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제조사가 엔디비아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기 위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 어느 기업이 가장 많은 물량을 수주해 HBM 시장 우위를 점할지 이목이 쏠린다.
2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7월 마이크론, 8월 SK하이닉스, 10월 삼성전자로부터 5세대 HBM인 HBM3E 샘플을 받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혹은 내년 1분기 내 최종 공급사와 공급 비중을 결정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블랙웰(Blackwell)’ 기반 인공지능(AI) 칩 신제품 ‘B100’에 HBM3E 8개를 탑재한다. B100은 칩렛 설계를 활용하는 최초의 GPU로, AI 클라우드와 슈퍼컴퓨팅에 주로 쓰인다. TSMC 3나노미터 공정 기반으로 생산된다. 당초 오는 2024년 4분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출시 시기를 2분기 말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진다.
최대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전작인 4세대 제품 HBM3를 독점 공급하는 등 기존에도 엔비디아와 공고한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의 HBM3E에 대한 제품 테스트가 상당히 진전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4세대에 이어 5세대 HBM 공급까지 개시하게 되면 SK하이닉스의 AI 칩 선두 업체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5년 공급을 목표로 6세대 HBM4 개발도 이미 본격화, 경쟁 우위를 다지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산업 컨퍼런스 ‘2023 오픈데이터센터 서밋’에 참가해 처음으로 HBM3E 성능에 대한 힌트를 공개한 바 있다. HBM3E가 전작 대비 전송률이 43% 높고 GB당 소비전력이 20% 개선됐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본보 2023년 9월 14일 참고 삼성전자, 中 최대 데이터센터 행사 참가…최장석 신사업기획팀장 기조연설>
삼성전자는 HBM3E 납품과 함께 HBM3 공급망 합류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가 현재 삼성전자 HBM3 샘플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달 중 검증을 완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HBM3 공급 최종 계약을 체결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독점 공급 체제가 깨지게 된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HBM3를 건너 뛰고 3세대인 HBM2E에서 5세대 HBM3E 양산으로 바로 직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이다. 최근 차세대 메모리 업계 ‘키맨’으로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챗GPT 중심의 생성형 AI 시장 확대로 HBM 주문이 급증하며 일부 제품군의 경우 공급 부족 현상도 관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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