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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기 힘든 와인의 코르크 마개, 굳이 사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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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보다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와인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명 ‘호캉스’를 떠나 호텔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와인을 즐기기도 하고, 마트에서 저렴한 와인을 사 와 저녁 식사에 가볍게 곁들이는 사람도 있다. 한편 집 혹은 휴가지에서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를 직접 따 본 사람들은 소주병이나 맥주병보다 와인병 따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것을 알 것이다. 와인 오프너에 코르크를 꽂는 것부터 뽑는 것까지 쉬운 과정이 없다. 천연 나무로 만든 코르크는 작은 흠집 등으로 자체적인 결함이 생겨 따기 힘든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코르크 마개를 뽑을 때 코르크 스크류를 수직으로 넣지 못하고 삐뚤게 넣으면 뽑다가 코르크가 부서질 수도 있다. 이처럼 따기 힘든데도 굳이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언제부터 코르크 마개를
사용했을까?

 

와인병 밀봉에 코르크를 마개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나무 마개를 기름 먹인 종이나 천으로 감쌌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밀봉이 완벽하지 않아 불편함이 많았다. 그러다가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17세기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오빌레에 있는 성 베드로 사원에서 포도원 관리 및 와인 제조를 담당하던 ‘돔 페리뇽’ 수도사가 발명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는 와인 창고에 있던 와인이 폭발하여 병이 깨지면서 와인을 내다 팔 수도, 마실 수도 없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 결과, 스페인 수도사들이 코르크 마개로 물통을 막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코르크를 와인 병마개로 만들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코르크 마개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프리카 북부 등에 분포하는 지중해산 코르크나무 껍질을 활용해 만든다. 코르크 나무의 수명은 짧게는 150년, 길게는 250년 정도로 20년 정도 자라면 나무껍질의 코르크 층을 벗겨 내도 나무의 생장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르크를 채취해도 코르크 층은 시간이 지나면 재생되기 때문에 한 나무에서 최대 20회 정도 코르크 채취가 가능하다. 다만 다시 재생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9~12년 정도라고 알려졌다.

 

 

코르크 마개, 따기 힘든데
왜 사용할까?

 

코르크로 만든 병마개는 탁월한 신축성 및 내구성을 지님과 동시에 액체나 기체가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연하고 신축성이 좋아 병목에 쉽게 삽입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코르크 마개는 다량의 공기가 들어와 와인이 산화되는 것을 막으면서 코르크 조직 사이로 미세한 양의 산소가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유입되는 덕분에 와인을 천천히 숙성시킬 수 있다. 30년 이상 와인병을 밀봉할 수 있는 등 이전의 나무 마개 등에 비해 밀봉 효과가 훨씬 좋아졌다. 코르크 마개의 사용 이후 와인 보관 및 숙성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여러 장점이 있지만 코르크 마개 때문에 오히려 와인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와인에서 젖은 박스 냄새가 나면 코르크 오염을 의심할 수 있는데, 이를 ‘부쇼네(Bouchonne)’라고 한다. ‘마개 냄새가 나는 포도주’란 뜻으로 ‘불량 코르크로 인해 변질된 와인’을 의미한다. 부쇼네 현상이 발생하면 와인 고유의 향이 없어지고 곰팡이 냄새가 나며 와인을 마셨을 때 김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주로 코르크 마개가 균에 오염되어 발생하나 와인을 높은 온도에서의 보관으로 열화되어 상하는 경우도 있다.

 

 

코르크 마개 길면 고급 와인?

 

와인용 코르크 마개 길이는 보통 3~4㎝ 정도지만, 특등급 와인의 코르크 마개 길이는 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코르크의 길이가 길수록 고급 와인일 확률도 높아진다. 코르크가 길면 와인을 더 잘 밀봉시켜 장기 숙성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에 고급 와인일수록 코르크에 투자를 많이 하게 된다. 코르크가 길고 재질이 좋을수록 와인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편 코르크 마개에 구멍이 너무 많으면 좋은 코르크가 아닐 확률이 높다. 코르크 마개의 미세한 구멍은 밀봉 효과를 높이고 숙성을 잘 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눈에 보일 만큼 큰 구멍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보통 가격이 저렴한 코르크일수록 구멍이 크고, 많다고 알려져 있다.

 

 

스크류 마개 사용하기도

 

코르크 마개는 ‘와인’하면 빠질 수 없는 존재일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코르크 마개를 제거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와인 오프너 없이 손으로 편하게 열 수 있는 마개도 등장했다. 소주병이나 유리로 된 음료의 뚜껑처럼 오프너 없이 손으로 비틀어 열 수 있는 ‘스크류 마개’가 그것이다. 보통 비교적 저렴한 와인에서 많이 사용돼 싸구려 와인 취급을 받곤 한다. 실제로 미국 몬태나주립대학교의 연구진이 코르크 마개와 스크류 마개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이 코르크 마개가 달린 와인에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크류 마개 또한 코르크 마개만큼 장점이 많다. 오프너가 필요한 코르크 마개와 달리 스크류 마개는 와인을 쉽게 딸 수 있으며 남은 와인을 보관하기에도 용이하다. 또한 코르크 마개는 와인을 오염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지만 스크류 마개는 와인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 마개를 사용한 와인일 경우 와인 품질의 일관성이 보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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