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덮인 검은 피부에 뱀 같은 혀, 튼실한 사지, 거대한 덩치까지! 세상에 이런 생명체는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포악한 기질을 가진 이 생명체의 이름은 ‘코모도왕도마뱀 또는 코모도 드래곤(Komodo dragon)’. 마치 진화된 공룡과 같은 생김새를 한 코모도왕도마뱀은 여러 무척추동물과 조류, 포유류 등 주변의 동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심지어는 사람도 공격한다는 코모도왕도마뱀에 대해 파헤쳐 본다.
코모도왕도마뱀 생김새
코모도왕도마뱀은 현존하는 도마뱀 중 가장 크다. 야생에서 다 자란 코모도왕도마뱀의 경우, 무게는 약 70㎏ 정도이며, 기록상 가장 큰 몸길이는 3.13m로 밝혀졌다. 꼬리가 길어서 몸길이 중 60%를 차지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의 가죽은 천연 갑옷 노릇을 하는 뼈로 된 비늘로 덮여있으며, 입에 2.5㎝의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다.
코모도왕도마뱀 서식지?
코모도왕도마뱀 서식지는 어디일까? 그들은 뜨겁고 건조한 곳을 선호해 열대우림에 서식하며 땅 밑의 굴을 발견해 아늑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약 5곳의 섬, 소순다 열도(Lesser Sunda Islands of Komodo), 린카(Rinca), 길리 모탕(Gili Montang), 길리 다사미(Gili Dasami – 코모도국립공원 내), 코모도왕도마뱀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플로레스섬(The Island of Flores)에서 서식한다.
코모도왕도마뱀 먹이
코모도왕도마뱀은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포식자다. 육식성으로 모든 종류의 고기를 다 먹는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썩은 사체부터 작은 설치류는 물론, 물소까지 종과 크기를 막론한다. 성체가 되기 전에는 작은 도마뱀이나 곤충, 뱀, 새 등을 먹지만 몸집이 커질수록 멧돼지, 사슴 등 거대한 동물이 먹잇감이 된다.
무서운 독
코모도왕도마뱀이 무서운 이유는 이들의 타액에 있는 ‘독’ 때문이다. 코모도왕도마뱀에 물리면, 50여 종이 넘는 박테리아와 독이 체내로 들어가 심장 기능을 중지시키고, 혈액 응고를 방지해 엄청난 피와 쇼크를 발생시킨다. 이들에게 물린 동물들은 모두 수 시간 안에 신체가 팽창해 극심한 고통으로 서 있을 수 없게 된다. 이 외에도 먹잇감을 갈기갈기 찢을 수 있는 커다란 곡선형 이빨도 그들의 강력한 무기로 손꼽힌다.
뛰어난 후각과 혀
코모도왕도마뱀은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먹잇감이 있는 위치를 금방 알아낸다. 이는 사냥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또 갈라진 혀를 내밀면서 냄새를 맡는데, 죽었거나 죽어가는 동물의 위치를 찾아간다. 약 10㎞나 떨어져 있는 곳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발달된 목 근육
코모도왕도마뱀은 발달된 목 근육을 이용해 거대한 짐승을 빠르게 삼킬 수 있다. 먹이의 약 12%만 남기고 다 먹어 치운다. 심지어 뼈, 발굽, 창자 등 한 군데도 빠짐없이 모조리 삼켜버린다. 먹이를 먹고 나면 몸무게가 80%나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킨 짐승이 썩어서 독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코모도왕도마뱀은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이동해 소화를 시키는 치밀함까지 갖고 있다.
생존을 위한 방법
앞서 언급했듯 코모도왕도마뱀은 엄청난 양의 먹잇감을 빠르게 삼킨다. 하지만 그만큼 몸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에 위험에 처했을 시 도망가기 어렵다. 이때 코모도왕도마뱀은 구토를 통해 몸무게를 줄이고 위험으로부터 쉽게 도망친다. 또한 어린 코모도왕도마뱀은 성체 코모도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대변에 몸을 바른다.
단성 생식도 가능
코모도왕도마뱀은 도마뱀 중 최장 부화 기간을 가진다. 알을 20개 정도밖에 낳지 않고 부화가 되려면 7개월이 넘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특한 점이 있다. 짝이 없어도 암컷 혼자서 단성 생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느 척추동물과 다른 독특한 염색체 구성으로 인해 수컷으로부터 정자를 공급받지 않고도 혼자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 코모도왕도마뱀을 사육하고 있는 일부 동물원에서 확인됐다.
동족도 살해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먹이가 부족해지면 동족들도 서슴없이 먹이로 잡아먹는 비정한 면도 갖고 있다. 사냥 중에는 포악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먹잇감을 두고 서로 싸워 동족을 물어 죽이기도 한다. 늑대 같은 천적이 없더라도 스스로 멸종을 재촉하는데, 최상위의 육식동물들이 먹이가 부족하고 좁은 곳에 한꺼번에 몰릴 때 일어날 수 있는 ‘자기 소멸’이다.
멸종 위험에 처하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무서운 코모도왕도마뱀은 현재 멸종 위험에 처해 있다. 오랜 시간 번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급감하고 있는 개체 수 때문이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서식지가 잠식돼 멸종 위기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면서 1980년 코모도국립공원이 지정돼 보존이 진행 중이다.
글 : 오혜인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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