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타투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조직폭력배들이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새겼던 분위기 흉흉한 일본식 타투 ‘이레즈미’나 터프한 ‘올드스쿨’보다 더 자주 보이는 것이 작고 아기자기한 감성 타투다. 그 외에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다양한 타투를 받을 수 있는 샵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기를 얻는 총천연색 개성의 타투이스트들을 살펴보자.
SOL(@soltattoo)
세밀화타투의 시초격인 타투이스트 ‘솔’. 조소과 재학 중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학업과 학비 마련을 병행하기 위해 전공을 응용한 타투를 시작했다고 한다. 피부에 조각을 하듯 한 땀 한 땀 수놓아진 섬세한 터치와, 수채화처럼 은은한 파스텔톤의 색감은 타투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섬세한 명화 모작 작품은 감탄만 나온다. 예쁜 그림에는 관심이 있지만 몸에 타투를 직접 새기는 데 거부감이 있다면 상시 판매되는 솔의 타투 스티커로도 만나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파과(@pagwa_tatto)
꽃과 식물은 컬러 타투에 자주 사용되는 주제다. 타투이스트 파과는 이들을 오일파스텔로 몸에 큼지막하게 그린 듯 진하고 선명한 작품을 선보인다. 선명한 원색으로 수놓아진 형형색색의 꽃과 식물, 열매와 곤충들은 자연을 몸 위에 그대로 얹은 듯 싱그럽다. 대체로 큰 사이즈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물의 꽃을 보는 것처럼 어디에서나 돋보일 듯하다. 식물뿐만 아니라 주문에 따라 반려동물, 캐릭터, 풍경 등 다양한 도안을 제작하고 있으니 도안과 피드를 구경하면서 나의 취향을 찾아보자.
Mio(@cochlea1313)
신비로우면서도 위험한, ‘고딕’ 스타일을 피부 위에 힙한 일러스트로 풀어낸 ‘mio’. 독보적인 일러스트작업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타투이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검은색, 어두운 붉은 색 잉크로 새긴 요정과 괴물 사의 오묘한 존재들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환상적이고 기이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뱀, 뼈, 눈알 등 타투에서 자주 활용되는 그로테스크한 오브제를 새긴 작품 또한 다른 작가와 차별화된 분위기를 선보인다. mio의 일러스트에 반했다면 작가의 타투와 함께해보는 것도 좋겠다.
귀영(@gyeong_.tt)
한국의 아름다운 자수, 단청을 내 몸 위에 새길 수 있다면 어떨까? 타투이스트 귀영은 한국화, 한국공예의 아름답고 화려한 요소에서 모티브를 얻는다. 한국적인 무궁화나 단청 도안은 다른 타투이스트들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자수의 결을 하나하나 살린 독특한 감각은 여기뿐이다. 자수뿐만 아니라 자개의 오묘하고 고급스러운 색감 또한 타투로 다시 태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전통을 살려서 더 힙한 자개 디자인은 기업과의 콜라보를 통해 색다른 매력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브라운피넛(@brownpeanut)
인도 여신처럼 오묘하고 비밀스러운 무늬로 온 몸을 가득 채우고 싶다면, 타투이스트 브라운피넛의 계정을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검은색 잉크로 새겨낸 촘촘한 기하학 패턴들은 몸통, 팔, 손과 발 할 것 없이 눈길을 끄는 파워풀한 매력을 발산한다. 타투로 과감한 도전을 하면서도 고풍스럽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살리고 싶다면, 다양한 색상의 이미지보다는 흑백이 주는 선명한 라인을 선호한다면 단연 추천한다. 부위 전체를 덮은 작업도 멋지지만, 패턴의 한 부분을 조그맣게 새긴 작업도 많다.
장바림(@jangbarim)
한국의 미를 피부 위에 표현하는 타투이스트들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타투이스트 장바림의 작업은 민화 속의 동물들에 집중한다. 커다란 몸을 웅크린 호랑이와 용부터, 귀여운 토끼와 개 모두 한국의 민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소들이다. 용과 호랑이 등은 기존 타투에서도 자주 사용된 주제이지만 고전적인 특징을 살린 장바림의 작품에는 우리 조상들의 은은한 멋과 기품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스타그램 포트폴리오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민화의 멋을 느낄 수 있으니 반드시 방문할 것.
SEA(@leese_a_)
꽃은 타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자기만의 해석으로 아름다운 꽃들을 펼쳐놓았지만, 선명하고 존재감 강한 꽃을 원한다면 타투이스트 SEA의 작업을 추천한다. 다채로운 색감과 뚜렷한 윤곽선은 가지각색의 꽃들로 몸을 장식한다. 달, 하트, 구름 등의 요소들과 함께 구성된 꽃들은 각각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어떤 도안을 골라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서울에 작업실이 있지만 타지역으로 게스트워크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작가니 기대감을 가지고 피드를 자주 확인할 것.
혠(@hen_tattoer)
톡톡 튀는 작품을 내 피부 위에 간직하는 방법은? 타투이스트 ‘혠’을 찾아가면 된다. 혠은 일상속의 사물, 동식물, 풍경까지 자신만의 기하학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한다. 원색의 선과 도트, 도형들을 재구성한 그림들은 한 점의 팝아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감각적이고 독보적인 스타일 때문에 그의 포트폴리오는 타투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감탄하며 감상한다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흐, 마그리트 등의 명화를 재해석한 작품은 큰 화제가 되었다. 개성표현을 넘어 특별한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이 타투의 매력 아닐까?
HANNN(@heyhey_diary)
위압적인 타투를 넘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아름답고 귀여운 타투가 성행하는 이 시대, 타투이스트 ‘HANNN’의 작품은 무척 유혹적이다. 테두리가 없는 원색의 귀여운 일러스트들을 보고 있으면 내 취향에 맞는 캐릭터 하나 쯤 분양받아가고 싶기 때문. 테마별 도안도 있지만,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받은 이모지를 새롭게 해석해 도안을 제작하는 과정 또한 흥미진진하다. HANNN의 도안들은 지금 당장 문구류나 엽서에 사용해도 될 만큼 치명적인 귀여움을 발휘하는데, 실제로 작품을 활용한 의류, 패브릭포스터 등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라겸(@ragyeom_tattoo)
타투이스트 ‘라겸’은 조금은 낮선 전통과 이야기를 타투로 그려낸다. 그의 도안은 누구나 절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탱화, 중국의 제비 연, 고전 명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가느다란 붓으로 그린 듯 정성스럽고 꼼꼼한 작업물은 타투가 아닌 피부 위의 작품을 보는 듯 경건함마저 감돈다. 전신을 감싸는 대형타투부터 미니타투까지 폭넓게 작업하는데다, 도안의 주제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의 스타일 또한 놀랍다. 하나의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도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향으로 타투를 완성하는 탓일까, 포트폴리오 하나하나 경건한 분위기가 풍기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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