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음식만 조심한다고 알레르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처럼, 실내에는 다양한 알레르기의 원인들이 있다. 편히 쉬어야 할 집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이 사실은 어느새 몸을 공격하고 있는 것. 다양한 원인들을 살펴보면 이게 문제야? 싶을 정도로 사소한 것들도 많다. 알레르기별 관리 방법까지 꼼꼼히 살펴서 재채기와 간지럼증에서 탈출하자.
에어컨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 에어컨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가전제품이다. 매장이나 회사는 물론, 최근에는 집에서 소형 에어컨을 방마다 두는 일도 많아졌다. 그런데 에어컨을 틀면 콧물과 재채기가 나는 경우가 있다. 에어컨이 유발하는 ‘한랭 알레르기’ 탓이다. 가장 흔한 에어컨 알레르기인 한랭 알레르기는 찬바람 때문에 코 안 면역계에 알레르기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 결과 콧물과 재채기, 피부에 두드러기 증상까지 유발하는 것. 게다가 에어컨 바람으로 집 안의 먼지와 진드기가 호흡기로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먼지 알레르기’, 에어컨 바람에 섞인 곰팡이가 몸에 들어오며 발생하는 ‘곰팡이 알레르기’까지. 무려 3가지의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에어컨,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원인이 분명한 만큼, 해결 방법도 분명하다.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인 22~26도를 유지해, 실내외 온도차를 줄이면 한랭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필터를 관리하고, 실내 환기를 규칙적으로 하면 먼지, 곰팡이도 줄일 수 있다고. 더운 여름 에어컨과 멀어지기 싫다면 일상에 약간의 노력을 더해보자.
향초와 인센스 스틱
최근 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초나 인센스 스틱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향기는 방에 특별한 분위기를 더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완화와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향초와 인센스 스틱은 건강에 치명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향초와 인센스 스틱을 태우는 과정에서는 재채기, 기침을 유발하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 게다가 향초, 인센스 스틱 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과 섞여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만약 당신이 향초를 켜는 날마다 꼭 재채기를 한다면? 호흡기 알레르기를 의심해봐야 하겠다.
향초나 인센스 스틱 외에도 향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에센셜 오일이다.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린 물을 실내에 두면 곧 은은한 향이 퍼진다. 허브의 효과로 알레르기 증상이 가라앉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향초나 인센스 스틱을 사용할 경우, 사용 후 환기를 시키거나 공기청정기로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것이 좋다. 향초 사용 전 심지를 짧게 자르면 미세먼지의 원인인 그을음을 예방할 수 있으며 직접 불을 피우지 않아도 향을 느낄 수 있는 캔들워머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침구
가장 편안하고 아늑해야 할 장소가 알레르기에 가장 위험한 곳이 된다면? 침대 위의 매트리스와 베개, 이불 같은 직물류는 실내 알레르기의 주된 원인이다. 바쁜 일상 때문에 세탁을 오래 하지 못하거나, 습한 날씨나 땀 등으로 오염된 침구류는 집먼지 진드기가 살기에 탁월한 환경을 제공한다. 진드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외부에서 묻혀오는 다양한 세균 또한 더러운 침구 속에서 번식한다. 이들이 호흡기에 닿거나, 피부와 접촉하면 우리 몸에 비염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침구,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몸에 직접 닿는 베개와 이불은 2주에 1번 정도는 세탁하는 것이 좋다. 세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펼쳐두고 자외선으로 소독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사용하지 않는 침구류나 직물로 된 쿠션, 장난감 등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봉제인형의 경우 어린아이가 자주 가지고 놀고, 입에 넣기도 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침구청소기를 사용하면 자외선 살균과 진드기 제거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집먼지진드기의 번식을 억제하는 알레르기 방지 이불도 판매되고 있다.
곰팡이
곰팡이는 낡고 더러운 집에만 생길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온도 조절이나 날씨에 따라 깨끗한 집에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것이 곰팡이다. 그런데 이 곰팡이는 단순히 미관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공기 중에 곰팡이 포자가 떠다니며 악취와 질병을 유발하는 데다 호흡기로 곰팡이 포자를 흡입하면 알레르기,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병을 얻을 수 있다. 심할 경우에는 천식 발작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진지하게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곰팡이 방지의 핵심은 철저한 위생관리다. 곰팡이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은 습하고 따뜻한 곳이다. 따라서 평소 습도와 온도 조절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물기가 많아 곰팡이가 쉽게 피는 화장실이나 주방을 조심하자. 화장실은 수분이 마를 수 있도록 항상 문을 열어두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한 후에는 물기를 꼼꼼히 닦아주는 것이 좋다. 만약 곰팡이를 발견한다면 제거제나 락스를 사용해 일찌감치 제거하도록 하자. 무엇보다도,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실내 공기를 순환하는 것이 곰팡이 예방에 가장 탁월한 특효약이다.
고무장갑
식사 후면 어김없이 산처럼 쌓이는 설거지. 이 설거지를 할 때, 손을 보호하고 주부습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무장갑 착용이 필수다. 하지만 고무장갑을 착용할 때마다 손에 뾰루지가 생기거나 가려움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원인은 고무장갑의 원재료인 천연고무, 즉 라텍스에 있다. 라텍스 알레르기는 라텍스를 직접 피부에 접촉하면서 발생한다. 대체로 피부 질환으로 나타나지만, 라텍스 제품에 묻은 라텍스 입자를 흡입할 경우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고무장갑 낄 때만 잠깐 뾰루지 좀 나는 게 어때서? 하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알러지 반응이 심한 경우에는 중증 알레르기 질환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나 호흡 곤란, 저혈압, 쇼크를 유발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라텍스를 활용한 베개 등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니 고무장갑만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바나나, 아보카도, 밤, 가지, 시금치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는 가능한 한 관련 제품 사용을 피하는 것이 답이다. 꼭 고무장갑을 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안에 면 장갑을 먼저 낀 후 착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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