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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밥심으로 산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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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밥’은 매끼 먹는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가끔은 매일 먹는 ‘밥’이 지겨워 파스타나 피자, 치킨을 먹지만, 밥이 주식이 아닌 나라에서 며칠만 있다 보면 생각나는 음식은 단연 따뜻한 밥 한 공기다. 밥 위에 반찬을 올려 먹거나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등 우리는 언제나 밥과 함께 해 왔다. 그래서인지 대화할 때도 밥은 자주 등장하는 단골 단어다. 어떨 때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간다는 걸 느끼는지 대화를 통해 살펴봤다.

 

 

약속 잡을 때 “언제 밥 한 번 먹자”

 

우리는 약속을 잡을 때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같이 밥 먹을 생각이 없더라도 나중을 기약하며 밥을 먹자고 한다.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이런 인사말이 진짜인 줄 알고, ‘밥 먹자고 했으면서 도대체 약속은 왜 안 정하는 거지?’라고 생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인에게 명확한 시간 및 장소 약속을 정하지 않은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별로 안 친한 사람이거나 다시 만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사람과 대화를 마무리할 때 많이 사용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 걱정할 때 “밥은 먹고 다녀?”

 

집에서 떨어져 생활하는 사람에게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마 ‘밥은 먹고 다니니?’가 아닐까? 한국 부모님이 자식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밥을 잘 먹고 다니는지’다. ‘잠은 잘 자는지’, ‘하고 있는 일은 잘 되는지’는 그다음 문제다. 한국인은 밥심인데, 입맛 없고 귀찮다는 이유로 자식들이 밥을 굶고 다닌다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다는 부모님들.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이나 약물을 챙기는 것보다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듯하다.

 

 

고민 많을 때 “밥이 안 넘어가”

 

고민할 일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이 잘 안 넘어간다’라고 표현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밥’이 잘 안 넘어갈 정도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걱정할 일이 많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음식물이 소화가 잘 안되고 쉽게 체하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밥이 잘 안 넘어간다’고 표현할 때는 걱정거리가 많다는 뜻이니 소중한 사람이라면 잘 다독여줄 필요가 있다. 

 

 

타박할 때 “그게 밥 먹여주니?”

 

‘밥 먹여주냐?’라는 표현은 중요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그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타박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학생들이 연예인에게 관심을 보이며 학업에 열중하지 않을 때, 돈벌이가 별로 되지 않는 진로를 선택할 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그 사람에게 집착할 때 등의 상황에서 많이 쓰인다. ‘밥’이 ‘돈’과 비슷한 의미로 통용되면서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진로 결정할 때 “밥은 먹고 살 수 있겠지?”

밥은 먹고 살 수 있을까’는 주로 월급이 나오는 직장보다 미래가 불확실한 진로를 선택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일반 회사원이 되면 적은 돈이라도 월급이 나오니 한 끼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프리랜서 혹은 사업을 시작하면 제때 돈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어 언제 굶을지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즉, ‘밥은 먹고 살 수 있을까?’는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을까?’와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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