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편견 없이 순수한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본다. 어른들은 깜짝 놀라고 기겁할 벌레들조차 귀여운 친구라 부르며 다가가고 서슴없이 만져보기도 한다. 특히 비 오는 날 유독 많이 보이는 공벌레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벌레 중 하나다. 만지면 공처럼 동그랗게 웅크리는 모습이 귀엽다며 수십 마리를 잡기도 하고, 집에서 키우겠다며 채집통에 담아 들고 오기도 한다. 과연 이렇게 공벌레를 만지고, 키우도록 놔둬도 괜찮은 것일까?
공벌레란
공벌레는 돌 밑이나 축축한 낙엽 더미에 사는 쥐며느리의 일종이다. 머리, 일곱 마디로 된 가슴, 다섯 개로 된 배로 나뉘며 더듬이도 있다. 이러한 벌레를 등각류라 하는데, 특히 공벌레는 만지면 몸을 동그랗게 공처럼 말 수 있다는 점에서 흔히 헷갈리는 쥐며느리와 구분할 수 있다.
다양한 공벌레의 종류
공벌레도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우리나라에 사는 대표적인 공벌레는 공벌레(Armadillidium vulgare)와 큰이마공벌레(Armadillidium nasatum)다. 큰이마공벌레의 뿔이 좀 더 크다고 하지만, 워낙 크기도 작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렵다. 이 외에도 하얀 빛깔의 매직포션공벌레(Armadillidium vulgare)나 얼룩말 무늬의 제브라공벌레(Armadillidium maculatum zebra)와 같이 다양한 색과 무늬의 공벌레들도 있다.
공벌레의 먹이
공벌레는 낙엽, 바위, 통나무처럼 어둡고 습한 곳에서 살며 썩어가는 과일껍질, 잎과 나무, 식물의 뿌리줄기, 이끼, 곰팡이와 같은 유기물을 먹고 산다. 다른 동물의 배설물이나 자신의 배설물을 먹기도 하고, 썩은 동물의 살을 먹거나 토양에서 중금속 침전물을 먹기도 한다. 만약 집 안에서 공벌레가 발견된다면 나무 문이나 문턱 등 무언가가 부식되거나 썩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공벌레와 쥐며느리 차이
공벌레는 동그랗게 몸을 말 수 있고, 쥐며느리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점 외에도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쥐며느리는 등껍질이 공벌레에 비해 좀 더 얇으며, 쥐며느리의 더듬이는 공벌레보다 좀 더 길다. 또한 쥐며느리는 꼬리다리 한 쌍이 눈에 띄게 뒤로 돌출되어 있지만 공벌레는 꼬리다리가 꼬리 마디를 넘어서지 않고 꼬리와 하나처럼 양옆에 붙어있다.
공벌레, 만져도 될까
공벌레, 그리고 공벌레와 비슷한 쥐며느리 모두 사람을 물지 않는다. 그래서 만져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이 때문에 집에서 공벌레를 키우는 사람들도 꽤 많으며, 온라인에 검색하면 공벌레 분양 및 사육 방법에 대한 많은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분해자, 분해생물이란
공벌레는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담당하는 벌레다. 이 때문에 분해자, 분해생물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썩은 낙엽이나 썩은 식물, 썩은 고기 등등 거의 모든 것들을 먹고 이를 배설하며 이 배설물이 흙이 되어 식물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영양분의 역할을 한다. 자연의 순환 과정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는 생물이라 할 수 있다.
주의사항
공벌레는 화단에서 자주 보이긴 하지만 특별히 식물이나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주고, 흙 속에 공기가 잘 통하게 해주는 유익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개체가 과도하게 많아질 경우 연한 뿌리나 낮은 곳들에 위치한 잎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간혹 있다.
공벌레가 집에 나타났다면
집 안의 썩은 나무나 젖은 종이와 같이 습기 있는 물질을 없애면 공벌레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공벌레는 생존을 위해 습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습기가 없다면 약 2일 후 죽게 되기 때문이다. 부패한 모든 물건을 치우고 창문이나 벽의 균열 등을 잘 막아주며, 습기를 흡수해주는 규조토 등을 뿌려놓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공벌레 키우기
공벌레를 집에서 사육하는 것도 가능하다. 적당한 크기의 통을 준비하고, 환기를 위해 위쪽에 구멍을 뚫어준다. 구멍에는 망을 붙여 다른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바닥재는 흙이나 낙엽, 산란목 부스러기와 같은 습기가 있는 재료로 깔아주고 촉촉하게 적셔준다. 먹이는 깔아준 폐목이나 낙엽을 먹지만, 추가로 물고기 사료나 갑각류 사료, 채소, 버섯 등을 줄 수도 있다.
수명과 번식
공벌레는 수명이 약 3년으로 알려져 있다. 공벌레 사육은 난이도가 매우 낮은 편으로,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지내는 편이다. 짝짓기를 하고 나면 암컷은 가슴 아래쪽의 육아낭에 알을 품고 다니며, 육아낭 속에서 성장한 새끼가 육아낭 틈을 열고 빠져나온다.
글 : 임수정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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