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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만 열면 불면증이 줄어드는 신기한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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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소형 박스를 우리는 ‘오르골’이라고 부른다. 길이가 다른 금속판을 음계순으로 달고 가시 같은 바늘을 부착해, 이를 튕기는 디스크를 부착해 회전시키면서 소리를 내는 구조의 박스다. 고전적인 악기인 오르골은 그 특유의 청아한 소리가 매력적이어서, 지금도 끊임없이 가공되고 발전되고 있다. 과연 오르골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지금까지 어떤 발전사를 겪어왔을까. 매력적인 음색을 품고 있는 오르골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해보고자 한다.

 

 

중세 유럽 교회의 시계탑에서 유래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의 시계탑 종소리가 사람들의 시계였다. 하지만 16세기가 되자 태엽이 발명되고 이어서 시계가 발명되자, 이제 사람들은 시간을 알기 위해 교회 시계탑을 바라보지 않아도 됐다. 개인의 것이 된 시계에 교회 시계탑에서 나는 것과 같은 종소리를 나게 하고자 개발된 기술이 바로 최초의 오르골로 기록되고 있다.

 

 

18세기 말 스위스의
시계 장인에 의해 탄생

 

18세기 말 제네바의 시계 장인인 ‘앙투앙 파브르’가 금속 조각을 활용한 자동 연주 장치를 고안하게 된다. 핀이 금속을 쳐서 멜로디를 연주하는 이 기술은 19세기 실린더 오르골의 대유행을 일으키게 된다. 이 유행의 정점에 선 곳이 현대까지 이어지는 ‘루즈’라는 이름의 스위스 회사였다. 이곳은 1886년 스위스 알프스산맥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 산크로아에서, 아버지가 시계 제작가였던 알버트 루즈라는 인물이 설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으로 돌려 소리를 낸다는
오르겔에서 유래

 

오르골은 네덜란드어인 ‘손으로 돌려 소리를 낸다’는 오르겔에서 유래한 단어다. 오르겔은 큰 규모의 성당이나 교회에서 지금도 볼 수 있는, ‘악기의 교황’이라 불리는 파이프오르간을 일컫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오르골은 네덜란드어 오르겔에서 파생된 단어로 표기하고 있으며, 현재 오르겔이 아니라 오르골로 표기하고 있는 것은 ‘관용에 따른 표기’로 정의하고 있다.

 

 

영어로는 뮤직박스

 

영어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오르골이라는 표현은 사실 일본어의 발음(오르고-루)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영어로는 오르골도 오르겔도 아닌 ‘뮤직박스’라는 명칭이 주로 사용된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도 오르겔 대신 Spieldose, Speeldoos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직역하면 ‘연주 음악 통’이라는 뜻으로 뮤직박스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오르골의 위기와 부흥

 

한때 오르골은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킨 바 있다. 스위스에서는 국가의 기간산업으로까지 발전했지만, 축음기의 발명, 제1차 세계대전, 대공황 등으로 인해 산업 자체가 사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주둔한 미군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다시금 부흥기를 맞게 된다. 현재까지도 오르골은 열광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유니크 아이템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실린더식 오르골

 

오르골의 구동 방식은 다양하다.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방식은 ‘실린더식’인데, 이는 돌기가 박힌 원통형 부품이 건반을 치는 형식으로 돌아가는 오르골이다. 가장 실용적이며 가격적으로 합리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실린더식 오르골이지다. 하지만 원통형 부품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오르골의 멜로디는 바뀌지 못하며, 원통의 표면이 작다면 짧고 단조로운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는 형태로밖에 구현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디스크식 오르골

 

디스크식 오르골은 원통을 원판의 디스크로 바꾼 형태다. 디스크가 돌아가면서 바늘을 튕기고, 이를 통해서 소리와 멜로디가 탄생한다. 디스크를 교환하면서 여러 종류의 멜로디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실린더식에 비해서는 필연적으로 제품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곡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디스크가 커져야 하는 형태이기도 하다.

 

 

천공 리더식 오르골

 

천공 리더식 오르골은 이 방식이 개발되기 전까지 오르골이 가지고 있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한 형태다. 구멍이 뚫린 부분에 맞는 음계의 막대가 튕기면서 소리를 내는 원리의 오르골이다. 종이 악보를 바꿔가면서 다양한 멜로디를 들을 수 있으며, 자신의 원하는 악보를 만들어서 오르골의 멜로디로 만들 수도 있는 범용성을 갖춘 방식이다.

 

 

시대에 따른 오르골 방식의 변화

 

오르골이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질 때에는 향수통, 펜던트 등에 내장된 실린더식의 간단한 장치가 대부분이었다. 1880년대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한 때는 디스크식 오르골이 발명되고 또 인기를 누렸으며, 천공 리더식 오르골이 개발되면서 절정을 맞게 된다. 지금도 천공 리더식, 디스크식 오르골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액세서리로서의 의미가 강화된 현재는 실린더식 오르골이 주로 소비되는 추세다.

 

 

오르골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

 

오르골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청아한 음색은 사람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지며, 불면증, 우울증, 두통의 치유 효과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인 기계음과는 달리 매력적인 파장을 가지고 있어, 고주파와 저주파를 통해 뇌가 쉽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도 오르골 소리는 듣고 있자면 그저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누군가 만들어낸 단조로운 멜로디건, 자신이 직접 힘들여 악보를 쓴 천공 방식의 복잡한 멜로디건 말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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