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이하 직함 생략)’은 의장이라는 직함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는 1985년생의 젊은 인물이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9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그곳에서 자란 미국 시민권자로, 티몬을 창업하기 전까지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다. 스포츠에 재능이 있어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테니스를 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실력이 출중해 미국 버지니아주 테니스 대표 선수로도 활약한 적이 있다.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낸 사업가
티켓몬스터(티몬)를 설립한 젊은 창업자,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
2008년 펜실베니아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한 그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입사해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컨설턴트로만 활동해 온 것은 아니었는데, 대학교 시절부터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면서 꾸준히 회사 경영 능력을 길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학교 2학년 때의 첫 창업 모델은 기숙사 찾기 사이트 서비스였는데, 이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은 탓에 수익성이 떨어져서 긴 시간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기숙사 찾기 다음으로 시도한 창업은 말 그대로 ‘잭팟’을 터트렸다. 대학교 4학년 때인 2007년, 그는 광고 전문 회사 ‘인바이트미디어’의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인바이트미디어는 실시간 입찰 시스템의 디스플레이 광고 서비스를 사업 모델로 삼은 스타트업이었는데, 5명이서 시작한 사업은 점차 커지고 대형 업체들을 파트너사로 둘 만큼 성장했다. 이후 인바이트미디어는 구글에 7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됐는데, 신현성은 인수가 이뤄지기 전에 모친의 반대로 회사를 떠나 인수합병의 과실을 제대로 취하지는 못했다.
한국으로 귀국, 티켓몬스터를 설립하다
지금은 ‘베스트인베스트먼트’로 엔젤투자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신현성 파트너
그가 한국으로 다시 온 것은 2010년이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을 시작으로 다시 불기 시작한 제2의 벤처 붐을 타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자 귀국한 것이다. 와튼스쿨 동기, 후배와 함께 한국으로 귀국해, 친구의 소개로 만난 카이스트 출신의 두 명까지 합쳐 5명이 모였다. 이들은 모여 합숙을 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구상했고, 20개의 신사업 아이디어들을 검토하다가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바로 당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벤치마킹 사업이었다.
5명의 창업 멤버는 각자 100만 원씩을 출자해 ‘티켓몬스터’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고 동명의 서비스를 개시했다. 파트너사 영입에는 다섯 명의 학력, 이력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당시는 그루폰을 벤치마킹한 소셜커머스가 우리나라에 우후죽순으로 설립돼 경쟁을 펼치던 때였다. 티켓몬스터는 신현성의 적극적인 영업과 공격적인 투자유치를 통해 단숨에 소셜커머스 경쟁의 선두에 서게 된다. 사람들은 소셜커머스의 타임딜로 구매한 상품을 ‘티켓’이라고 부를 정도로, 티켓몬스터가 곧 소셜커머스 시장 그 자체를 뜻할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른 매각, 리빙소셜과의 M&A
매각에 이은 재매각,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은 티몬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그루폰’
닷컴버블이 꺼진 이후 한동안 벤처 붐이 불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티켓몬스터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연히 스타트업의 매각이, 그리고 창업자인 신현성의 엑시트 시점이 언제가 될지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티켓몬스터의 매각 시점은 시장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이른 시점에 이뤄지게 된다. 미국의 소셜커머스 2위 업체인 ‘리빙소셜’에 창업 1년 만에 매각이 결정된 것이다. 2009년 설립돼 전 세계 22개국에 진출해 있던 리빙소셜은 2011년 티켓몬스터의 지분 100%를 한화 약 2,800억 원에 인수하고, 신현성은 리빙소셜의 주요 주주가 됐다.
신현성은 티켓몬스터 매각의 배경에 대해 “우려를 사고 있는 먹튀(엑시트)가 아니며, 리빙소셜의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티켓몬스터의 주요 임직원들은 매각 이후로도 떠나지 않고 그대로 회사에 남아 업무를 계속했다. 임직원들의 잔류는 리빙소셜의 M&A 조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빙소셜과 티켓몬스터의 합병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모회사인 리빙소셜이 자금난에 빠지고 만 것이다.
놀라운 딜이 성사되다, 그루폰에 재매각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에, 브랜딩을 위한 기회를 잃어버리다
빠르게 성장하던 리빙소셜은 초기의 위세와는 달리 빠르게 경영난에 마주하고 말았다.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 주요 시장에서의 위기, 그에 따라 공격적으로 집행하지 못한 마케팅, 고객 유치 곤란으로 인한 매출 저하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티켓몬스터에 대한 지원도 뜸해졌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인 ‘24/7 월스트리트’는 ‘내년 미국에서 사라질 것 같은 10대 브랜드’의 네 번째 업체로 리빙소셜을 꼽기도 했다. 리빙소셜은 결국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티켓몬스터를 매물로 내놓고 만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한번 놀라운 딜이 이뤄지게 된다.
리빙소셜의 경쟁사 입장에 있는 소셜커머스 1위 업체이자 티켓몬스터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그루폰이 티켓몬스터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티켓몬스터는 그루폰에 2년 만에 다시 매각이 되었으며, 리빙소셜 때와 비슷한 금액이 기업가치로 책정됐다. 신현성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였다. 모회사의 지원을 바라기 힘들던 때와는 달리, 그루폰의 M&A 이후로는 다시금 적극적인 마케팅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셜리빙의 자회사로 있던 시절, 티켓몬스터는 소셜커머스 시장에서의 절대적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잃어버리고 ‘쿠팡’의 공세에 시장 1위의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티몬을 다시 찾아와 실적을 개선
티몬의 CEO 자리에서 물러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다 발견한 것은 ‘테라’
하지만 불행히도 그루폰의 지원 역시 신현성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결국 티켓몬스터의 ‘독립’을 결심하고 이를 위해 실행에 나서게 된다.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투자자를 모집해 2015년 티켓몬스터의 경영권을 다시 인수하고자 나섰으며, 동년 5월 결국 이에 성공했다. 그루폰의 매각금액보다 몇 배가 더 높은 금액이 책정됐지만, 신현성은 이를 감수하고 회사의 경영권을 다시 되찾은 것이다.
티켓몬스터는 독립 이후 실적이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인수 후 회사는 신선식품, 여행, 직구 등의 신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온라인몰 최초로 상설 신선식품시장에 진출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티켓몬스터는 4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어서 2017년에는 기업공개를 추진했다. 삼성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맺고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늘어나는 매출과는 달리 개선되지 않는 적자가 문제였다. IPO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신현성은 티켓몬스터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 장기적인 전략 수립에만 관여하는 이사회 의장이 됐다.
지금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올해는 ‘테라’의 비즈니스에 대한 윤곽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될 전망
신현성이 티켓몬스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회사는 사명을 ‘티몬’으로 바꿨다. 그는 이사회의 의장으로 남아있으며, 이후의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8년에는 강준열 전 카카오 CSO(최고 서비스 총괄)와 함께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인 ‘베스트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에 나섰다. 그전에도 40여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투자를 해 온 신현성이 본격적으로 창업자 지원에 나선 것이다. 베스트인베스트먼트는 신현성, 강준열 외에도 대표이사 주환수 전 카카오톡 서비스 총괄, 투자심사역으로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출신의 김승현 이사, 대교인베스트먼트 출신의 신윤호 이사가 설립 멤버로 합류했다.
현재 신현성은 티몬 이사회 의장, 베스트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외에 새로운 업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로 가상화폐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어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테라’를 설립하고, 동명의 가상화폐를 활용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새로운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다시금 펼치고 있는 젊은, 성공한 창업자의 다음 행보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