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래전부터 음악을 즐겼지만,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모두 이어폰의 등장 덕분이다. 운동을 할 때, 출근을 할 때, 소음을 피하고 싶을 때 우리는 이어폰을 착용한다. 그런데 이 이어폰이 최근 젊은 세대들의 청력 저하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내 귀 건강을 지키면서 이어폰을 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멀쩡한 이어폰을 버리는 대신 이 글을 읽고 생활습관을 고쳐보자.
뭐라고? 안 들려! 젊은 세대의 난청
이제는 노인들은 귀가 어둡다는 통념을 버릴 때가 됐다. 노인들이 귀가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젊은이들 또한 귀가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난청 증상을 보이는 20, 30대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를 보면, 2015년 난청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5명 중 1명이 30대 이하로 밝혀졌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젊은이들의 난청’이라고 불리는 소음성 난청 환자 중 38%가 30대 이하라고 한다. 이는 60대 이상의 17%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다.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젊은이들의 난청은 점점 증가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중이다.
아직 노화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왜 난청이 나타나는 것일까? 젊은 세대 난청의 이유로는 스트레스, 이어폰 사용, 지속적인 소음 노출 등 다양한 요인들이 꼽힌다. 이들 중 단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작용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현대인의 고질적인 문제들이다. 시끄러운 환경에 노출되며 다양한 문제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은 지친 영혼을 치료하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문제는 그 이어폰마저도 위험하다는 데 있다.
소음성 난청과 그 원인
음의 세기를 측정하는 단위, 데시벨(㏈)은 우리 귀를 자극하는 소리의 세기를 알려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나지막한 말소리는 40㏈, 평범한 대화는 50~60㏈ 정도다. 이 정도의 생활소음은 우리 귀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 반면 우리가 시끄럽다고 느끼는 공사장은 80㏈ 이상이며, 굴착기 작업 소음을 1m 안에서 들을 때는 90㏈ 정도다. 이 90㏈ 이상의 소리에 8시간 이상 노출되면 청력 저하의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은 어떨까? 볼륨을 최대로 높이면 100㏈이 넘는다고 한다.
직업이 아닌 이상 하루 종일 음악을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잠깐의 음악 감상 정도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100㏈ 이상의 소음에 하루 2시간 이상, 115㏈ 이상의 소음에 하루 15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청력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실험 대상자들에게 헤드폰으로 높은 볼륨의 음악을 세 시간 들려준 결과, 절반 정도가 일시적인 난청을 겪은 것을 확인했다. 청력은 24시간 안에 회복되었으나 이것이 반복될 경우 영구적인 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반복적인 소음 노출로 청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소음성 난청’이라고 한다.
이어폰이 뭘 잘못했다고?
난청의 주범 이어폰
난청은 달팽이관이 큰 소리에 자주 노출됨으로써 청신경과 청세포가 망가지며 발생하는 증상이다. 다시 말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큰 소리를 듣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어폰으로 큰 소리를 듣지 않으면 되는 문제 아닌가?
하지만 우리가 이어폰을 사용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음악 그 자체를 감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외부의 소음과 나를 단절하기 위해 음악을 듣기도 한다. 특히 번잡스러운 출근길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는 사람은 무척 많다. 이동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음악뿐만 아니라 게임, 영상 감상 등으로 나만의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하철, 버스처럼 소음이 심한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면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부 소음이 심해질 때마다 자연스럽게 볼륨을 높여 음악소리를 키우게 된다. 그 결과 높은 데시벨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면서도 이를 무감각하게 느끼는 것이다. 특히 귀 속에 삽입하는 형태의 이어폰을 착용하면 외이의 압력이 높아지는데, 이 상태에서 소리가 전달될 경우 고막에 상당한 충격을 주게 된다. 특히 편안한 착용감과 외부 소음 차단 기능으로 애용되는 커널형 이어폰은 깊이 삽입되는 만큼 위험도 크다.
이어폰, 운동할 때 특히 주의하자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산책로를 달리는 모습은 스포츠웨어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다. 실제로 조깅처럼 혼자 운동하는 경우,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과 뉴스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운동 중에야말로 이어폰 사용을 특히 자제해야 한다.
운동을 하는 동안 우리 몸은 체온이 높아지고 땀을 배출하는데, 귀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귀의 땀 배출이 잘되지 않는다. 땀은 외이도 부분의 염증을 유발하는 데다 외부 공기까지 차단해 증상을 악화시킨다. 외이도염은 귀 안이 가렵고 먹먹하며,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알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청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과거 외이도염의 주요 원인은 수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어폰 사용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따라서 운동할 때 음악을 듣고 싶다면 가급적 블루투스 스피커나 골전도 이어폰 등 귀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어폰을 사용할 경우 땀이 나는 격렬한 운동보다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을 권한다.
이어폰과 이별할 수 없다면
해야 하는 일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는 시력과 달리, 청력은 소음이 없는 곳에 있어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또한 시력 저하는 쉽게 체감할 수 있지만, 소음성 난청은 주파수 4㎑ 이상의 높은 음부터 들리지 않게 되므로 처음에는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청력 저하가 계속되며 1~2㎑의 주파수까지 듣지 못하게 된다면 대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청력 저하를 체감했을 때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평소 귀를 보호할 수 있는 생활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볼륨의 크기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만큼은 평소보다 볼륨을 낮추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또한 하루 이어폰 사용시간이 2~3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커널형 이어폰보다는 오픈형 이어폰이나 골전도형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어폰의 기능 또한 청력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인기가 높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경우, 바깥 소음을 줄여주는 기능이 있어 귀에 무리가 갈 만큼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의 추천까지 받은 아이템이라니 참고하자.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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