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8개월 남짓 남은 대선을 앞두고 여권과 야권 모두에서 대선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정치권의 인사들이 연이어 출마 선언을 하는 작금, 여권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이야기되는 인물로는 현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지사를 꼽아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1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지사의 제20대 대선에서의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SWOT)를 분석해보았다.
강점(Strength)
추진력과 위기 대응력, 그리고 언론 친화력
이재명 지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누구나 추진력을 꼽을 것이다. 성남시장을 역임하던 당시에도 그가 이름값을 높였던 데에는 물불 가리지 않는 업무 추진력이 한몫했다. 혐오시설로 꼽히던 성남 모란시장의 개고기 시장을 폐쇄하고,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로도 배달앱 독과점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공공앱 서비스를 직접 진행하고, 코로나19 발생 당시에는 선제적으로 지역화폐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경기도 공공의료원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진행하고, 신천지로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신천지 본부로 찾아가 강제조사를 지휘하는 등의 빠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러한 행보에 대해, 당시 정치권의 대응에 답답함을 느끼던 대중들에게 매체들이 나서서 그를 ‘사이다’라며 치켜세웠다는 점이다. 긴 시간 많은 공을 들여 언론 친화력을 높인 점은 여권 인사들에게서는 발견하기 힘든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약점(Weakness)
국회의원 경험 전무, 복잡한 가정사, 그리고 안티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긴 정치 이력 동안 국회의원 경험이 전무하다. 정치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정무적인 감각을 국회의원 경험을 통해 판단하는 경향성이 있다. 그렇기에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권주자들이 총선에 출마해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2010년 제19대 경기도 성남시장을 시작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국회의원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이력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남시장 당시부터 그의 발목을 잡았던 복잡한 가정사도 그가 가지고 있는 큰 약점이다. 실제로 당내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그의 형, 형수 관련 가족사에 대한 쟁점이 다시 떠오른 바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지금까지의 다소 급진적인 행보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안티팬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점은 그의 가장 큰 약점이다. 그는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도 많은 안티팬을 보유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기회(Opportunity)
높은 여권 지지율, 대권주자들의 연이은 탈락
지난 대선 당시만 하더라도 여권 내에서 이재명 지사와 함께 유력 대권후보로 꼽히는 이들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여러 안타까운 사건들로 인해, 현재 지난 대선의 잠룡 중 남은 유일한 주자가 이재명 지사가 됐다. 이번 정권 내내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혔던 이낙연 의원 또한 사면 발언을 계기로 많은 여권 성향의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상황이다. 이재명 지사가 어느덧 여권 내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다른 여권 대선주자들의 탈락의 영향도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전 세계적인 창궐의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성공적인 방역을 이뤄낸 국가다. 이로 인해 현 대통령의 지지율도 정권 말기임에도 불구하고 높게 유지되는 상황이다. 지지율과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여권과 야권 모두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기에, 내년의 대선은 단독후보로 선출될 경우 현 정부의 지지율을 그대로 등에 업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Threat)
결집하는 야권, 등을 돌리고 있는 MZ세대
이재명 지사가 정치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로는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 SNS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며 주목을 받았던 그이기에, 상대적으로 그의 지지층 또한 지난 대선까지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 집중된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MZ세대에게 이재명 지사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국민의힘에 비해, 이재명 지사의 지금의 이미지는 더는 젊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그의 원동력이었던 2030 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다시금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대선의 패배를 경험한 야권의 결집 또한 매섭다. 방역과는 별개로,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으며 또한 많은 매체들이 이를 주제로 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이다. 정권 심판론은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못지않게 앞으로도 드세질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야권의 결집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결집한 야권을 상대로 이재명 지사가 그만큼 여권을 결집시킬 능력이 있느냐는 화두는 항상 그의 뒤를 따라다닐 것이다.
SWOT 분석, 여권의 결집력을
보일 수 있는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이미 이재명 지사는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혀왔으며, 또 적극적으로 미디어에 스스로를 내비쳐 왔기에 별도의 브랜딩이 필요 없을 만큼 이미지 메이킹은 충분히 돼 있는 상태다. 기나긴 ‘사이다’ 행보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왔으며, 미디어 노출을 통해 복잡한 가성사를 거리낌 없이 언급하면서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왔다. 문제는 그럼에도 아직 이재명 지사라는 인물이 여권의 지지를 결집시킬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경력도 없고 이번 정권 동안에도 수시로 정권과 각을 세운 적이 있기에, 여권 지지자들에게 이재명은 온전히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인으로 보기에는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의 유명세로 인해 중도층을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인물인 점은 분명하다. 그간의 행보에 미뤄서, 그가 여권의 의사와는 다른 의견을 개진한다고 해서 비난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재명 지사가 여권 인사들 중에서 정권 심판론을 가장 잘 흘릴 수 있는 인물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성공적인 방역으로 인해 높아진 여권의 지지율을 그가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확장성이 높은 만큼, 그가 속한 진영 안의 무시할 수 없는 안티 이재명 세력이 그의 관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권의 대권주자인 이재명 지사의 가장 큰 숙제는 ‘여권의 결집력이 있는 후보’로 거듭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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