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m엔터테인먼트
그 옛날 H.O.T부터 S.E.S, 신화, Fly to the sky,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에 이르기까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아이돌그룹은 대부분 눈부신 성공을 거두어 왔다. ‘아이돌’이라는 단어를 한국 연예계에 자리 잡게 만든 것도, 가요계에 아이돌 그룹의 대부흥기를 가져왔던 것도 모두 sm엔터테인먼트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런 sm엔터테인먼트에게도 이른바 ‘흑역사’는 존재한다. H.O.T가 해체하고 동방신기가 데뷔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 신비, 밀크, 이삭N지연, 등 나오는 그룹들이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블랙비트 역시 sm의 암흑기에 데뷔하여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보이 그룹이었다.
sm의 최고 기대주
사진 : 네이버 뮤직
블랙비트는 이소민, 황상훈, 정지훈, 심재원, 장진영으로 구성된 5인조 그룹으로, 지난 2002년도에 정규 1집인
사진 : 유튜브
멤버들 전원은 모두 sm엔터테인먼트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연습생 시스템을 통해 장기간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신화, S.E.S, 보아, 이지훈 등 선배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와 방송 무대 등에도 자주 올랐다. 덕분에 ‘블랙비트’라는 그룹 이름도 sm 소속 가수들의 팬들 사이에선 이미 데뷔 수년 전부터 각인되어 있었다. 제법 큰 규모의 팬사이트도 운영되었을 정도였다. 모든 징조가 블랙비트의 성공을 예감하게 만들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
사진 : SBS
sm엔터테인먼트 내에서도 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데뷔 이전,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블랙비트를 ‘드림팀’이라 불렀을 정도다. 그런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2002년도 당시만 해도 흔치 않았던 더블 타이틀곡 체제를 들고 시장에 나왔다. 한 곡은 발라드 곡인 ‘In The Sky’였고, 한 곡은 강렬한 비트와 고난도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운 댄스곡 ‘날개’였다. 가창력과 퍼포먼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돋보이는 처사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블랙비트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회사와 멤버들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사진 : SBS
멤버였던 심재원은 훗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블랙비트는 지금 기준에서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팀이었다. 당시만 해도 블랙비트의 퍼포먼스를 따라주는 음악이 나오기 어려웠던 게 실패의 원인 아닐까”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어찌 되었건 블랙비트는 2002년 3월에 데뷔한 후, 그 해 12월까지 1집 앨범으로 쉼 없이 활동했다. 그 결과 Mnet의 시상식인 MAMA의 전신인 2002 MMF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2집 앨범은 끝내 발매되지 않았다.
동방신기의 대성공으로 뒤바뀐 운명
사진 : 동방신기 ‘Hug (포옹)’ MV
블랙비트 2집 앨범은 원래 2003년에서 2004년 사이 발매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3년도 연말, 후배 그룹인 동방신기가 데뷔 직후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고 2004년도 한 해에만 4장의 앨범을 발매하면서 회사의 모든 인력이 동방신기에게 집중되었다. 이에 블랙비트 2집 발매는 자연스럽게 2005년으로 밀리게 되었다. 실제로 2005년도 초 블랙비트의 팬클럽 2기가 모집되는 등, 2집 발매는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블랙비트 2집은 소문만 무성하게 남긴 채로 끝내 세상 빛을 보지 못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심재원이 직접 언급한 바에 의하면, 동방신기 2집의 타이틀곡이었던 ‘Rising Sun’은 원래 블랙비트의 타이틀곡으로서 녹음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3집 타이틀곡이었던 ‘O- 正.反.合’ 역시 원래는 블랙비트의 곡이었다. 블랙비트 2집이 나오지 못한 이유 역시 타이틀곡이 사라졌기 때문 아닌가 추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선후배그룹의 명운이 그렇게 엇갈려버린 것이었다.
근황
사진 : 네이버 뮤직
블랙비트 해체 이후 황상훈, 심재원, 장진영은 sm엔터테인먼트에 남았고, 이소민과 정지훈은 회사를 떠났다. 정지훈의 경우, 활동했던 비보잉팀으로 되돌아갔다가, 2011년도에 혼성그룹 ‘WE’의 멤버로 재데뷔했다. 2012년도에 2집 앨범도 발매했지만 현재는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리더였던 이소민은 지난 2010년, 장진영과 함께 ‘The Black’이라는 그룹으로 앨범을 발매했다. 이후 장진영은 탈퇴하고 다른 멤버를 영입하여 2016년까지 총 8장의 앨범을 냈다.
사진 :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2>
황상훈, 심재원, 장진영은 모두 sm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너 겸 무대 연출 등의 역할을 맡아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 중이다. 장진영은 The Black 결성 이전인 2007년, by진성이라는 보컬 그룹으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으며, 2013년도에는 SBS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황상훈과 심재원은 현재 퍼포먼스 디렉터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안무는 물론이고 콘서트 무대 연출까지 도맡는 등, sm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은 함께 5인조 일렉트로닉 크리에이티브 그룹인 ‘비트버거’를 결성하기도 했다. 기대 속에 데뷔하여 실패를 겪고, 해체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희망고문을 당하는 등,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잘 꾸려 나가고 있는 블랙비트 멤버들. 5인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글 : 이희주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