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 소음 갈등은 개인, 혹은 이웃 간의 분쟁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 말다툼은 물론 폭행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높은 인구 밀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택의 질보다는 양을 선택한 부동산 정책과 건설사들의 부실공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이웃 간 작은 배려가 형성되지 않으면 층간 소음의 비극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도 층간 소음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윗집으로부터 고통받는 아랫집이 하소연을 많이 하지만, A씨의 사연은 일반적인 층간 소음 사연과 좀 다르다.
20대 A씨는 층간 소음을 유발하는 A씨의 어머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어머니는 모든 아래층이 제일 싫어한다는 뒤꿈치를 쿵쿵 찍고 다니는 걸음 습관을 늘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A씨도 자취하면서 층간 소음을 겪어본 사람이라 그 걸음을 볼 때마다 아랫집에 감정이입이 돼 어머니한테 걸음 습관을 고치든가 실내화를 착용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어머니는 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 집에 조카들이 놀러와 뛰어논 적이 있다는 A씨. 그는 그렇게 뛰어다니지 말라고 했으나 어린 조카들은 계속해서 뛰어다녔고, 결국 경비실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는 A씨. 조카들 말리기에 급급했던 애꿎은 A씨만 ‘죄송하다’며 ‘조심시키겠다’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조카를 말리기는커녕 ‘내 집에서 애들이 뛰겠다는데 자기들이 뭔데 참견하냐’며 조카들에게 ‘더 뛰어놀아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30분 뒤 아랫집에서 또 신고했다는 경비실의 연락을 받았으나 어머니와 조카들은 소음 내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용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몇 분 뒤 아랫집에서 망치로 천장을 치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쿵쿵대는 소리에 조카들이 놀라자 그제서야 어머니는 A씨 오빠와 함께 조카들을 데리고 외식하러 나갔다고 전했다.
그 뒤로 아랫집이 층간 소음 분쟁 해결을 돕는 ‘층간이웃사이센터’에 신청서를 접수했는지 A씨 집에 안내장이 도착했다고 한다. A씨가 우편함에 꽂힌 안내장을 가지고 들어가니 어머니는 일부러 안 들고 온 거라며 도로 우편함에 꽂아놓고는 절대 가지고 들어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거의 한 달가량 우편함에 꽂혀있던 안내장. 그 뒤로 어머니는 아랫집 보란 듯이 뒤꿈치로 더 찍으며 걸었다고 하소연했다. 아랫집은 화가 많이 났는지 소음이 날 때마다 우퍼를 틀고 망치로 천장 치면서 반격을 해왔고, 어머니는 그러면 더욱더 쿵쿵대며 걷고 일부러 의자를 끌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근 어머니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아랫집 주민과 마주쳤다는 A씨. 아랫집 주민은 최대한 예의를 차려 실내화 좀 신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죄송하다’, ‘앞으로 신고 다니겠다’라고 바로 사과했으나 어머니는 거기서 또 ‘왜 집에서 실내화를 신고 다녀야 하냐’라고 따져 분위기가 싸해지는 바람에 식은땀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이러다 진짜 큰 사단이 날 것 같아 부모님을 모셔놓고 아랫집과의 신경전도 스트레스고, 요즘 층간 소음으로 살인사건도 빈번히 일어나는데 무섭지 않느냐면서 정 아랫집이 싫으면 이사라도 가자고 진지하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값도 떨어졌고, 이사가 뭐 쉬운 일인 줄 아냐면서 두 분 다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 거라고 단박에 못 박아 버려 A 씨도 할 말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거의 전쟁터에 사는 것 같다는 A씨. 어머니한테 하지 말라고 부탁도 해보고 화도 내봤으나 잠시일 뿐, 아랫집이 설거지를 하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더 쿵쿵 찍고 괴롭히는 모습에 A씨도 미치겠다고 전했다. 이렇게 약 3년 동안 A씨 집에서 괴롭혀도 아랫집은 직접 찾아오는 일 없이 경비실에 중재를 부탁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요즘에는 참을 수 없는지 자는 시간 빼고 내내 우퍼를 틀어놔 A씨도 같이 고통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따로 나가 살고 싶어도 사정상 얼마간 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이 분쟁을 하루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A씨. 차라리 층간 소음 피해자면 가해자에게 화라도 내지, 가해자의 가족인 입장에서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구했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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