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서 먹는 음식들의 레시피를 만든 사람은 과연 누굴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대부분의 요리는 사람들의 과감한 도전 끝에 만들어졌는데, 사실 알고 보면 또 많은 수의 요리들은 그저 ‘우연’에 의해 탄생하기도 했다.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거나, 혹은 그저 방치했을 뿐인데 어느새 맛있는 요리로 바뀌어버렸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 그저 운이 좋아 탄생한, 지금 우리의 식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우연히 발명된 요리들을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스 바
나무 막대기에 꽂혀서 얼려진 빙과류를 뜻하는 아이스 바는 여름철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바형 아이스크림은 주로 사카린과 향료를 넣은 물에 막대기를 넣고 얼려서 만든 것들이었으며, 진화를 거듭해 현재는 실로 다양한 형태의 아이스 바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처음 아이스 바를 만든 인물은 1905년 11세의 프랑크 엠퍼슨이라는 소년으로 전해진다. 그는 소다주스 재료를 섞다가 이를 젓던 나무 막대기를 그대로 주스에 넣어놓은 채 방치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추운 날씨로 인해 다음 날 소다주스와 함께 그대로 얼어버리게 되는데, 이것이 진화를 거듭해 지금의 아이스 바로 발전한 것이다.
초코칩 쿠키
미국의 매사추세츠주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던 인물인 루스 그라브 워크필드는 초콜릿 쿠키를 만들려다 초콜릿 파우더가 다 떨어진 것을 눈치채게 된다. 어떻게든 초콜릿 쿠키를 먹고자 했던 그는 가지고 있던 초콜릿을 작은 조각으로 부숴 넣으면 파우더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초콜릿 쿠키가 아니라, 쿠키에 초콜릿 조각이 박힌 ‘초코칩 쿠키’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감자칩
얇게 튀겨져 바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음식인 ‘감자칩’도 우연에 의해 탄생한 먹거리다. 1853년 미국 뉴욕에서 감자튀김의 두께가 너무 두껍다는 손님의 요구에, 요리사가 손님을 골탕 먹이기 위해 홧김에 얇게 썰어서 낸 감자튀김이 그 시작이다. 손님은 오히려 요리사의 얇은 감자튀김의 식감을 칭찬했고, 이로 인해 칩 형태의 감자 요리는 정식 메뉴로 등극하게 된다.
아이스크림 콘
밀가루로 만들어진 과자에 아이스크림을 올려서 먹는 아이스크림 콘은 새삼 이를 설명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일반화된 먹거리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떠서 먹는 게 아니라 과자에 올려서 먹는다는 과감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유난히도 더운 여름에 미국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가 그 아이디어가 실현된 곳이었다. 날씨 덕에 매출 호조를 보이던 아이스크림 매장에 제품을 담을 용기가 부족해지자, 옆 매장의 과자 판매점에 아이스크림을 올려서 제공할 수 있는 ‘과자 용기’를 의뢰한 것이 아이스크림 콘의 시작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토마토 케첩
케첩의 시작은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인들은 당시 절인 생선과 향신료를 섞은 소스를 요리에 사용했는데, 이것을 영국 탐험가가 접하면서 유럽으로 전파되게 된다. 초기에 이 소스는 버섯을 주된 재료로 삼고 있었는데, 다양한 재료가 여기에 더해지고 또 빠지면서 19세기 초에는 미국에서부터 토마토를 여기에 첨가하기 시작했다. 케첩이 지금처럼 토마토를 주된 재료로 삼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로 전해진다. 케첩이란 단어는 푸젠성 방언으로 생선으로 만든 소스를 의미하는 ‘꿰짭’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샌드위치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영국 귀족의 작위명에서 유래한 사실은 흥미롭다. 영국의 존 몬태규 4대 샌드위치 백작은 카드 게임을 좋아했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식사할 시간조차 아껴가며 할 정도였다. 그는 카드 게임을 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빵 사이에 고기와 채소를 넣은 식사를 생각해냈고, 자신이 생각한 음식을 하인에게 주문해 먹자 다른 이들도 이를 따라 하게 된다. 그때 그들이 이야기하던 “샌드위치와 같은 걸로 달라”는 주문이 곧 음식명으로 굳어지면서, 지금의 ‘샌드위치’라는 이름의 음식이 탄생한 것이다.
코카콜라
일종의 도시전설화된 이야기 중의 하나가 ‘코카콜라의 레시피’다. 코카콜라의 레시피는 대중에게 절대로 공개되지 않으며, 관계자들에게만 은밀하게 거래된다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돌다 정착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신비한 맛을 내는 코카콜라는 원래 소화제였다. 와인에 함유되어 있던 소화제를 사람들이 알코올 때문에 마시지 못하자, 와인 대신에 탄산수를 첨가해 만들어낸 것이 지금의 ‘콜라’로 기록되고 있다. 개발 당시의 콜라는 첨가물 없이 순수하게 코카잎 추출 성분과 콜라나무 껍질 원액, 탄산수로 만들어졌으며, 후에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첨가물이 더해지며 지금의 맛을 내게 됐다.
요구르트
발효될 정도로 방치된 우유를 먹어보자고 처음에 생각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요구르트의 역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목동들이 방치된 우유를 두려워하지 않고 먹어본 것이 그 시작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요구르트라는 단어는 고대 터키인의 말에서 파생된 것으로 전해지며, 고대 페르시아와 아랍 유목민들이 즐겨 먹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우스터소스
서양 요리의 필수 재료로 꼽히는 우스터소스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소스가 아니다. 영국의 약사였던 존 윌리 리와 윌리엄 헨리 페린스는 약국 지하실에서 기존의 레시피를 이용해 여러 소스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대부분의 소스들이 야심 찬 시도에도 불구하고 맛이 너무 강해, 결국 이들은 실험을 포기하고 실험하던 소스 통을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그로부터 2년 뒤, 창고를 정리하던 이들은 버리려던 통 중 하나의 뚜껑을 열었고 거기에서 훌륭하게 숙성된 우스터소스를 발견하게 된다.
밀면
굵고 탄성이 강한 면발을 가지고 있는 요리인 밀면은 부산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 밀면의 역사는 비교적 짧은데, 첫 시작은 6·25 전쟁 때였다. 전쟁으로 인해 냉면 식자재가 귀해 구할 수 없었던 부산 지역에서 메밀 대신 미국의 원조를 받은 밀가루를 써서 냉면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요리해본 것이 지금의 ‘밀면’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냉면과 뿌리를 같이하지만 부산 지역 특유의 매운맛이 더해져, 지금은 별도의 요리이자 부산 명물로 취급되고 있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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