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을 낮추는 생체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 또는 수용에 장애가 발생하는 병을 ‘당뇨병’이라고 한다. 당뇨병은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기에,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치 관리를 위해 평생 먹을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음식이 당류로, 당뇨병 환자들은 전체적인 식단을 고려해 얼마만큼의 당을 섭취할 것인지 철저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이럴 때 활용되는 것이 인공 감미료다. 단맛을 내지만 혈당과 체중에 대한 영향이 적은 인공 감미료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설탕 대용품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모든 설탕의 자리에 인공 감미료를 채워 넣어서는 안 된다. 당뇨병 환자를 위해서 감미료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숙지하고, 주의 사항에 따라 슬기롭게 선별해서 사용하고 섭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카린
사카린은 톨루엔을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 인공 감미료다. 동일 중량 대비 설탕의 300배의 당도를 자랑하면서도 몸에 거의 흡수되지 않아, ‘뉴슈가’라는 상표명으로 판매되며 인기를 끈 적도 있다. 사카린은 1981년 미국동성연구프로그램과 국제암연구기구가 ‘예상되는 발암 물질’로 명시한 후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의 암 유발 화학물질 목록에 추가되면서 금기시됐지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규제가 완화된 상태다. 지금은 혈당 수치를 높이는 당질은 없지만, 당도는 높기에 당뇨병 환자가 체중 조절이 필요한 경우 도움이 될 수 있는 감미료다. 다만 사카린을 함유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일부 제품의 경우에는 설탕과 혼합해 단맛을 낸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제품은 혈당치를 올릴 수 있으므로 식품의 감미료 함량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아스파탐
백색 밀가루 형태의 결정성 분말 형태인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이 약 200배 강한 감미료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제로 탄산음료의 경우에는 대부분 설탕 대신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인슐린과의 관계성이 없어 혈당을 올리지 않기에,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감미료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들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를 마신 후에 혈당치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경우가 많이 보고된다. 다만 아스파탐에는 페닐알라닌이 함유돼,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결핍된 유전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수크랄로스
수크랄로스 또한 열량이 거의 없는 감미료로, 열이나 pH에도 안정적이어서 설탕을 대체할 용도로 다양한 식품의 제조와 가공 과정에 쓰이고 있다. 발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수크랄로스의 발암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호주에서는 장기간 다량 섭취할 경우,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장내 유익균이 줄고 감염에 기여할 수 있는 장내 세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테비아
흔히 이야기하는 감미료 스테비아는 설탕의 300배에서 최대 900배의 단맛을 내는 스테비오사이드를 이야기한다. 스테비아잎에 함유된 글리코시드를 효소 처리해서 만드는데, 단맛이 강하지만 뒷맛은 씁쓸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주에 주로 들어가는 감미료다. 스테비아 역시 혈중 인슐린 농도를 증가시키지 않으며, 함유된 카로틴 성분이 높은 혈당 수치를 떨어트리고 인슐린 저항성 억제 및 생산 촉진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주의할 점은 스테비아가 국화과 식물이라는 점으로, 국화과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나한과
나한과는 설탕과 가장 유사한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알려져 있다. 아열대 기후에 자외선이 강하게 내리쬐는 중국 광시성 계림 지역 고랭지의 특산 식물이 나한과인데, 설탕에 비해 200배 이상 단맛이 강하다. 나한과의 당분은 대부분 배출되기 때문에 사실상 칼로리가 거의 없으며,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설탕을 대체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나한과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기에 과다 섭취 시 소화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과도한 단맛에 중독될 경우에는 오히려 저혈당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자일로스
크실로스라고도 부르는 자일로스는 식물의 세포벽에서 많이 발견되는 당이다. 은은한 단맛을 가지고 있으며 설탕 대신 감미료로 주로 이용된다. 입자가 고운 편이라 자일로스는 음식에 빠르게 섞인다. 다만 자일로스의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시제품 중 설탕을 표방하는 제품들은 천연당 성분 외에 다른 당류를 섞어서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설탕 비율이 90%가 넘는 경우는 혈당 상승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타가토스
타가토스는 과일이나 우유, 치즈 등에 미량 함유된 당이다.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는데 여타 감미료들에 비하자면 혈당 지수와 열량이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러나 탄수화물의 흡수를 억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설탕의 대체제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니고 단맛이 비약적으로 강한 편도 아니라서 시장성은 낮은 편으로 평가된다. 주로 우유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제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라면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알룰로스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밀 등에서 채취할 수 있는 천연당으로, 단맛은 설탕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열량은 비슷한 성질을 지닌 타가토스에 비해 15%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알룰로스도 타가토스처럼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천연 감미료로 꼽을 수 있다.
자일리톨
천연 감미료 중에는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변형시킨 당알코올류 감미료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설탕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대용품으로 자일로스를 활용해 개발된 ‘자일리톨’이 대표적이다. 설탕의 대체제로 자일리톨이 개발됐지만, 열량과 혈당 지수는 더 낮다. 하지만 설탕보다 청량감이 강한 맛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단맛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에리스리톨
자일리톨과는 달리 열량과 혈당 지수가 0인 에리스리톨도 당알코올류 감미료다. 당도는 설탕이나 자일리톨보다는 낮은 편이며, 주로 뒷맛이 씁쓸한 스테비아와 배합해 더 산뜻한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된다. 당알코올은 소화 과정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여타 감미료보다 일일 섭취량에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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