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한 날씨의 여름철은 벌레 혹은 곰팡이가 번식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이로 인해 식품을 적절하게 보관하지 않았다가 곰팡이가 끼는 일이 발생하기 쉽다. 우리 주변 식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곰팡이로는 빵이나 치즈류에 자주 피는 페니실륨, 누룩곰팡이인 아스페르길루스, 과일에서 자주 발생하는 보트리티스 등이 있다. 곰팡이는 주로 유통 중 용기나 포장지의 파손 또는 구멍이 생겨 외부 공기가 유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다. 곰팡이가 핀 음식물을 잘못 먹으면 식중독, 바이러스성 위장염,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러한 곰팡이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위생건강상 그냥 버리는 경우와 곰팡이 부분만 떼어 내고 먹는 경우다. 과연 이 두 가지 방법만으로 곰팡이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지금부터 여름철 곰팡이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음식물에 곰팡이가 생기는 이유
곰팡이는 균사로 이루어진 생물의 한 분류로, 두꺼운 세포벽을 갖고 있으며 얼핏 식물과 비슷하지만,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갈 수 없는 종속영양생물이다. 곰팡이는 주로 포자 형식으로 번식을 한다. 곰팡이 포자가 공기 중에 분산되어 날아다니다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그곳에 안착해 균사를 뻗어 나가는 것이다. 주로 탄수화물과 같은 영양분이 풍부한 식품에 기생하여 번식하며, 음식물을 실외에 꺼내 놓았을 때도 포자가 음식물에 안착해 기생 및 번식을 하면서 곰팡이로 피어나게 된다.
곰팡이 피었을 때 버려야 할 식품
미국 농무부 USDA에 따르면 통조림 햄, 베이컨, 핫도그 소시지, 조리한 음식, 부드러운 치즈, 요구르트, 사워크림, 땅콩버터, 견과류, 빵, 잼, 젤리, 무른 과일이나 채소 등 수분이 많고 말랑한 음식에 곰팡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눈에 보이는 부분 외에도 곰팡이가 퍼져 있을 가능성이 크며, 육류의 경우 곰팡이와 함께 박테리아가 자라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잼에서 피어난 곰팡이는 곰팡이 독소를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통째로 버릴 것을 권한다.
곰팡이 부분을 제거하고
먹어도 되는 식품
살라미 소시지, 무르지 않은 치즈, 양배추, 피망, 당근 등의 청과물은 단단하고 구조가 치밀하여 곰팡이가 깊이 침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곰팡이가 생긴 부위를 기준으로 1인치(2.5cm) 이상 떨어진 부분까지 자르고 파내면 비교적 안전하게 섭취 가능하다. 하지만 곰팡이가 핀 음식은 해당 부분을 깊게 도려냈다 하더라도 곰팡이가 얼마만큼 퍼져 있는지 눈으로 정확히 확인할 수 없기에 단단한 음식일지라도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다.
곰팡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면역력이 충분한 사람의 경우 곰팡이가 핀 음식을 한 번 섭취한다고 해도 건강상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하거나 만성질환, 천식, 알레르기 등의 문제가 있는 사람의 경우 곰팡이가 소화기계나 호흡기계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만약 곰팡이가 핀 음식을 실수로 먹었거나 곰팡이를 제거한 뒤 음식을 먹었는데 구역질, 구토, 열, 현기증, 설사,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곰팡이 독소의 위험성
대부분의 곰팡이는 무해하지만 일부는 위험한 독소를 갖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아플라톡신(aflatoxin)은 암을 유발하는 독소로 알려져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곰팡이 독소는 대부분 곡물이나 견과류의 곰팡이에서 발견되지만 포도주스, 샐러리, 사과 등의 다른 식품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만약 특정 곰팡이 독소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랜 기간 섭취하게 된다면, 간암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곰팡이를 막는 방법
곰팡이는 낮은 온도에서도 번식 생존력이 있기 때문에 냉장고 안에서도 자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소금으로 절인 짠 상태나 설탕으로 절인 단 상태, 산성의 환경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곰팡이 포자의 번식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음식물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관용기를 사용하고, 항상 뚜껑을 잘 닫아야 하며, 일단 개봉한 식품은 3~4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냉장고도 주기적으로 청소 및 정리를 해 주어야 한다.
곰팡이 핀 음식 가열하면 괜찮을까?
곰팡이가 생긴 음식을 데우거나 끓여 먹으면 과연 안전할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대부분의 곰팡이 독소들은 열에 매우 강해 가열을 한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곰팡이 독소 중 하나인 푸모니신은 주로 옥수수, 밀과 쌀 등에서 생기는데, 푸모니신은 100℃로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잘 알려진 곰팡이 독소들 중 파툴린만이 가열 과정을 통해 그 수준이 감소될 수 있다. 아무튼 곰팡이가 생긴 식품은 되도록이면 먹지 않는 게 좋다.
몸에 좋은 곰팡이도 있을까?
곰팡이균이 꼭 건강에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곰팡이균의 일종인 효모균이나 포자균, 고초균 등은 오히려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곰팡이는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한 종류다. 포자균이나 효모균을 꾸준히 섭취하면 면역력에 좋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과민성 대장증후군, 염증성 질환 등 대장 장애 증상을 완화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고추장, 된장, 김치, 젓갈, 막걸리 모두 효모균에 의한 발효음식이다.
집안 곳곳에 핀 곰팡이는
어떻게 제거하나?
장마철이 겹치면 음식물뿐 아니라 벽지, 주방 할 것 없이 집안 곳곳에 곰팡이로 가득하다. 곰팡이는 습한 공기와 관련이 크므로 이를 막으려면 하루에 2번 이상은 환기를 시켜야 한다. 습도는 60~80% 정도로 유지해야 하며, 실내를 너무 덥게 놔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소파나 커튼 등에 내려앉은 먼지는 자주 제거해 주는 것이 좋고, 소량의 알코올을 뿌려 주는 것도 곰팡이 번식 억제에 효과적이다. 곰팡이가 잘 생기는 베란다 창문 틈새나 화장실도 자주 청소하고 물기를 제거해 줘야 한다.
피부질환의 주범,
곰팡이를 막는 생활수칙
실내 공기 관리와 청소도 중요하지만 각종 피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 위생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신체 부위 중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 땀이 잘 나고 습한 부위는 더욱더 신경 써서 씻어 주는 것이 필요하고, 더울수록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신발 역시 너무 꽉 조이는 것은 무좀이나 곰팡이균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땀이나 세탁 후 물에 젖은 의류는 확실하게 건조 후 이용하도록 하자.
글 :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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