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서구의 가정집 수돗물에서 깔따구류의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 이후 서울, 경기도, 부산 등 여러 지역에서 유충 발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우리집 수돗물에서도 유충이 검출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정수 필터’ 용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실제 판매량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검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정수 필터 용품이 이 유충들을 정말 막아 줄 수 있는 걸까? ‘수돗물 유충 사태’에 대해 알아봤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왜?
사진 : SBS 뉴스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처음으로 발견된 지역은 인천이다. 인천 서구의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을 사용하는 인천 북부권 일원을 중심으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 800여 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실체 유충 발견 건수는 200여 건이 넘는 것으로 밝혀져 정밀하게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밖에도 경기도 시흥시와 화성시에서도 유충 발견 신고가 접수돼 수도권에서만 발생하는가 싶더니, 부산에서도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100여 건 정도 접수됐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에서 수돗물에 유충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갑자기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또 가장 많이 유충이 발견된 인천시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난 후 공촌·부평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 방식을 도입했다. 고도정수처리는 표준처리정수장(착수정→혼화지→응집지→침전지→여과지)에 ‘입상활성탄’ 여과 공정을 추가한 것이다. ‘숯가루’라고 이해하면 쉬운 활성탄은 흡착성을 지닌 탄소 물질로, 표준처리공정에서 제거하기 어려운 물속 오염 물질을 없애는 데 유용하다. 문제는 이러한 성질을 지닌 활성탄 표면에 유기물이 달라붙어 벌레의 먹이가 되면서 유충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이 유기물을 제거하기 위해 물의 방향을 바꿔 수압을 높이는 방법인 ‘역세척’을 하고 있는데, 공촌과 부평정수장의 경우 역세척 주기가 다소 길었던 것이 유충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 : YTN NEWS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접수된 유충 발견 신고를 조사한 결과, 정수생산·공급과정 중에 유입된 것이 아닌 아파트 저수조, 가정 물탱크, 가정 내 하수구·배수구 등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나 충북 청주에서도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에 수질검사에 착수했으나 현장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인천 외 지역에서 접수된 사례에서는 깔따구 유충이 아닌 대부분 민달팽이, 실지렁이류, 습한 하수구나 화장실에서 번식하는 나방파리 등과 같은 다른 벌레들로 판정됐다. 모두 수돗물이 아닌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특히 나방파리 유충은 깔따구 유충과 달리 물속에서 살 수 없어 수돗물을 타고 흘러 들어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이와 같은 해명에도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자, 정부는 전국 정수장 484곳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유충 나온 수돗물, 유해성은?
유충이 나온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 등 환경당국에서는 인천 지역의 수돗물 안전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깔따구 유충의 유해성도 밝혀지지 않았고, 유충이 발견된 이후 바로 유충 발생 원인인 입상활성탄 여과지 과정을 중단하고 표준정수처리 공정으로 전환했으므로 음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에서는 많은 양이 아니라면 신체에 해가 되지 않겠지만, 음용만큼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깔따구는 인체 내에서 생존 가능한 기생충류는 아니나, 4급수 이하의 더러운 물에서도 생존해 수질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 활용되는 만큼, 물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샤워기 필터, 유충 거를 수 있을까?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수돗물을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급증했다. 온라인쇼핑몰 티몬에 따르면 수돗물 유충이 처음 보도된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샤워필터·녹물필터 같은 수도용품 매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41% 급증했으며, 유충이 발견된 인천 지역에서 수도용품 매출은 3,444%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샤워기 필터가 정말 깔다구 유충들을 전부 걸러 줄 수 있을까?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필터 안에는 정수기용 필터로도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이라는 재질의 ‘세디멘트(세디먼트)’라는 부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세디먼트 필터는 1~5㎛ 크기의 불순물, 중금속, 녹, 잔류염소 등을 거를 수 있다. 유충을 거르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UN 국가별 수질지수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돗물 품질 순위는 전 세계 8위로, 수질 품질이 좋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유충이 지닌 세균 등 미세 유해물질 등을 걸러 낼 수 있는 필터는 시중에 거의 나오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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