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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험지에서 나경원 꺾고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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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11월 3일, 충청남도 논산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이하 직함 생략)가 태어났다. 전북 완주의 소양서초등학교, 소양중학교, 성심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의 유년기는 불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적인 궁핍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생활보호대상자였던 그녀의 가족은 다섯 식구가 한 방에서 생활했다. 중학교 사환(잔심부름 등을 도맡아 하는 고용인)으로 일하던 4남매 중 장녀의 월급 8만 5천 원이 가정 수입의 전부였다. 11살 때 부친을 여의고, 모친은 양말 보따리 행상으로 일하다 빙판에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

 

 

법조인의 꿈을 꾸던 가난한 소녀가

 

고관절이 괴사하면서 고통을 겪던 그녀의 모친은 수술이 시급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녀의 수중에는 당장의 수술비가 없었다. 이에 그녀의 학교 교사들이 이 일을 지역 신문에 제보했으며, 전북일보에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인 성금으로 겨우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초등학교(국민학교) 재학 시절에는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학교 선생님들이 집으로 책을 가져다줬으며, 중학교 졸업 때는 중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겨우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그녀가 진학한 곳은 전북대학교 영어교육학과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법학도로서의 꿈이 있었다.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억울한 이들에게, 약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인물이 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꿈을 놓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학교를 계속 다니는 대신 상경해 재수를 시작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아르바이트와 재수 공부를 겸한 끝에, 마침내 그녀는 1991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합격했다. 이후 그녀는 4년 동안 법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했다.

 

 

법시험 합격, 그리고 판사가 되다

 

이수진이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은 1998년이었다. 사법연수원 31기를 2002년 수료했으며, 이후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그녀는 2020년까지 서울, 인천, 대전, 수원 등지에서 줄곧 판사로 근무하게 된다. 2015년부터는 대법원의 재판연구관으로도 근무한 바 있다. 그리고 판사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면서 점차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소신파 판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부터 말이다.

판사로 일하던 그녀가 처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조두순 사건’을 통해서였다. 사건 피해자를 검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출석 요구와 카메라 조작 미숙으로 사건을 반복해서 진술하게 하는 실수가 발생했다. 이에 피해자 부모는 검찰을 고소하게 된다. 이 사건의 판사가 이수진이었다. 그녀는 사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으며, 국가가 1,3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게 된다. 민간이 검찰을 상대로 승소한다는 것은 당시는 물론 지금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례적인 이 판결로 인해 이수진 판사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사법농단의 중심에 서서
개혁을 외친

 

2011년 9월 26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됐다. 이수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임 시절, 고위부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은 인물이었다.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는 계기가 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시작을 함께 했으며, 국제인권법연구회 내에서도 제왕적 대법원장의 폐해 및 법관 관료화 개혁을 위한 법관인사제도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현직 판사 신분으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의 강제징용 사건 재판지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으며,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인사 제도 개선 토론회를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기도 했다.

이수진이 사법부 내에서의 출세 가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인사 제도 개선 토론회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 이야기된다. 그녀는 방송에 출연해 직접 “(법원행정처가) 공개 토론회를 막아달라는 요구를 했는데, 막을 수 없다고 하니 전보 발령이 났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그녀는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발령이 났으며, 이를 두고 스스로는 부당한 징계성 인사 조치였노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 총선행보 직행

 

그녀의 당시의 이러한 행보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그녀가 말한 대로, 이수진이라는 인물을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로 볼 수 있느냐는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원행정처가 인사 불이익 대상 법관을 정리한 문서,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 목록’인 사법부 블랙리스트에는 이수진의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다. 법원 내부의 진상조사와 검찰 조사에서도 그녀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수진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본인의 마케팅에 활용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이수진은 전보 발령으로 인해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한 바 있는 엄연한 피해자라고 반박한 바 있다.

21대 총선의 시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주된 화두는 사법부와 검찰의 개혁이 됐다. 적극적으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던 이수진이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았으며, 그녀 스스로도 국회로의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보냈다. 이수진은 올해 1월 사표를 제출하면서 판사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을 폭로한 그녀를 13번째 영입인사로 발표했다. 이수진은 인재영입 발표의 자리에서 “반드시 사법개혁을 이루겠다”라며 자신의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여유로운 당선, 앞으로의 행보는

 

그녀의 더불어민주당 영입과 함께 매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직 판사 시절부터 총선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 때문에, 퇴직 법관도 아닌 현직 법관이 정치적 행보를 밝히면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논란 속에서 이수진은 지역구 후보로서 총선에 출마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도출된 대진표는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게 된다. 그녀처럼 여성판사 출신이면서, 보수 진영에서 이름값이 높은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출마와 함께 총선 전에 이뤄진 여론조사의 결과는 놀랍게도 이수진의 우세로 나타났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쭉 이수진은 나경원 의원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며, 선거 결과도 그녀의 낙승으로 귀결됐다. 올해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이수진은 미래통합당의 중진의원인 나경원 후보를 7.12%p라는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험지로 분류되던 지역구에서 여유로운 승리를 기록한 그녀는 이제 21대 국회에서, 스스로가 염원하던 사법개혁을 주도할 예정이다. “작년 같은 정치는 안 할 자신이 있다”라며 나경원 의원과는 다른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수진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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