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니얼’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주로 소비자들의 엣지한 취향을 빠르게 반영하는 제과, 제빵업계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신조어다. 엣지한 것과 가장 거리가 멀 것처럼 느껴지는 ‘할매’라는 말이 어떻게 유행의 최중심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까. 지금부터는 할매니얼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와 용어 유행의 배경, 그리고 할매니얼을 활용한 여러 제조사들의 신제품들을 둘러보고자 한다.
할매니얼의 뜻
할매니얼은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의 ‘밀레니얼’을 합성한 용어다. 주로 할머니들이 먹고 입는 음식과 패션 취향이 밀레니얼 세대들의 아이템에도 반영되기 시작한 현상을 이야기한다. 입는 것에서는 빈티지풍의 긴치마, 꽃무니 니트 카디건을 매치해 입는 ‘그래니룩’이 대표적이다. 식음료 분야에서는 흑임자, 인절미, 쑥 등을 활용한 ‘할매 입맛’ 식품들의 유행을 꼽을 수 있다.
레트로 열풍에 탑승한 인기
카페 음료, 카페 디저트, 편의점의 식품들에서 흑임자, 팥, 쑥, 인절미, 미숫가루 등의 재료를 포함한 제품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는 2030 세대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의 영향으로 읽힌다. 레트로를 새롭게 해석한 뉴트로 열풍이 할매 입맛 식품들을 메인스트림으로 끌어낸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디저트나 음료를 즐길 때도 건강한 것을 먹자는 풍토에 따라, 쑥이나 흑임자 같은 재료가 관심을 받게 된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뚜레쥬르 우리쑥 스폰지 케이크
CJ푸드빌의 제빵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는 쑥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들의 할매니얼 제품은 ‘우리쑥 스폰지 케이크’로 이름 그대로 쑥을 활용한 케이크 제품이다. 쑥을 넣은 시트 사이에 크림을 샌드한 스펀지케이크로, 패키지에도 고풍스러운 폰트와 색을 반영했다. 향긋한 쑥 내음과 달콤한 크림의 맛이 잘 조화를 이룬 메뉴로 꼽힌다.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
홈플러스는 디저트 카페 ‘설빙’과 주류 전문 기업 ‘보해양조’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막걸리 신상품을 단독 판매하고 있다. 신제품 막걸리는 설빙의 시그니처 메뉴인 인절미빙수의 콩가루, 100% 우리쌀 순희 막걸리의 깔끔함을 어울러 특유의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살린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다. 이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홈플러스 막걸리 카테고리 매출, 판매량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별뽀빠이 흑임자맛
롯데마트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할매니얼이 요주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흑임자가 들어간 식품은 38.5%, 귀리는 42.4%, 병아리콩 함유 식품은 91.4%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레트로 식품인 ‘별뽀빠이’ 또한 이 점을 노려 새로운 뉴트로 상품을 선보였다. 원조 ‘인간 사료’ 별뽀빠이에 흑임자 맛을 곁들인 ‘별뽀빠이 흑임자맛’으로, 흑임자 깨가 쏙쏙 박힌 건강한 맛의 과자다.
찰초코파이 인절미, 흑임자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한국의 전통 디저트인 떡을 접목해 ‘찰초코파이’를 내놓았다. 쿠키나 케이크 등 서양 디저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쫀득함과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찰초코파이는 인절미, 흑임자 맛의 할매니얼 제품이 출시되면서 누적 판매량이 3개월 만에 1500만 개를 돌파한 바 있다. 찰초코파이 출시 직후, 전체 초코파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우유 흑임자 우유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할매니얼의 유행에 맞춰 흑임자, 서리태, 흑미의 깊은 맛을 살린 건강한 블랙푸드 ‘흑임자 우유’를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블랙푸드 3종을 적용해,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제품이다. 신선한 국산 원유를 사용해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국산 아카시아 꿀을 넣어 곡물의 부드러운 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750㎖ 대용량 패키지에는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뚜껑에 캡을 적용했다.
강릉초당두부 콩지팥지 콘 아이스크림
할매니얼의 주된 식재료로 ‘두부’를 빼놓을 수 없다. 두부 또한 할매니얼 열풍이 오면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으며, 두부를 활용한 제과, 제빵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개중에는 강릉의 유명한 ‘초당두부’를 활용한 아이스크림도 있다. 초당두부는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에서 제조하는 특산 두부로, 소금 대신 동해의 깨끗한 바닷물을 간수로 이용해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강릉초당두부 콩지팥지’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은 다른 제품에 비해 단맛이 덜하고 깔끔한 느낌의 콘 제품이다.
푸르밀 설빙 인절미, 흑임자라떼
푸르밀은 디저트 카페 ‘설빙’과 함께 신제품 ‘인절미라떼’와 ‘흑임자라떼’의 2종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한국 전통의 맛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설빙의 대표 메뉴 ‘인절미설빙’, ‘흑임자찰떡설빙’의 인절미와 흑임자를 활용했다. 인절미라떼는 담백한 콩고물과 부드러운 우유의 조화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며, 흑임자라떼는 흑임자 페이스트를 넣어 자연스럽고 건강한 맛이 특징이다.
담터 호두 아몬드 율무콘
1983년부터 율무차를 스틱 형태의 제품으로 공급해온 담터의 제품을 콘 아이스크림으로 만날 수 있다. 담터의 ‘호두 아몬드 율무콘’이 바로 그 제품으로, CU에서 기획한 제품이다. 고소한 향기가 특징으로 꼽히는 콘 아이스크림으로, 아이스크림 곳곳에 굵은 견과류가 쏙쏙 박혀있다. 아이스크림에서는 부드러운 율무차의 향기를 느낄 수 있으며, 콘에는 달콤한 초콜릿이 발려 맛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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