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 그룹을 만들기 위한 오디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지금, 서로 다른 길을 택한 두 집단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엔터 업계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방송사는 기존 국내에서 제작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케이팝 종주국’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다.
지상파 오디션 중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SBS ‘유니버스 티켓’이다. 지난 11월 18일 첫 방송된 ‘유니버스 티켓’은 SBS가 2021년 ‘라우드’에 이어 선보이는 아이돌 그룹 데뷔 멤버 선발을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간 ‘케이팝 스타’ ‘더 팬’ ‘라우드’ 등 다채로운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지만 최근 들어 화제성 부족으로 성공적인 오디션 계보를 이어왔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SBS뿐만 아니라 KBS나 MBC 등 타 지상파 아이돌 오디션도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지상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잇따른 실패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 ‘유니버스 티켓’은 SBS에게 더없이 중요한 과제다. SBS 역시 이 프로그램을 주말 저녁 시간대를 내어 주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또 국내 1위 글로벌 패션 기업 F&F가 야심 차게 설립한 F&F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을 맡으면서 자본력을 마련했다. 최종 8인은 F&F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 속에 2년 6개월 동안 활동하게 된다.
‘유니버스 티켓‘ 이환진 PD는 “아이돌 오디션은 대세 중의 대세다. 본선에 모인 소녀들의 숫자가 82명인데, 대한민국 국가번호 82에 맞춘 것”이라며 “케이팝의 중심은 한국이고 서울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글로벌화를 위해선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케이팝 제작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해 현지에서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게펜 레코드와 손잡고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선보였다. 세계 각국에서 예선 오디션을 진행하고, 최종 20명의 참가자의 경연 과정을 자체 오디션 유튜브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유니버스 티켓’의 첫 방영일에는 이 오디션 과정을 통해 4개국 출신 6인조 신인 걸그룹 캣츠아이를 완성시켰다. 캣츠아이의 성장사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2024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JYP 또한 미국 주요 5개 도시, LA 부트 캠프 그리고 최종 한국지를 거쳐 지난 9월 최종 멤버 6인을 추려 그룹 비춰(VCHA)를 완성했고, 정식 데뷔에 앞서 내달 1일 오후 2시(미국 동부 시간 기준 0시) 프리 데뷔 싱글 ‘레디 포 더 월드’(Ready for the World)를 발매한다. SM엔터테인먼트도 영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문앤백(MOON&BACK)과 협약을 맺고 영국 신인 보이그룹 제작에 나섰다. 이들의 성장 과정은 내년 하반기부터 6부작 TV 시리즈로 한국과 영국, 미국 등에 동시 방영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니버스 티켓’이 기존의 지상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진을 뚫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실상 대형 케이팝 기획사 대비 낮은 해외 인지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현재까진 이전 지상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약간의 의외성과 빠른 흐름을 보여주면서 이목을 끌고 있는데, 그저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지 않으려면 ‘유니버스 티켓’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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