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두더지쥐’를 알고 계시나요? 이름만 들었을 땐 두더지처럼 생긴 쥐가 연상되며 다소 혐오감을 주기도 하죠? 그런데 이 동물이 무병장수의 상징적인 동물이기도 하여 최근 의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유전자 중 93%가 인간의 유전자와 흡사하며 인간 수명을 2배 가까이 연장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신비의 동물 ‘벌거숭이두더지쥐’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두더지쥐, 어떻게 생겼을까?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동아프리카에 사는 설치류로, 지하에 굴을 파고 살고 온몸에 털이 없어 ‘두더지쥐’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두더지와는 연관이 없고 그냥 쥐의 일종입니다. 맨들맨들한 살결을 가지고 있고 길이는 8㎝ 정도에 불과한데요. 쭈글쭈글한 얼굴이 살짝 혐오감을 주고 입 밖으로 튀어나온 앞니로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800년이라는 긴 수명, 사실일까?
두더지쥐의 수명은 30년 내외로, 인간과 비교하면 인간 1명이 평균적으로 800년을 사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흔한 설치류인 햄스터 등의 수명이 주로 2~3년이고 길어봐야 5년인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장수 동물인 셈이죠. 노화에 따른 사망률을 적용받지 않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암에 걸리지 않는 신비의 동물
일반적인 설치류가 암 발생률이 높아서 암 연구에 실험동물로 사용되는 것과는 반대로 두더지쥐는 암과 노화에 내성이 있어 수명도 일반 설치류의 10배가량에 해당하는 30년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2013년 미국 로체스터대와 이스라엘 하이파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두더지쥐가 특이한 히알루론산을 만들어 세포가 잘 변형되지 않도록 막고 암세포도 잘 증식하지 않게 한다고 합니다. 자연적인 항암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 수명 연구 분야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동물입니다.
처음 태어난 상태 그대로,
늙지 않는 불변의 동물
IT 기업인 구글에서는 인간의 수명을 500년까지 늘리겠다며 연구를 추진한 바 있었는데, 이때 연구대상이 된 동물이 바로 벌거숭이두더지쥐입니다. 두더지쥐의 늙지 않는 비결을 밝혀내 인간의 수명 연장에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인간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과 반대로 늙지 않고, 아프지 않으며, 통증에도 둔감하여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개미와 같은 집단생활
두더지쥐는 많게는 300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함께 같은 굴에서 살아가며, 포유류이지만 한 마리의 여왕과 땅굴을 지키는 병정들, 굴을 파고 먹이를 찾아오는 일을 하는 일꾼들의 계급 체계로 이루어져 있어 개미와 비슷합니다. 여왕은 일꾼들보다 몇십 년 장수하며 새끼를 낳아 개체를 유지합니다. 자신의 아들 중 가장 건강한 개체와 교미해 자식들을 끊임없이 낳게 되고 수컷들은 단명하게 되죠. 여왕이 아닌 다른 무리의 암컷들은 절대복종의 의미로 스스로 호르몬을 조절하여 일시적으로 불임을 만들어버린다고 하니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죠?
사투리를 쓴다는데?
두더지쥐도 인간처럼 집단마다 고유의 사투리를 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개미와 같은 집단생활을 하는 탓에 의사소통이 매우 활발하다는데요. 독일의 분자의학연구소(MDC)에 따르면 각각의 두더지쥐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목소리에 근거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습니다. 즉, 그들만의 고유한 사투리를 쓴다는 사실!
두더지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두더지쥐는 캡사이신이나 산에 의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데, 독일 분자의학센터 연구진에 따르면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TrkA’ 단백질을 이루는 일부 아미노산에 변형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두더지쥐는 열악한 지하 환경에서 여러 마리가 붙어살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게 이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두더지쥐의 청력은?
일리노이대학의 토머스 파크 교수는 두더지쥐가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인간이라면 보청기를 껴야 할 만큼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고 하는데, 두더지쥐는 소리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하기 때문에 당시 연구 결과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연구진들은 두더지쥐들이 좁고 시끄러운 굴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귀를 보호할 방법이 필요해서 그에 맞게 진화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산소 없이 18분이나
버틸 수 있는 능력!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들은 해당작용이라는 다단계 과정을 통해 포도당을 분해함으로써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해당작용은 산소를 필요로 하며, 산소가 없으면 젖산과 같은 부산물이 축적되어 해당작용의 첫 단계가 저해됩니다. 그러할 경우 저장된 에너지가 신속히 고갈되어 세포가 죽기 시작하는데요. 산소가 결핍된 두더지쥐에게 일어난 화학변화를 살펴보면, 과당과 설탕의 혈중농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여 이를 연료료 사용한다고 독일 분자의학센터의 르윈 박사가 밝혀내었습니다. 이 사례에서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진행되는 동안 과당경로를 활성시킬 수 있다면 인간의 골든타임도 유의미하게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뛰어넘어 200세,
300세까지 장수하는 시대가 올까?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몇몇 유전자는 장수와 항암 능력에 특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정 유전자는 세포의 노화에 따라 그 길이가 짧아져 수명을 조절하는 텔로미어에 특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들 두더지쥐의 뇌와 간, 신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전자 게놈을 분석한 결과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포유류의 다른 유전자와는 달리 20년이 지나도 태어난 직후와 거의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기술이 발전하여 인간에게도 적용되어 200세, 300세까지 장수하는 날이 올까요?
글 : 전신영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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