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틀린 말씀이 없습니다. 생각할수록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지금 지적해주신 것 이상으로 심사숙고해서 말뿐만이 아닌 변화를 이끌어내겠습니다. 회장으로서 임직원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
“지난번에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안타깝고 많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안전 교육을 계속 시키고는 있지만,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의원님들한테서 많은 지적을 받고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앞으로 좀 더 노력해서 안전한 일터, 안전한 회사로 꼭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허영인 SPC 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실시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이번 청문회는 이 회장과 허 회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불출석하면서 열린 것이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DL그룹과 SPC그룹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환노위는 경영 책임을 묻기 위해 이 회장과 허 회장에 대한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한 바 있다. DL은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근로자 8명이 현장 근무 중 목숨을 잃었고, SPC도 지난 8월 샤니 공장에서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다.
여당은 이날 청문회가 여야 간 합의되지 않고 개최됐다면 전원 불참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DL 그룹과 SPC그룹 모두 (국정감사 이후) 중대 재해와 관련해 예방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안전 관리 비용을 책정한 제안서를 낸 바도 있다”며 보여주기식 청문회가 무의미하다고 항의했다.
이에 환노위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열사 사장님들이 나오시면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실 수 있지만, 진정성을 확인하고 담대하게 그룹 경영을 변화시킬 것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회장들을) 오시라고 한 것”이라면서 청문회 취지를 밝혔다.
DL, 하청업체 관련 지적 잇달아 SPC, 2조 2교대 근무 개선해야
이날 환노위 위원들은 산재사고의 핵심 원인을 지적했다. 특히 DL 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DL 이앤씨 건설 현장 작업장에서 산재 사망자가 지난해 8명이 나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사망 근로자들이 하청업체 소속이어서 원청업체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저 입찰 경쟁을 하면서 공사비를 줄이고 작업 일수도 줄여야 결국 이익이 남는 구조”라면서 “불법 재하도급 이야기다. DL 측은 임의 작업이라고 하는데 임의 작업 때문에 지목한 그런 산업 재해들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하청업체도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빨리 끝내기 위해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PC그룹의 경우 대부분 계열사가 ‘2조 2교대’를 택하고 있어 근로자들이 장기간 근로 시간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제빵 기계 등에 끼임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데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SPC의 대다수 계열사는 2조2교대가 50%를 상회하고 있고, SPL 제빵공장은 67.4%”라면서 “동종업계 경쟁업체인 CJ제일제당의 경우 2016년부터 4조3교대로 돌아섰다. SPC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정 환노위원장도 “물론 회사라는 것이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고 또 주주의 이익을 실현해주기 위해 그동안의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던 것이 맞다”라면서도 “요즘은 ESG 경영이라고 좀 바뀌지 않았나. 사회공헌도 해야 하고 근로자들에 대한 근무 조건도 개선해가면서 ‘같이 살자’ 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 2교대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경영진과 대주주 회의에서 하겠지만, 회사가 경영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배 구조를 통해서 경영을 장악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이익은 대주주가 가져간다”면서 “이익을 취하시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SPC 계열사 공장에서 반죽 기계, 소스 배합 기계 등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 등을 예로 들며 “산재가 일어나지 않는 시스템 장비를 갖춰야 한다”며 “뚜껑을 (직접) 열었다 닫았다 하는 거의 방앗간 수준이다. 그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국감 불출석 질타도 이어져” 안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이들 경영진이 지난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것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에는 그룹 관련한 지배주주가 아니면 지주 회사의 회장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 최대한 해당 회사의 대표이사가 경영을 책임지고 안전을 책임지는 형태로 한다고 해서 그 취지에 맞게끔 국감을 진행했다”면서 “그런데 (올해) 실제로 해보니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개선이 안 됐다. (때문에)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지배주주 회장들이 나와서 책임성 있게 결정하고 투자하지 않으면 그룹 전체의 안전에 대한 책임은 대단히 미흡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국감을 통해) 불러서 사회적인 책임에 대한 답을 해달라고 그랬는데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불출석하셨다”면서 “그렇다면 반복되는 산재 사고를 인정하지 않는다,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저희는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 청문회를 여는 이유도 안전에 대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며 “이은주 의원이 말씀하신 것처럼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그런 현장이 돼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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