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더운 날씨지만 날이 갈수록 우리나라의 여름이 더 더워지고 있다. 뉴스에서는 매년 ‘역대급 폭염’이라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여름이 오면 더위와 함께 또 하나의 불청객이 찾아오는데, 바로 모기다. 더운 여름이라 노출도 많아지는데, 모기의 습격이라도 받게 되면 더위에 가려움까지 더해져 더욱 힘든 여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묘하게도 요즘은 모기가 덜 극성스러운 느낌이다. 역대급 폭염이 모기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올 여름, 모기가 줄어들었다?
야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직업군이나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여전히 모기에 많이 물리겠지만, 그 이외에는 아마도 올해 모기에 물린 경험이 예년보다는 많지 않을 것이다. 기자 역시 올 여름 길고양이들을 가까이 보기 위해 아파트 화단에 들어간 날 발목과 종아리를 집중적으로 물린 것 이외에는 모기에 물린 경험이 없었으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끔 마주치던 일도 올해는 크게 줄어들었다. 혹한기에 ‘펭귄도 다 얼어 죽었다’거나 폭염에 ‘모기도 다 타 죽었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들이 진짜로 일어난 것일까?
▲너무 더우면 모기도 견디기 힘들까?
모기가 살아가기 위해서 수분이 필요하지만, 특히 태어나기 위해서는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인 물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고인 물에 낳은 모기의 알은 장구벌레로 자라 번데기가 된 후 성충 모기로 성장한다. 보통 연못이나 강 또는 대형 물통 등에만 알을 낳을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모기는 물웅덩이나 폐타이어, 플라스틱 통처럼 물이 조금 고여있는 곳에서도 산란과 성장이 가능하며, 화분 받침대와 같은 곳에서까지 살 수 있기 때문에 물이 조금만 고인 곳이라면 어디서든 모기가 서식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물속에 있는 모기 유충 (출처 : 위키백과)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전국 각지에 유문등을 설치해 모기를 채집한 후 개체 수와 종류, 감염병 발생 등을 조사하고 있다. 유문등은 일종의 포충장치로, 모기가 좋아하는 파장의 빛으로 유인해 주머니에 모기를 가두는 방식이다. 서울시 등 각 지역의 지자체 조사에 의하면 올해 모기 채집 수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경우 7월에 채집된 모기의 개체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가량 감소했으며, 충청북도의 경우 작년 동기 대비 약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를 채집하는 유문등 (출처 : 구리시보건소 홈페이지)
짧은 장마와 폭염,
모기에겐 악조건
이처럼 올해 모기의 발생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강수량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모기는 물이 있어야 산란과 성장이 가능한데, 예년에 비해 짧아진 장마로 강수량이 줄어들어 모기가 살아가기 위한 환경 조건인 물웅덩이가 많이 생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수량뿐만 아니라 높은 온도와 길어진 폭염도 모기에게는 좋지 않은 환경이다. 비가 내려서 만들어진 물웅덩이가 빠르게 말라버려 유충이 살아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강수량이 줄어들어 모기의 서식지도 줄어들었다
동남아 여행 시 쉽게 만날 수 있는 열대성 스콜과 비슷한 갑작스러운 강한 소나기가 최근 국내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돌발 폭우도 모기의 개체를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강수량이 많아지면 모기가 많아진다는데, 돌발 폭우는 왜 모기에게 악조건이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짧고 강하게 내리는 비로 인해 유충이 오히려 쓸려 내려가 버리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강한 소나기가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낭패가 되지만 이처럼 모기의 발생을 줄여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돌발 폭우는 모기 유충을 쓸어가 버리기도 한다
예년보다 더욱 강해진 폭염도 모기에게는 불청객이다. 온도가 상승하면 모기의 번식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모기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연구 결과 1도 상승에 약 27%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3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는 모기 성충의 활동이 둔화되며, 모기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 수명도 짧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위가 모기의 성장과 개체 수 증가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심한 더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셈이다.
▲30도 이상의 높은 온도는 모기의 활동성도 낮춘다
가을 모기도 조심해야
이처럼 올해 여름의 날씨는 모기에게는 악조건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가을과 겨울의 기온이 점점 오르고 있으며, 이러한 가을 날씨가 오히려 모기에게 여름보다 더 활동하기 좋은 여건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국내에서는 7월이나 8월보다 9월에 더 많은 모기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예로부터 가을 모기가 더 지독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가을에 발생하는 모기는 자칫 방심한 사람들을 공격해 일본뇌염이나 말라리아 등 질병을 옮기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높아진 가을 기온에 모기가 극성을 부릴 수 있다
가을 모기만이 아니라 겨울 모기도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모기가 기온에 상관없이 활동한다고 해도 겨울의 추운 날씨에는 활동이 어려워지는데, 추위가 오기 전 실내로 들어온 모기들은 따뜻한 실내 온도 덕분에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화조나 실내에 있는 물이 고인 곳에서는 겨울에도 번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며, 창문 사이나 창고 등 추운 곳에 갇힌 모기 성충이나 유충은 동면을 하면서 기다리다가 적당한 온도에 노출되면 다시 활동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절정의 더위가 지나갔다고 해도 주변의 물이 고인 곳과 방충망을 점검하고 모기 퇴치기나 살충제 등을 이용해 모기의 접근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여름이 지나도 모기의 차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글 : 원수연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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