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딜라이트
1979년생인 배두나는 열여덟 살이었던 1998년 당시,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깡마른 몸매에 독특한 마스크를 가진 그녀는 데뷔와 동시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별다른 준비 없이 시작한 연기에도 재능을 보였던 그녀는 봉준호, 박찬욱 등 국내 최고의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해 나갔다. 그녀의 한계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본의 거장들과 함께 작업한 것도 모자라 할리우드까지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이처럼 ‘대감독’으로 일컬어지는 이들로부터 영감을 이끌어 내는 그녀의 매력은 과연 어떤 것일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사진 : tvN <비밀의 숲2>
그 시절, 소녀들의 ‘워너비’
사진 : KBS <학교>
1990년대 후반에는 잡지 모델들이 지금의 SNS 인플루언서, 혹은 인기 유튜버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가장 핫한 인물들이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배두나는 많은 잡지 모델들 중에서도 ‘톱’으로 일컬어지며 뭇 소녀들의 다이어리 속지를 장식했다. 그야말로 10대들의 워너비 그 자체였던 셈이다. 이후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가의 러브콜을 받게 된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그녀는 <학교1>, <고양이를 부탁해>,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등 주로 청춘물에 출연하면서 ‘젊음’을 대표하는 얼굴로 떠올랐다.
사진 :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거장들의 뮤즈로
사진 : 영화 <플란다스의 개>
그리고 2002년, 배두나는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로 영화계에 진출하게 된다. 당시 배두나는 이미 주목받는 신인 배우였음에도 배우로서의 야망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그래서 영화 오디션장에서도 심드렁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심드렁한 표정이 봉준호 감독의 ‘취향을 저격’해 버려 주인공으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임한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배두나는 진정한 연기의 맛을 느끼게 되었다. 말하자면 배우로서의 자아를 각성하게 된 계기가 바로 <플란다스의 개>였던 것이다. 배두나는 이후 <괴물>로 봉준호와 한 번 더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또 한 명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박찬욱과도 <복수는 나의 것>에서 함께 작업했다.
사진 :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일본 넘어 할리우드까지 접수
사진 : 영화 <린다 린다 린다>
이후 배두나는 일본의 유명 감독인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작품 <린다 린다 린다>에 출연하게 된다. 해당 작품은 스쿨 밴드를 소재로 하여, 음악을 통해 언어 장벽을 뛰어넘고 진정한 친구가 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리고 <린다 린다 린다>를 통해 또 한 명의 유명 감독과 작업을 하기에 이른다. 그 주인공은 바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어느 가족>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배두나는 2010년 개봉작인 <공기인형>에서 주연을 맡아 칸에 진출했고,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된다.
사진 : 넷플릭스 <센스8>
연이어 할리우드에서도 배두나를 주목하는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워쇼스키 자매가 그녀를 자신들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주요 출연진으로 점찍었던 것이다. 한편, 2013년에는 해당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할리우드 배우 짐 스터게스와 열애설이 불거져 세간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두 사람은 2년여의 열애 끝에 지난 2015년에 결별했다. 워쇼스키 자매는 2015년 영화 <주피터 어센딩>에 다시 한 번 배두나를 불러들였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인 <센스8>에서도 배두나를 기용했다. 거의 ‘워쇼스키 사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또한 배두나는 2014년부터 수년 동안 ‘루이비통 패밀리’로 활동해 왔다. 워낙 포토제닉한 외모를 가진 덕분이다. 한편 배두나는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을 당시 루이비통이 그녀에게 선사한 ‘국빈급 대우’에 대해 밝혀 또 한 번 화제를 낳은 바 있다.
‘리즈’는 진행 중
사진 : tvN <비밀의 숲>
이처럼 바쁘게 세계를 누비는 사이, 배두나는 어느덧 데뷔 20년을 훌쩍 넘어선 중견 배우의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좀비물에 시대극을 도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의녀 서비 역할을 맡아 다시 한 번 세계 시장을 사로잡았고, 2017년에 방영되어 엄청난 반향을 이끌어 냈던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속편에서도 주연으로서 활약을 앞두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킹덤>
그쯤 되는 커리어를 지녔으면 좀 차갑고 거만할 법도 한데, 배두나는 스태프들을 살뜰히 챙기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갖췄다고 한다. 그녀가 커리어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작품에서 맺게 된 관계와 인연’을 꼽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외면만큼이나 내면의 매력도 무궁무진한 배두나가 앞으로도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단단하게 쌓아 올려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이희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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