방송인 송해를 기리기 위해 이름 붙인 거리다. 그 명성답게 곳곳에 송해 캐리커처가 붙은 가게들이 있다. 기원이 많고 근처에 실버극장이 있어 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문화시설이 많다. 종로3가역 5번출구로 나오면 거리의 상징인 송해 동상과 팻말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지성로(路)
사진 : SBS <집사부일체>
동탄 지성로는 축구 스타 박지성 이름을 땄으며, 경기 수원시 망포동~화성시 반송동을 잇는 4.7㎞ 구간의 도로가 이에 해당된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UTD에 입단한 것을 기념하고, 스포츠를 통하여 대한민국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인 박지성 선수의 활약상을 전하고자 만든 길이다. 푸르른 녹지와 함께 야간경관을 위한 연출이 함께 이루어졌으며, 메타세콰이아 가로수 길에는 박지성 캐릭터 동상, 축구공 모형과 정자 등 다양한 조형물이 놓여 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
김광석 거리는 가수 故김광석이 태어나 어릴 때 산 곳으로 알려진 대구 대봉동 방천둑길 350m와 인근 방천시장 일대로 2010년 조성됐다. 총 길이 350m의 거리와 골목에 벽화 43점, 김광석 동상 2점, 골목방송 스튜디오, 야외공연장, 김광석의 홀로그램 영상을 볼 수 있는 스토리하우스 등이 설치됐다. 김광석을 기리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쇠락해가던 골목은 개성적인 카페·음식점 거리로 거듭났다. 서민적이고 정감 있는 김광석의 노래 분위기가 서민들이 많이 찾는 소란스러운 방천시장과 잘 어우러진다.
신해철 거리
신해철 거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가수 故신해철 작업실 주변으로 조성됐다. 성남시와 팬들이 힘을 합쳐 만든 거리다. 신해철 동상을 중심으로 160m 정도 이어진다. 그가 쓴 노랫말이 나무 푯말에 새겨져 있고, 가수 인순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그를 추모하는 글을 거리 바닥에 새겼다. ‘신해철 스튜디오’에는 그의 자취가 생생하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 꽂힌 서가, 그가 입었던 무대의상, 작곡할 때 썼던 피아노가 전시돼 있다. 신해철 거리와 가까운 율동공원은 호숫가 산책로가 운치 있다. 공원 내에 자리한 책 테마파크는 책을 읽으며 알찬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이중섭 문화거리
이중섭 거리는 故이중섭 화가를 기리기 위해 한국전쟁 당시 제주도로 피난 후 서귀포시에 거주했던 초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거리다. 거주지, 미술관이 돌담 거리로 이어져 있어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문화거리다. 또한, 그림을 활용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플리마켓이 열린다. 이 외에도 이중섭이 살았던 집과 이중섭 미술관도 볼 수 있다. 이중섭 미술관은 화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있고 제주 거주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김수현 작가 거리
김수현 작가 거리는 ‘제빵왕 김탁구’ 등의 촬영지로 주목을 받은 청주 수암골에 조성됐다. 김수현 작가는 청주 출신으로 30여 년간 ‘사랑이 뭐길래’,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등 100여 편의 작품을 쓴 국내 대표적인 드라마 작가다. 이 거리에는 드라마 벽화, 인기 배우 동상, 분수대 등을 설치했다. 또한, 김 작가의 작품 등을 소개하는 영상과 패널, 작가가 뽑은 드라마 명장면을 볼 수 있는 영상시설 등으로 꾸며진 김수현 아트홀도 있으니 김수현 작가의 팬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거리다.
나혜석 거리
사진 : 유튜브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나혜석 거리는 근대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인 나혜석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거리다. 여성으로서의 차별을 딛고 많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던 나혜석의 삶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다. 나혜석 거리에는 나혜석의 동상과 그가 썼던 글이 새겨진 비석들, 도로 내 춤을 추는 분수대 등이 있다. 거리 공연과 같은 다양한 볼거리도 가득하다. 또한, 거리 주변에는 맛집이 즐비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문화와 만남이 공존하는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남진 야시장
사진 : 유튜브
남진 야시장은 도로가 아닌 전통시장이지만 항구도시 목포 출신 가수 남진 이름을 따 개장했다. 전남 목포 자유시장에 T자 형태의 시장통로 일부를 활용해 매대를 설치하고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약 30개의 먹거리 매대에선 각종 튀김·구이·볶음 말고도 남도 항구도시 야시장답게 홍어삼합·전복에서부터 문어·낙지·주꾸미구이까지 다양한 해산물 먹거리들을 판매한다. 또한, 예술 프리마켓, 문화공연 등을 포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강민호 야구장
사진 : 유튜브
강민호 야구장 또한 도로는 아니지만 롯데 자이언츠 포스 강민호의 이름을 따 건립됐다. 2013년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75억 원의 ‘대박’을 터뜨린 강민호의 기부를 통해 만들어졌다. 강민호 야구장은 양산시 물금읍 황산공원 내 좌·우 펜스 95ｍ, 중앙 펜스 110ｍ 규모에 본부석과 더그아웃, 200석 규모의 관람석을 갖췄다. 강민호 야구장 부근에는 낙동강 줄기를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양산 황산공원 강변산책길도 있다. 캠핑, 파크골프, 자전거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공원이다.
글 :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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