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유튜브 <빅페이스>
‘101번지 남산돈까스’라는 이름의 매장은 커다란 돈가스에, 느끼함을 달랠 수 있는 고추를 함께 제공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체인점이다. 이곳은 전국 50여 개 이상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으며, 본점은 서울 남산 소파로 101에서 영업 중이다. 이곳은 체인점 이름에 ‘Since 1992’를 기재해, 1992년부터 계속 영업 중인 원조 남산돈까스 매장이라는 점을 주된 세일즈 포인트로 내건 곳이었다.
논란의 소파로 101번지,
그곳의 남산돈까스
▲체인점을 모집 중인 101번지 남산돈까스 프랜차이즈
서울 남산 소파로 일대에는 많은 돈가스 매장이 ‘남산돈까스’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것이 101번지에 위치한 매장이었다. 처음 103-1번지에서 영업을 시작하던 때는 특별한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아니었고, 돈가스의 느끼함을 중화시킬 수 있는 큼지막한 고추를 제공한다는 점이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매장이 101번지로 옮긴 후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성업을 했던 가장 큰 비결은 입지 조건, 그리고 긴 업력으로 꼽힌다. 1992년부터 긴 시간 영업을 해온 돈가스 매장이 지역의 명소로 알려졌고, 남산을 찾는 많은 이들이 등산의 마지막 코스로 이곳을 택했던 것이다.
지금의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1992년부터 사업을 했던 건 소파로 23번지의 원조 남산돈까스
문제는 현재 이곳을 차지하고 있으며 체인점 사업까지 하고 있는 사업자는 최초 1992년부터 영업을 한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의 위치에서 영업 중인 사업자는 2011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101번지 건물의 건물주다. 원래 사업을 하던 남산돈까스 사업자는 쫓겨나, 소파로 23번지로 영업장을 옮겨 ‘원조 남산돈까스’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101번지를 차지한 건물주는 직접 남산돈까스라는 이름의 매장을 세워 영업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내쫓긴 원조 남산돈까스 사업자
▲원조 남산돈까스 집에서 볼 수 있는 유명인의 흔적들
건물주와 임차인의 갈등, 그리고 내쫓긴 임차인 대신 동일한 업종으로 영업을 개시한 건물주의 사연은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다. 문제는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이전 임차인이 가지고 있던 업력을 고스란히 건물주 스스로의 업력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점에 있다. Since 1992라는 체인명에 붙은 문구가 이를 상징한다. 2011년 사업자가 바뀐 이후로도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이전 사업장의 마니아층이 이를 쉬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했고, 주말만 되면 길게 늘어지는 손님의 줄은 사업자 변경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한발 더 나아가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전개하기 시작했다.
유튜버 빅페이스의 고발
▲긴 업력을 유추할 수 있는 원조 남산돈까스 매장의 방송 이력
기존의 위치에서 사업을 하던 원조 남산돈까스는 근처인 소파로 23번지로 사업장을 옮겨, 상호를 다시 남산돈까스로 내걸고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이를 소비자들은 알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매장을 자주 찾던 단골들은 이러한 사연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어쩌다 한 번 매장을 찾는 이들은 101번지 남산돈까스를 원조로 인식하고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서 왔다. 이러한 사연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유튜버 ‘빅페이스’를 통해서였다. 빅페이스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남산돈까스는 다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이와 같은 사정을 전했는데, 영상에서 그는 101번지 남산돈까스 본점을 ‘건물 주인이 원 식당 주인을 몰아내고 원조 행세를 하는 식당’이라 칭했다. 그는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원 사업자가 운영할 당시의 간판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고, Since 1992라는 문구도 고스란히 남겨뒀다는 점을 지적했다.
논란의 점화, 그리고 소송에
이르기까지
▲유튜버 빅페이스의 101번지 남산돈까스 고발 영상 캡처
논란이 불거진 이후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간판의 디자인을 바꾸고, 매체 인터뷰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남산에 위치한 본점은 1997년부터 창업주와 친인척이 직접 운영했으며, 원 사업자는 매장을 위탁 운영하다가 스스로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원조 남산돈까스 사업자는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이 영업을 방해해,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주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에 나섰다. 빅페이스의 고발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 많은 이들이 열람했으며, 비판이 거세지자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향해 형사 소송, 가맹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빅페이스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2021년 10월 31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원고 신청 기각의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쉬이 가라앉지 않을 논란
▲남산에는 이외에도 원조를 자처하는 돈가스 집이 많이 있다
남산 소파로에는 원조 남산돈까스와 101번지 남산돈까스 외에도 많은 돈가스 매장이 위치해 있다. 1977년부터 운영해왔다는 ‘원조 남산왕돈까스’라는 매장도 있고, 처음 원조 남산돈까스 사업자가 매장을 열었던 103-1번지에는 ‘미나미야마(남산)’라는 이름의 돈가스 매장이 영업을 하고 있다. 남산 소파로는 이제 원조를 쉬이 찾기 힘든 돈가스 거리가 된 것이다. 특별한 레시피와 비법이 없음에도 이렇게 돈가스가 지역의 명물로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 부분이 원조 남산돈까스 사업자의 노력에 기인한다. 소송의 결과가 어느 쪽으로 이어지건, 원 사업자의 노력을 송두리째 부정해온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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