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노래하는 화가 르누아르는 “아름다움은 영원하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이 명언은 때에 따라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추앙하는 미남, 미녀가 과거에는 추남, 추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미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는 것, 패션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사랑받았던 패션 아이템이 지금은 끔찍하게 느껴질 수 있다. 유행했을 거라 믿기 어려운 역사 속 패션 아이템에 대해 알아본다.
보석 치아
무려 2500여 년 전, 고대에서는 치아를 보석에 박는 보석 치아가 유행했다. 고대 마야인들은 보석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직접 치아에 이식했다고 알려졌다. 어느 인류학자에 따르면, 보석 치아는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나 치료의 목적보다는 미를 가꾸는 성형의 목적이 더욱 강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비슷한 유적에서 발견된 수천 개의 치아 샘플에서 이 같은 보석류를 발견했다고 알려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계 최고의 치과의사는 마야인이 아니었을까?
초핀
비율을 더욱 좋게, 다리를 더욱 길어 보이게 만들어주는 하이힐은 15~17세기 베네치아에서 탄생했다. 과거 유럽 사람들은 거리에 오물을 내다 버렸는데, 이러한 오물로부터 긴 드레스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하이힐, 이른바 ‘초핀’이다. 초핀의 높이는 웬만한 어린아이 키보다 높은 60㎝다. 초핀을 신고 걸으면 뒤뚱거리는 자세가 되는데, 이 모습을 섹시하다고 생각한 남성들로 인해 초핀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화분혜
사진 : tvN <문제적 남자>
유럽에 초핀이 있었다면, 동양 청나라에는 화분혜가 존재했다. 화분혜는 ‘고저혜(高底鞋)’ 혹은 ‘말발굽 바닥 신발(馬蹄底鞋)’로 불리기도 했다. 가장 낮은 굽은 14~16㎝, 가장 높은 굽은 25㎝로 추정된다. 화분혜는 나비, 화초 등 고풍스러운 자수와 장식으로 꾸며졌으며 밑바닥에 화분을 붙인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나라 만주족 귀족 여성들이 즐겨 신었다는 화분혜는 기품 있는 걸음걸이를 위해 제작됐다.
전족
약 1000년 동안 지속되었던 중국 여성들의 미의 상징, 전족이다. 중국에서는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발이 뚱뚱하면 반쪽 미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족으로 만들어진 작은 발이 미녀의 조건이었다. 당시 성인 여성의 발 크기는 주로 9㎝ 이하로 작은 발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발을 묶어 성장을 막았다. 이로 인해 여성들의 발가락은 부러지고 곪아 허물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잔인하고 기이한 풍습인 전족은 1950년대에 겨우 폐지됐다.
총알 브래지어
바디 포지티브 열풍이 거세지면서 현대에는 편한 속옷을 찾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1940~1950년대 할리우드에서는 총알 브래지어, 이른바 불릿 브라가 유행했다. 입으면 엄청나게 불편할 것 같은 불릿 브라는 포물선면 모양으로 가슴을 높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스웨터 안에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각에서는 여성을 남성의 성적 대상화에 머물게 한다며 거센 비난을 하기도 했다.
새부리 가면
언뜻 보기에 핼러윈 코스튬 의상처럼 보이는 새부리 가면의 실체는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한 의학적 복장이다. 17세기 흑사병이 만연했던 시기, 흑사병이 나쁜 공기로 인해 생긴다는 믿음에 근거해 새부리 가면이 생겼으며 주로 의료인들이 착용했다. 새부리 가면의 기다란 부리에는 오염된 공기로부터 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허브, 향신료가 채워져 공기를 정화해주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흑사병이 생긴 이유는 쥐들 속에 사는 벼룩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크리놀린
엠파이어 시대부터 빅토리안 시대까지는 여성의 신체를 인공적으로 변형하는 것을 매력적으로 생각했다. 이에 허리는 잘록하고, 밑단으로 갈수록 풍성하게 퍼지는 크리놀린이 크게 유행했다. 크리놀린은 스커트를 부풀려 풍성하게 만들어 허리를 상대적으로 잘록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19세기 불가리아 학자는 바람이 불면 크리놀린이 뒤집혀 위험에 빠지는 순간이 발생했고, 발밑이 안 보여 추락사하는 경우도 빈번했다고 밝혔다.
오하구로
예나 지금이나 미의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는 하얀 치아, 하지만 일본에서는 검은 치아가 미의 기준이었다. 고대 일본부터 메이지 시대까지, 즉 19세기까지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일본 화장법, 오하구로가 인기를 끌었다. 오하구로는 철을 술이나 식초에 넣고 수개월간 썩힌 후 치아에 바르는 것으로 일본의 미의 기준, ‘입이 작은 여자’에 맞춘 화장법으로 알려졌다. 오하구로는 아름다움과 결혼 후 헌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납 화장
납중독을 불러일으킨 최악의 화장법 ‘납 화장’을 아는가. 16세기 영국 귀족 여성들은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를 위해 납으로 화장을 했다. 당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엘리자베스 여왕도 흉터를 가리기 위해 납 화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하지만 납 화장은 피부 변색은 물론 두통을 일으키고, 체내에 흡수되면서 납중독 현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코르셋
악마의 복식이라 불리는 코르셋은 16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한 패션 아이템이다. 여성의 가냘픈 허리를 위해 처음 등장했으며 개미허리에 대한 열망은 점점 커지면서 19세기 부인들은 허리를 13인치로 유지했다고 알려졌다. 코르셋의 소재는 고래뼈, 철사 등으로 만들어지는데 기형적으로 허리를 조이다 보니 장기 손상, 타박상, 갈비뼈 손상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폐가 손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장기가 위로 쏠리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했다.
글 : 오혜인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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