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다양한 비일상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지만, 그중에서도 케이퍼 무비(절도를 다룬 범죄영화)의 짜릿함은 각별하다. 도둑들이 물건을 훔치는 건 현실에서 빼도 박도 못할 범죄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에 취해서, 주인공들이 꼭 작전에 성공하길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국내, 국외의 유명 케이퍼 무비 10개를 꼽아봤다. 이 중에서 한 개는 봤다는 데 필자의 손목을 건다.
이탈리안 잡
이왕 범죄를 저지를 거라면, 큰 포부를 가지고 크게 한탕 하는 게 모양이 난다. <이탈리안 잡>은 전문 금고털이범 존 브리저가 도둑질 전문가들을 데리고 이탈리아 폭력배들의 금고를 탈탈 털어버리겠다는 계획으로 시작된다. 이들의 작전은 한 번 실패했지만, 1년 후 보다 철저한 준비 끝에 다시 시작된다. 화려한 캐스팅과 깔끔한 전개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제목이 영화의 배경인 이탈리아 덕분에 붙여졌듯, 자매품으로 <브라질리언 잡>, <뱅크잡>, <아메리칸 잡>이 있다. 언젠가 <코리안 잡>도 기대해봐도 될까?
도둑들
캐스팅부터 화제가 되었던 대한민국 케이퍼 무비가 있으니, 바로 <도둑들>이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에 김수현까지! 영화의 성공과 별개로 무조건 보러 가야 할 라인업이 아닌가? 쟁쟁한 캐스팅은 화려한 홍콩을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을 뽐낸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겠다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작전은 변수에 변수를 거듭하며 흥미진진해진다. 막강한 화제성과 높은 관객 수를 기록했음은 물론이고 대스타 전지현의 부활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복희야 사랑한다!”
오션스 시리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케이퍼 무비 시리즈. 1편 <오션스 일레븐>은 사기꾼 오션이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한탕 털 계획을 짜며 미국 각지에서 동료들을 모으며 시작된다. 제목 그대로, ‘오션을 위해 모인 열한 명’인 셈. 오션 역인 조지 클루니부터 줄리아 로버츠,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쟁쟁한 캐스팅은 <오션스 트웰브>, <오션스 13>까지 이어지며 현란한 범죄와 인물들 간의 유쾌한 관계성을 이어갔다. 기존 시리즈의 맥은 끊겼지만, 2018년 스핀오프 <오션스 8>이 개봉했으니 후속작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나우 유 씨 미
”이제 저를 보세요(Now you see me)”는 마술사가 눈속임을 위해 던지는 전형적인 멘트다. 제목이 보여주듯 <나우 유 씨 미>는 마술사사기단의 이야기다. 라스베이거스의 마술쇼에서 파리 은행의 비자금을 털어버린 네 명의 마술사들은 경찰에 체포된다. 그러나 마술이라는 이유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고, 범죄는 계속된다. 경찰들이라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관객에게는 이보다 흥미진진한 범죄 수법도 없다. 흥행으로 두 편의 속편이 제작되었지만 ‘마술’ 트릭만 기대하고 가면 실망한다는 평가도 있으니, 영화는 영화로 보자.
기술자들
도둑질에 가장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기술자들>의 주인공 ‘지혁’은 금고털이범이자 작전 설계, 위조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도둑이다. 여기에 인력 조달에 바람잡이 전담인 구인과 최연소 해커까지 합세하니, 보석상 털기에는 솜씨가 아깝다는 생각에 재계의 검은손까지 판에 끼어들어 간다. 이들은 어떻게 인천 세관에 숨겨진 검은돈 1,500억을 40분 만에 털까? 참고로 이 영화의 화폐 위조 기술을 참고해서 오만 원권을 위조한 고등학생들이 있다. 현실은 <기술자들>이 아니라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도굴
진짜 돈 되는 건 땅속에 있다는 말이 있다. 영화 <도굴>은 흙 맛만 봐도 보물을 찾아내는 천재 도굴꾼과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삽질 달인에 고미술계 엘리트까지 합세한 본격 ‘문화재 절도’ 영화다. 신선한 소재에 걸맞은 멋진 세트장은 서울 도심 한복판인 선릉의 땅굴 속까지 재현했다. 게다가 현존하지 않는 문화재까지 전문가들과 제작했다니 역사 덕후와 고미술 덕후라면 꼭 봐야 할 영화다. 이제훈과 신혜선의 속고 속이는 반전이 아슬아슬한 작품으로,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상당히 흥행했을 작품이다.
범죄의 재구성
한국 케이퍼 무비의 시작이라면 단연 <범죄의 재구성>이 꼽힌다. 1996년 한국은행 구미사무소에서 발생한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본 영화는 다섯 명의 사기꾼이 한국은행을 터는 과감한 범죄 사기극이다. 50억 인출에 성공했지만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돈도 사라진 완벽한 계획의 전말을 천천히 밝혀나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박신양, 염정아, 백윤식 등 쟁쟁한 캐스팅은 지금 봐도 즐겁다. 게다가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이라니 <타짜>, <도둑들>의 형님 격 작품인 셈.
더 스팅
<스팅>은 케이퍼 무비의 오리지널을 보고 싶다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잔챙이 사기꾼 자니 후커가 파트너의 복수를 위해 악당 로네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복수를 위해 사기 경마를 벌이는 대담함에, 킬러와 FBI까지 끼니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8개 부문을 수상했다. 1976년 한국에서도 서울 관객 32만 9천 명을 기록했다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셨다면 함께 무비 토크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테마곡 ‘The Entertainer’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명곡이다.
베이비 드라이버
케이퍼 무비의 스릴감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는 두 가지 효과를 관객들에게 더해준다. 하나는 운전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이다. 주인공 베이비는 금고털이범들을 위한 전문 운전사로, 어린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운전 실력으로 ‘박사’의 신임을 받는다. 항상 귀에 아이팟을 끼고 다니며 음악의 흐름에 맞춰 핸들을 돌리는 베이비의 플레이리스트에 한 번 빠지고, 그의 풋풋한 첫사랑에 두 번 빠지는 영화. 정의로운 결말은 케이퍼 무비에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덤이다.
타짜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예림이 그 패 봐봐!” 클라이막스 신 하나로 대한민국에 전무후무한 유행어 알고리즘을 남긴 영화가 있다면 단연코 <타짜>뿐이다. 한국 케이퍼 무비의 맛집인 최동훈 감독의 최고 흥행작 <타짜>는 동명의 만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청년 고니가 화투로 최고의 타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영화다. 고니의 치기 어린 열정을 연기한 조승우의 열연에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이 더해져 대한민국 최고의 케이퍼 무비가 탄생한 셈. 거기에 최근 재평가된 곽철용의 명대사까지! <타짜>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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