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것만큼 든든한 재미 보증수표도 없다. 게다가 글자로 읽던 주인공들의 활약을 예쁘고 멋진 그림으로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다. 웹소설의 웹툰 리메이크는 웹소설의 팬과 웹툰의 소비자 모두에게 뜻밖의 선물 같은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웹소설들이 웹툰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를 들뜨게 만들었을까? 웹툰 플랫폼에 무료 공개된 작품 중에서 열 편을 꼽아보았다.
하렘의 남자들
웹소설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배우 서예지가 등장하는 <하렘의 남자들> 광고를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후궁을 들일 것이다.” 여자도 반할 만큼 멋진 분위기의 여황제, 라틸은 어서 국서(남편)를 맞이하라는 대신들의 성화에 기분이 상한다. 그러고는 다섯 명의 후궁부터 들이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린다. 후궁 중에는 대신의 아들도, 옆 나라 왕이 된 구남친의 동생도 있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전개에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 후궁들의 구애는 웹툰 속에서 이제 막 시작된 참이다. 전개가 궁금하다면 웹소설부터 보는 수밖에.
재혼황후
’재혼’과 ‘황후’.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만나 놀라운 작품이 탄생했다. 동대제국의 완벽한 황후 나비에는 황제인 남편이 갑자기 들인 정부 라스타를 지나치게 총애하면서 인생이 비틀린다. 게다가 눈앞에 나타난 옆 나라 황제 하인리의 등장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침착하게 나랏일을 다스리고 눈앞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나비에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나비에의 이혼과 재혼을 응원하는 한편, 도무지 편들어줄 수 없는 황제 소비에슈를 댓글창에서 다 함께 비난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성스러운 아이돌
차원이동물, 빙의물은 많고 많지만 누가 누구의 몸속으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판타지 세계의 대신관이 대한민국의 한 아이돌 몸속으로 들어온다면 어떨까? <성스러운 아이돌>은 이 설정을 유쾌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대신관 렘브러리는 연우의 몸 뒤로 들어간 후 뻔뻔하게 자신의 성격을 고수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도 하고 돕기도 한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아이돌 업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더해지니, 연우의 돌발 행동이 더 리얼하다. 과연 연우의 그룹은 성공할 수 있을까?
꽃만 키우는데 너무 강함
뭐든지 할 수 있는 게임 세계에서, 정말 자신의 자아실현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황재호는 아버지의 반대로 가슴에만 담아두었던 오랜 꿈, 꽃집을 차리기 위해 가상현실게임을 시작한다. 무서운 인상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하고 악당을 물리치기도 하지만 결국 황재호의 목표는 단 하나, 꽃을 기르고 꽃집 주인이 되는 것뿐이다. 그의 순수하고 맹목적인 노력은 게임 속 숨은 퀘스트를 찾고 결국에는 세계를 완전히 뒤바꾼다.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꿈을 이루고 자연을 사랑하는 건전한 이야기니, 무시무시한 주인공 얼굴 때문에 안 보면 손해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좋아하는 사람의 연애사업이 잘못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회사 후배 현승이 선배 송아가 남자친구에게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시작되는 비즈니스 로맨스다. 취업박람회에서부터 쌓았던 호감은 사랑이 되어, 송아에게 먼저 복수를 제안하는 적극적인 남자주인공을 탄생시켰다. 망설이던 여주인공도 마음을 다잡고 손을 잡았으니 이제 우리에게는 사이다만 남았다. 웹툰 연재와 거의 동시에 JTBC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니 세 가지 맛으로 즐길 수 있다.
이중첩자
해피엔딩이나 유쾌한 이야기도 좋지만, 가끔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괴로운 주인공의 고난도 궁금하다. 전쟁으로 두 나라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간호사 샤샤는 원치 않는 스파이가 되었다. 작전은 실패하지만, 샤샤는 죽는 대신 다시 한 번 스파이로 써먹기 위해 훈련된다. 악마 같은 장교 요한은 샤샤를 비웃기도 하고 충고하기도 하며 끝까지 그녀가 살아남게 한다. 서로를 죽일 듯이 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 이 비장한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진다. 샤샤와 요한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장씨세가 호위무사
정통 무협을 좋아한다면? 아무 데서나 초절정 고수가 등장해 검기를 쏘는 무협에 질렸다면? 주인공이 진지하게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그렇다면 <장씨세가 호위무사>는 완벽하게 당신의 취향이다. 주인공 광휘는 임무를 끝내고 세상에서 숨은 지 오 년 만에 황 노인의 부름으로 장씨세가에 나타나게 된다. 과거의 쓰린 기억을 극복하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무협의 특징상 다양한 가문과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니, 일단 정주행을 시작하면 당분간 푹 빠질 수밖에 없겠다.
전지적 독자 시점
가장 흥행한 웹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의 웹툰화 결정은 많은 팬들을 흥분하게 했다. 그리고 웹툰 <전독시>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멋진 그림부터 웹툰의 스토리를 그대로 소화해낸 연출, 폰트 하나까지 신경 쓴 완성도까지 매 회마다 레전드를 찍으며 까다로운 원작팬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상당한 연재량 때문에 웹소설에 도전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웹툰 덕분에 김독자와 유중혁의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군대생활의 힘겨운 업무가 게임 퀘스트처럼 보상을 내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가정환경 때문에 관심사병이 된 강성재가 취사병이 되면서 눈앞에 나타난 퀘스트를 깨고 요리 천재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짬밥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극복하고 성실성과 비현실적인 재능으로 맛있는 군대밥을 만드는 강성재의 성장은 재미는 물론 그 멋진 모습을 응원하게끔 한다. 게다가 군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디테일은 독자가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대한민국 군인의 고생을 체감하게 한다.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다른 세계에 도착해서 행복하게 사는 게 보고 싶다면, 이 웹툰을 보면 된다. 용왕님에게 도착했다고 믿었던 심청이는 사실 판타지 세계의 용과 만나고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요리를 시작한다. 전, 김치, 고추장 등 지극히 한국적인 음식들이지만 용의 입에 맞았기 때문인지, 심청이의 마음이 너무나도 착하기 때문인지 귀여운 요리 과정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낡은 성 속에서 하나씩 등장하는 귀여운 몬스터는 물론, 심청이와 용의 풋풋한 로맨스까지 매력으로 꽉 찬 웹툰.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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