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만 했다 하면 대박을 넘어 브랜드화시켜버리고 그와 작업하고 싶어 하는 스타들이 줄을 설 정도라고 한다. 획기적인 기획으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뺏은 나영석 PD가 주인공이다. 대학 시절 우연하게 연극반으로 입문하게 되면서 코미디 대본을 쓰는 것에 즐거움을 느껴 처음에는 코미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코미디 작가 지원은 낙방하고, 영화사에 들어갔으나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방송 PD였다. 그렇게 나영석은 2001년 KBS에 입사하게 되고 대한민국 예능계의 판도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KBS 예능국 스타 PD에서 연봉 40억 PD가 되기까지. 나영석은 어떻게 스타들이 함께 하고 싶은,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PD가 되었을까?
사진 : 유튜브
국내에서 최초로 마이크를 달고 방송에 직접 출연한 PD로서 일반적인 프로그램의 경우 MC나 멤버들이 상황을 설명하지만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은 본인이 직접 미션을 부여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출연진팀, 스태프팀으로 대결을 하는 에피소드는 아직도 1박 2일의 레전드 회차로 불리고 있으며 출연진과 연출진 간의 대립이라는 독특한 구도로 스태프들이 야외취침을 하는 상황은 그동안의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함을 자아냈다.
사진 : 유튜브
멤버들을 능가하는 미친 존재감과 예능적 감각으로 1박 2일 멤버들에게 뒤지지 않고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극강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1박 2일 시즌 1은 최고 시청률 25.7%를 기록했고 주말 안방의 웃음을 캐리하며 동시간대 예능 1위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그러나 야외 촬영의 열악한 환경 등으로 제작진들이 시즌제 도입을 표명했으나 예능국에서 광고 등의 문제로 이를 거절했고 나영석은 2012년 1박 2일 종영과 함께 1박 2일 PD에서 물러나면서 KBS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다.
나영석표 힐링 예능으로 대박 행진
사진 : 유튜브
2013년 tvN으로 이적한 그는 꽃보다 할배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노년의 배우들이 배낭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는 조금은 독특할 수 있는 콘셉트로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냈고 결과적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후 2015년, 나영석의 최고의 흥행작이라 불리는 ‘삼시 세끼 어촌 편 2’가 방영되었다. 톱스타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을 출연진으로 구성했고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등장으로 더욱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적하고 조용한 어촌에서 여유롭게 낚시를 하고 삼시 세끼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간단 명료한 콘셉트였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힐링 예능의 시작을 알렸다. 그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예능 부문 PD로는 최초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8년에는 무려 35억 원의 상여금을 받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사진 : 유튜브
2016년 해외에서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이 방영되었고 정상훈, 조정석, 정우, 강하늘까지 네 명의 배우들의 색다른 케미스트리와 잔잔한 재미를 연출했다. 아프리카 편에는 출연진 들을 ‘응답하라 1988’의 주연 배우들로 구성하여 현실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7년, 2018년 연출한 윤식당은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발리의 인근 섬에서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음식 예능으로 최고 시청률 14%를 기록하면서 또다시 대박 예능을 만들어냈다.
인터넷 방송에서 정규 편성으로
사진 : 유튜브
1박2일 이후 4년 만에 강호동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신서유기는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예능으로 네이버 TV를 통해 인터넷 방송형으로 공개했다. 멤버는 강호동을 비롯해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로 구성되었고 조용한 힐링 다큐 스타일의 예능을 고집했던 나영석 PD는 신서유기를 통해 1박2일 때와 같이 오랜만에 제대로 웃음에 초점을 맞춘 포맷을 내놓았다. 네이버 TV를 통해 공개한 신서유기는 총 조회 수 4200만을 기록했다.
사진 : 유튜브
이후 정규 편성이 되었고 꾸준히 시즌제로 방영되고 있다. 좀 더 자유롭고 짧은 형식의 1박 2일의 시즌 1 같다는 호평을 받으며, 멤버 밸런스가 잘 맞고 시너지가 엄청났던 전성기 때의 멤버들 다시 모았기 때문에 그때만큼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승기가 군대를 간 후 빈자리를 어떤 멤버가 채울까 의견이 분분했으나 규현, 송민호를 영입하며 환상적인 케미를 보여줬다. 송민호 이후 피오를 영입하며 신서유기에 활력을 더했고 시청률 또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나영석 사단
사진 : 유튜브 <채널 십오야>
나영석 PD의 성공의 비결은 ‘나영석 사단’이 함께이기에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최재영, 김대중 작가가 오늘의 나 PD를 있게 한 일등 공신이라고 꼽을 수 있다. 10년이 넘은 팀워크와 놀라운 협업 시스템으로 색다른 실험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들은 먼저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이 타인들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인가 검증한다고 한다.
사진 : 유튜브 <채널 십오야>
나영석 PD와 함께 ‘꽃보다 시리즈’, ‘삼시 세끼’, ‘윤 식당’ 등 대박 예능을 만든 이우정 작가는 외주 제작사 ‘에그 이즈 커밍’을 설립하면서 더욱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다. 에그 이즈 커밍은 tvN ‘커피 프렌즈’ 때부터 외주제작사로 참여했고 연달아 ‘스페인 하숙’, ‘강 식당 2’ 도 외주제작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가득한 크리에이터 집단의 정체성을 살리고 나영석 사단만의 개성을 더욱 날카롭게 연출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에그 이즈 커밍은 외주 제작에 그치지 않고 나영석표 예능의 색깔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채널 십오야’로 나영석 PD 예능의 비하인드 영상, 비공식 영상 등을 올리며 네티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등 변화하는 플랫폼에 선두주자로 예능계를 이끌고 있다.
나영석 PD, 그만의 연출법
사진 : 네이버TV <마포멋쟁이>
나영석 PD의 프로그램 포맷은 1박2일 이후로 크게 바뀌었다. 예능 출연 경험이 적은 배우들 위주로 섭외했고 관찰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연출하기 위해 인위적인 모습들을 배제하고자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법이 돋보이는데 그의 예능에서는 동물들이 출연하고 그들이 말하는 듯한 스토리텔링을 입힌 자막 연출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동물 애호가에게도 관심을 끌게 하고 멤버들과의 케미스트리로 감동까지 자아냈다. 대표적 예로 1박 2일의 상근이를 꼽을 수 있고 그 외에도 삼시 세끼, 신혼일기 등에서도 반려동물이 등장했다.
사진 : 네이버TV <유퀴즈 온 더 블럭>
그는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들의 욕구를 정확히 포착해 이를 프로그램으로 풀어낸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힐링 예능의 천재이자, 현시대의 미디어의 특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말도 안 되는 색다른 기획으로 예능의 판도를 바꿔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패스트 콘텐츠의 시대에 Z세대의 미디어 소비 습관에 맞춰 숏폼 예능을 선보였던 것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또한 그는 안주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결과물들은 항상 최고를 만들어내고 있다. 나영석 PD는 최근 ‘금요일 금요일 밤에’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예능을 선보였고 ‘라끼남’, ‘마포 멋쟁이’ 등 계속적으로 숏폼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그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힐링을 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오혜인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