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전에 발생한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다른 유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 유행하는 S, V 그룹 바이러스 외에도 유럽·미국형이라고 알려진 G그룹 바이러스도 국내에서 발견된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유형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더 위험한 것인지 알아봤다.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영국 캠브리지대학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 160명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완전한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뚜렷하게 다른 세 가지 유형으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캠브리지대학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크게 S, V, G 등 3가지 그룹으로 분류된다. 보통 S그룹은 A형, V그룹은 B형, G그룹은 C형으로 통칭된다.
S그룹(A형)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견된 초기 바이러스를 의미한다. 중국 우한 환자에게서 나타난 바이러스가 박쥐와 천산갑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하다. 국내 S그룹에는 초기 중국인 확진자와 교민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첫 확진자는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이었고, 이후의 코로나19 환자들도 대부분 교민이나 우한에 다녀온 이력이 있는 환자라 초기에는 S그룹이 주로 발견됐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함에 따라 S그룹에서 조금씩 변이가 나타나면서 생겨난 유형이 바로 V그룹(B형)이다. 중국에서 동아시아로 확산되면서 아시아 지역은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환자들에게서도 나타났다. 국내 확진자 중 대표적으로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환자 및 청도 대남병원 환자가 V그룹에 속한다.
유럽·미국 유행하는 G그룹,
이태원 클럽 확진자에게서 발견
V그룹(B형)에서 유래된 G그룹(C형)은 싱가포르를 거쳐 유럽으로 확산된 유형으로, 유럽이나 미국 지역 환자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5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내 코로나19 환자 유전자 염기서열 151건을 분석한 결과,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원이 기존 국내 확진자에게서가 아닌 해외발 확진자로부터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에서 채취한 바이러스가 G 그룹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앞서 경북 예천군 집단 감염에서도 G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 유형이 발견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 본부장은 “이태원 클럽 관련 14명의 초기 환자에게서 검출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은 G그룹에 속하며 이들 14명의 염기서열은 모두 일치해 공통된 감염원으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확히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전염됐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어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입된 바이러스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용한 전파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럽과 미국에서 지역사회 유행이 커지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검역을 강화해왔지만, 3월 입국자를 통한 유입은 어느 정도 발생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그룹, 위험하진 않을까?
일각에서는 유럽과 미국에서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G그룹 바이러스 유형의 전염성과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근거를 들면서 ‘바이러스가 변형을 거치며 전염성이 높아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내비쳤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이러한 의견에 선을 그었다. 한명국 중앙방역대책본부 검사분석팀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그룹 간 전파력이나 병원성에 차이가 있다고 실험을 통해 입증한 결과가 학계에서 보고되어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바이러스 변이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백신 효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큰 유전적인 변형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러스가 세포에 결합하는 부분처럼 결정적인 부분에 변이가 생긴다든지, 그런 큰 규모의 변형이 있지 않았다”며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문제점이 생길 위험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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