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쿠튀르(Haute couture)란, ‘고급 재봉’을 뜻한다. 그러나 단순히 고급 재봉이라 단정 짓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오트 쿠튀르는 1853년, 영국 디자이너가 파리에 개인 의상실을 열기 시작한 것이 첫 시작되었고 그는 황후의 옷을 만들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오늘날, 오트쿠튀르는 아무나 만들 수 없다. 파리의상조합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공식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오트쿠튀르는 단순히 ‘옷’에 그치지 않는다. 오트쿠튀르는 인간의 상상을 현실로 실현한 결과물이자, 예술적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경쟁이라도 하는 듯 각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은 매년 독창적이거나 혹은 깜짝 놀랄만한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그들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인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오트쿠튀르 드레스를 소개한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사진 : 보그 코리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1980년 대, 처음 패션계에 데뷔하며 해체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의 의상을 선보였다. 그는 기존의 존재하던 의복의 방식을 깨트리고 시침선이 드러나게 재봉을 하고, 원단을 일부러 남겨 놓는 등 개성 있고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였다. 2014년, 오트쿠튀르 컬렉션도 역시 해체주의를 활용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그는 특기인 브리 콜라주(bricolage) 방식을 사용했다. 브리 콜라주란, 여러 자료를 갖고 조각과 단편을 짜 맞추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빈티지한 봄버 재킷에 유니크한 깃털을 어깨에 두른 의상은 마르지엘라스러운 오트쿠튀르를 완성시켰다.
알렉산더 맥퀸
알렉산더 맥퀸은 살아생전,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패션계의 악동’으로 불렸다.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서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였으니 말이다. 현재는 맥퀸의 오른팔이었던 사라 버튼이 브랜드를 맡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서 벌집에 영감을 받아 벌집을 형상화 한 각종 의상들이 등장했다. 흡사 그물망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은 여전사를 떠올리게 했고 강렬함, 담대함이 느껴졌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의상은 꽃이 핀 정원을 그대로 옮긴 듯한 풍성한 드레스로 페미닌한 감성과 벌집을 형상화한 디테일이 가미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리스 반 헤르펜
사진 : 이리스 반 헤르펜 SNS
이리스 반 헤르펜은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를 사용하여 의상을 만들어 낸 3D 프린팅 드레스 디자이너이다. 구조적이면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긴박하게 변화하는 산업 속에서 패션을 잘 녹여내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매 시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진행하여 생소한 재료들을 사용해 과학, 예술, 패션의 3박자를 고루 믹스하여 예술성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바닷속의 인어공주를 연상케 하는 생동감 있는 컬러와 독특한 디자인은 시선을 빼앗기기 충분했고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빅터 앤 롤프
사진 : 보그 코리아
동갑내기 패션 디자이너 듀오가 이끄는 패션 브랜드 빅터 앤 롤프. 초현실적인 상상력에 재단 테크닉이 더해져 전위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을 제작하여 패션계에 큰 활력을 선사하고 있다. 2018년,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 베개와 이불이 달린 침대를 연상케하는 거대한 실루엣의 침대 드레스를 선보이며 큰 충격을 선사하기도 했다. 우수꽝스러울 수 있지만, 실험적인 정신으로 만들어낸 침대 드레스는 빅터앤롤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으로 모두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다.
장폴고티에
사진 : 보그 코리아
장 폴 고티에는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로 쿠튀르, 프레타 포르테, 여성복을 비롯해 주니어 향수 등 다양한 라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그로테스크한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디자인을 제작한다. ‘가장 전위적인 디자이너’라 불리는 그도 2018년,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 난생처음 보는 독창적인 드레스를 공개했다. 그레이 빛이 감도는 오묘한 컬러에 머리부터 상반신 전체가 일체형으로 덮인 시스루 패브릭 드레스를 선보였다. 마치 모기장을 연상케하는 기묘한 드레스였다.
스키아파렐리
사진 : 보그 코리아
스키아 파렐리의 디자인 특징은 스포티하며, 대담한 컬러를 사용해 기발한 의상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자유분방하며 강렬한 색채를 즐겨 쓰는 그는 뮤지컬, 연극같이 위트 넘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2018년,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 토끼, 플라밍고, 강아지 등 여러 동물의 탈을 쓴 모델들을 등장시켰다.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동물 가면은 스키아 파렐리 만의 심플하고 모던한 의상과 만나 의외의 조화를 이뤘다. 그 해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 가장 이슈가 된 런웨이로 손꼽히고 있다.
지암바티스타 발리
사진 : 보그 코리아
오트쿠튀르 컬렉션에 항상 파격적이고 기발한 의상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암 바티스타 발리는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드레스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풍성한 드레이프, 섬세한 플라워 장식들을 이용해 입고 싶고, 갖고 싶은 드레스를 제작한다. 화사한 꽃 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아름다운 드레스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지암바티스타 발리만의 로맨틱한 감성에 정교한 디테일이 더해진 드레스는 전 세계 프레스, 셀럽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끊임없는 찬사를 받았다.
발렌티노
사진 : 보그 코리아
발렌티노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서 2018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다시 끔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도 발렌티노만의 화려한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올 법한 풍성한 깃털 드레스는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웠다. 런웨이를 걸을 때마다 살랑이는 깃털은 유연한 리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전미가 느껴지는 과감한 볼륨이 들어간 헤어스타일은 발렌티노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독창성을 더해 아티스틱 한 분위기를 가미시켰다.
발망
사진 : 보그
발망은 2019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 구조적인 형태로 풍성한 실루엣과 독특한 질감의 의상을 선보였다. 진주를 활용한 의상들을 선보이며 옷이라기보다는 아티스틱한 조형물을 떠오르게 했다. 장인의 손길이 더해져 빛을 발한 컬렉션이었다. 진주를 연상케하는 오묘한 실버 컬러를 헤어, 아이섀도, 립에 활용하여 런웨이를 바닷속으로 만들었다. 과감하지만 깔끔한 실루엣과 완성도 높은 디테일, 절개 등을 선보이며 감탄을 내지르게 했다. 올리비에 루스테인이 발망을 이끌면서 처음으로 선보인 쿠튀르 컬렉션은 성공적이었다.
아가노비치
사진 : 나우패션
여행 작가와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의 나나 아가노비치가 론칭한 아가노비치는 전위적인 상상력으로 독특한 디자인을 컬렉션에 선보였다. 이제는 아가노비치의 상징이 된 얼굴과 이어진 의상과 가면은 기이하면서도 섬뜩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올 블랙으로 만든 드레스는 풍성한 드레이핑과 러플 장식 등을 사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했다. 그 밖에 로프 디테일, 크리스털, 장미 등을 사용하여 아가노비치만의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이며 패션계의 미래를 책임질 디자이너로 손꼽히고 있다.
글 : 오혜인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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