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조르즈 치프라, 아르카디 볼로도스…. 이런 피아니스트들의 현란한 손가락 기교는 동서고금을 불문하며 수많은 청중을 매료시킨다. 이들은 열 개의 손가락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오른손과 왼손이 각기 다른 생물체인 양 능숙하게 구사하며 길고 어려운 곡을 거뜬히 연주해낸다. 이 정교한 연주기술은 ‘초절기교’라고 불리며 200여 년 전부터 전 세계인들에게 경탄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숨 멎는 피아노 기교를 뽐내며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피아니스트들이 있다. 지금부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월드 클래스 피아니스트 10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백건우
백건우는 겨우 10살의 나이에 국립교향악단과 함께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면서 음악신동으로 주목받았다. 15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줄리어드스쿨 음악대학원을 졸업해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후 1967년 나움버그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을 필두로 1969년 리벤트리 콩쿠르에서 결선에 진출했고, 같은 해 부조니 콩쿠르에서 입상하면 점차 국제적인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백건우는 한 작곡가를 집중적으로 해석하고 전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멘델스존에 이르는 다양한 앨범을 녹음했으며, 현재는 파리에 거주하지만 한국을 오가며 꾸준히 협연과 독주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조성진
사진 : 유튜브
6세에 피아노를 처음 시작한 조성진은 15세의 나이로 2009년 하마마쓰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11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 2015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하며 압도적인 재능과 타고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서울시향과 수차례 협연했고,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뮌헨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기도 했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프랑스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에서 수학하며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손열음
강원도 원주 출신인 손열음은 원주여중,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하노버국립음악대학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1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 준우승과 함께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연주상, 콩쿠르 위촉작품 최고연주상 등을 차지한 세계 최정상 피아니스트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3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제15회 평창대관령음악제와 2019 대관령겨울음악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윤아인
윤아인은 4세에 피아노에 입문해 12살부터 현존하는 최고 여성 피아니스트이자 ‘살아있는 피아노의 전설’이라 불리는 엘리소 비르살라제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교수에게 특별 지도를 받았다. 2015년에는 불가리아 판초 블라디게로프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등으로 입상했으며, 2016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불가리아 연주홀에서 초청연주한 바 있다. 이후 모스크바, 빼째르 등 수많은 러시아 대도시에서 연주를 가졌으며, 뉴욕, 그리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스위스, 불가리아 등에서도 연주했다. 현재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선우예권
사진 : 유튜브 <셀레브 - sellev.>
선우예권은 예원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예고를 수석 입학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전액 장학생으로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해 라흐마니노프 상을 받으며 졸업하고 줄리어드 대학원, 매네스 음대 전문연주자과정을 차례로 졸업했다. 주로 실내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중남미 투어 연주, 베이 체임버 콘서트 섬머 시리즈, 예루살렘 콰르텟과 피아노 오중주 등을 작업했다. 음반으로는 2014년 일본의 Fontec Label로 두 장의 음반을 발매했으며, 한국 음반으로는 KBS 주관 ‘한국의 클래식, 내일의 주역들’ 음반이 있다. 현재 전 세계를 무대삼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임동혁
사진 : 유튜브 <셀레브 - sellev.>
임동혁은 4살 터울 형 임동민과 함께 형제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모스크바 음악원을 졸업한 후, 롱 티보, 하마마츠 콩쿠르에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퀸 엘리자베스(3위/수상거부), 쇼팽 콩쿠르(3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1위없는 4위)에 입상하며 세계 3대 콩쿠르를 모두 석권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특히, 15회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형제의 공동 3위 수상으로 큰 주목을 받아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EMI와 워너 레이블을 통해 음반 다섯 장을 발매하기도 했다.
김선욱
3살에 피아노에 입문한 김선욱은 2006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및 아시아인 최초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후 단번에 세계적인 스타 피아니스트 반열에 올랐다.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를 졸업한 그는 위그모 어 홀, 도쿄 키오이 홀, 오사카 심포니 홀, 브뤼셀 클라라 페스티벌 등 권위 있는 무대에서 독주 활동을 펼쳐왔다. 런던 심포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에 꾸준히 초청받고 있으며, 실내악 무대 및 솔로 리사이틀을 통해서도 전 세계의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신지호
사진 : 신지호 SNS
팝피아니스트 신지호는 미국 3대 클래식 명문인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에서 ‘현대음악 작곡’을, 재즈와 대중음악 명문인 미국 버클리음악 대학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한 수재다. 2008년 버클리 음대 재학 당시 피아노와 작곡 두 부문에서 ‘B.E.S.T 상’을 수상한 그는 미국 테네시 주의 킹스 아카데미 고교 시절에도 교내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약, 동양인 아티스트로서는 이례적으로 ‘미국 대통령상’을 무려 2번이나 거머쥐었다. 이후 그는 직접 연주한 곡을 담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연주회를 통해 음악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루마
‘리버 플로우스 인 유’ ‘키스 더 레인’을 비롯해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이루마는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11살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유럽 음악 영재의 산실 ‘퍼셀 스쿨’을 졸업, 이후 한국인 최초로 런던대 킹스컬리지에 입학하여 현대음악의 거장 해리슨 버트 위슬에게 사사받았다. TV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 ‘봄의왈츠’의 음악과 애니메이션 ‘강아지똥’ O.S.T 등으로 피아니스트에서 작곡가로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백혜선
백혜선은 1989년 뉴욕 링컨센터의 엘리스 털리 홀에서 도전한 첫 콩쿠르에 우승하며 무대를 처음 밟았다. 1994년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없는 3위에 올랐으며, 이 무대를 시작으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리즈 콩쿠르 등 권위 있는 대회에서 잇달아 입상하며 일찍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백혜선은 차이콥스키 입상 소식을 전한 1994년 29세의 나이에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과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등을 지냈다. 현재 미국에 머물며 꾸준히 독주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글 :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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