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민당 커피 소비량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 해 35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도 여섯 번째로 많을 정도다. 한국 커피 시장의 규모도 7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두커피에 한정된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해가 갈수록 역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인스턴트커피 전체 시장은 2013년 1조 7,396억 원에서 2018년에는 1조 4,524억 원으로 오히려 1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성장하는 커피믹스 시장의 대안
동서식품이 꽉 잡은, 그리고 역성장이 우려되던 커피믹스 시장
1968년 서정귀 창업주가 ㈜동서의 자회사로 동서식품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1970년에 미국 제너럴푸드와 커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첫 제품 ‘맥스웰 하우스 그라인드 커피’를 만들었다. 1976년에는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 개발에 성공했으며, 1978년에는 맥심 등 인스턴트커피 기술도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후 이 회사는 커피믹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2011년 커피믹스 시장에서 동서식품 맥심의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하지만 문제는 커피믹스 시장의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해외 시장 개척에는 성공했지만, 국내 시장은 커피믹스에 대한 선호도는 해가 갈수록 낮아졌고 대신 원두커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역성장하는 커피믹스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서식품은 새로운 브랜드를 강구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로 ‘카누’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다.
가격과 유통망으로 만들어낸 성공
카누 이전에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에서 분전하던 스타벅스 비아
2011년 말, 인스턴트커피 시장에 바람을 일으킨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게 된다. 카페(Cafe)의 ‘카’와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를 결합한 합성어인 카누(KANU)는 ‘간편하게 즐기는 새로운 커피’를 표방했다. 설탕과 크림이 들어간 인스턴트커피에 질린 소비자들에게 커피머신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커피를 선보인 것이다. 맥심 카누는 2011년 10월 론칭돼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게 된다.
카누가 최초의 스틱형 인스턴트 원두커피였던 것은 아니다. 카누 이전에도 스타벅스에서 냉동 건조를 거친 커피 원두를 사용한 ‘비아’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2009년 2월 출시된 스타벅스 비아는 미국 전역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가격이 스틱당 천 원을 넘었고, 판매점도 스타벅스 오프라인 매장으로 한정돼 있었다. 반면 카누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며 순식간에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초반 흥행몰이
간편하게 즐기는 원두커피, 카누가 출시되다
콜롬비아산 원두를 사용해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으로 커피 원액을 뽑는다. 그리고 이를 파우더로 만든 것이 카누였다. 원두커피의 향을 유지한 파우더에 원두를 로스팅해 분쇄한 분말을 섞어 코팅하고, 산소와 습기 등 커피의 향을 해칠 수 있는 외부 불순물 차단을 위해 포장재 성능을 강화하고 질소 충전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카누는 ‘간편하게 즐기는 원두커피’로 기존의 커피믹스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스틱 한 개당 325원의 가격, 공격적인 마케팅 캠페인 전개, 오프라인 이벤트 활동을 통해 카누는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TV 브라운관은 카누의 광고로 뒤덮였으며, 곳곳에 카누의 팝업스토어가 세워졌다. 겨울 시즌을 맞아 현대성우리조트, 대명비발디파크, 휘닉스파크 등 주요 스키장에서 무료 시음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그 결과 카누는 15일 만에 150만 개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인스턴트커피 최단시간 판매 기록을 경신했으며, 7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360만 개를 돌파하게 된다.
지금은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는 위치
동서식품이 새롭게 선보인 원두커피 브랜드, 카누 시그니처
동서식품의 의도는 적중했다. 커피믹스 시장의 역성장과는 달리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은 해가 갈수록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은 2013년 2,136억 원 규모에서 2018년 2,734억 원으로 28% 증가했다. 이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것은 한동안 경쟁자가 없었던 카누였다. 카누의 성공 이후로도 ‘원조’를 표방한 다양한 인스턴트 원두커피들이 출시됐지만, 카누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동서식품은 카누의 선전에 힘입어 외형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동서식품은 2016년 4년 내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는데, 이는 카누의 덕이었다. 카누의 2016년 매출은 1,330억 원이었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100억 원이 증가한 것이었다. 동서식품 전사 매출 증가분을 모두 카누가 메운 결과인 것이다. 2018년 12월에는 맥심 카누 출시 7년 만에 프리미엄 인스턴트 원두커피 브랜드 ‘카누 시그니처’를 새롭게 선보였으며, 올해에는 누적 판매량 65억 개를 돌파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
올해에도 카누는 성장가도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카누는 독립된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카누 시그니처뿐 아니라 ‘카누 라떼’, ‘카누 더블샷 라떼’, ‘카누 아이스 라떼’에 이어 올해에는 ‘카누 티라미수 라떼’, ‘카누 바닐라 라떼’, ‘카누 디카페인 라떼’ 등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바 있다. 이제 카누는 동서식품의 핵심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위치에 서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제는 커피믹스가 점령하고 있던 회사의 탕비실에도 카누가 진출하는 분위기다. 커피믹스 대신 원두커피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올해에도 카누는 계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카누가 2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프리미엄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을 개척하고 또 성장시킨, 그리고 지금은 그 시장 전체를 점령하고 있는 카누 브랜드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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