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수원삼성 염기훈 감독대행이 K리그2 강등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수원은 2일 오후 2시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B 최종전에서 강원FC와 0-0으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수원은 8승 9무 21패 승점 33(35득점)을 기록해 수원FC(44득점)와 동률을 기록했으나 다득점에서 밀려 최하위가 결정됐다.
이로써 수원은 1995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2부리그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홈구장을 채운 2만여 수원 팬들은 선수단 및 프런트를 향해 날이 선 야유를 쏟아냈다. 일부 팬은 그라운드 난입을 시도했고, 물병과 연막탄을 그라운드에 던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 팬들이 유일하게 비판의 화살을 건네지 않은 이가 있다. 강등 위기에도 소방수 임무를 자처한 염기훈 대행이었다. 팬들은 염기훈의 응원가를 부르면서 박수를 건넸다.
염기훈은 구단 레전드다. 2010년 합류해 마지막 수원의 영광을 이끌었다. FA컵 3회(2010, 2016, 2019) 우승 당시 염기훈은 두 차례(2010, 2016) 최우수 선수(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플레잉코치로 보직을 변경해 최근까지 선수로 뛰어왔다.
염기훈 대행은 지난 9월 김병수 감독이 경질되자 시즌 막바지를 책임지기로 했다. 남은 기간 반전을 도모했으나 끝내 강등 수렁을 피하지 못했다. 염기훈은 죄송한 마음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한동안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던 염기훈은 마이크를 잡고 “정말로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를 뱉은 뒤 눈물을 보였다. “여러분이 보여주신 사랑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짧은 인사를 더했지만 더 긴 말을 하지 못했다.
팬들과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마친 염기훈 대행은 취재진을 만나 소방수 역할을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대행을 맡은 후회는 절대 없다. 수락한 이유도 분명했다. 수원을 위해 나라도 뭔가 힘이 되고 싶었다”며 “선수들은 열심히 해줬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힘든 상황이지만 수원은 다시 일어서서 K리그1에 복귀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응원했다.
시즌이 끝나면서 염기훈 대행은 선수로서 은퇴가 결정됐다.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며 수원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아야 할 염기훈이지만 강등 충격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이제 염기훈 대행은 지도자로 본격적인 인생 2막을 연다.
염기훈 대행은 “항상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컸다. 어디서 다시 시작할 진 모르지만 꿈은 계속 가지고 나갈 것”이라며 “향후 일은 다시 구단과 이야기해야 한다. 수원이든 어디든 지도자의 삶을 살 계획”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다음은 염기훈 대행과 일문일답.
Q. 경기 총평.
“팬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선수들도 운동장 안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선수단과 팬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
Q. 강원은 수원이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준비한 부분인가.
“경기를 하다보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항상 발생한다. 우리도 강원을 분석했다. 어떻게 보면 내 부족함이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나왔다. 결과가 이렇게 나온 건 내 잘못과 부족함이 크다.”
Q. 강등 원인을 꼽아보자면.
“한두 가지를 꼽기엔 적다고 생각한다.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꼽기엔 너무 힘들다. 가장 큰 이유 하나만 꼽자면 선수단에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선수단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팀 내 변화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Q. 선수로서 수원에 처음 왔을 때와 현재 차이점이 있다면.
“스쿼드에서 차이가 크다. 내가 처음 왔을 땐 이름 있는 선수도 많았고 예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열악해졌다. 지금도 선수들은 열심히 하지만 더 이름 있고 좋은 선수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Q. 예산이 열악하다기보다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거 같다. 베테랑으로 보는 시선은 어떤가.
“맞다.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해달라는 물음에 열악하다는 표현으로 비교한 것이다. 선수 영입이든 적재적소에 쓰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가 없다고 말씀은 못 드릴 것 같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팀이 이렇게 됐다는 것 자체로도 힘들다. 분명 수원삼성을 다시 올라갈 것이기에 선수들이 힘내줬으면 한다.”
Q. 대행 임무를 맡은 것에 대해서 후회한 적은 없나.
“후회는 절대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려는 게 보여 고마웠다. 수락한 이유도 분명했다. 나라도 뭔가 하길 바랐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왔지만 팀을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었다. 열심히 해준 선수들의 모습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힘든 상황이지만 다시 일어서고 K리그1에 복귀할 거라 믿기에 힘내줬으면 한다.”
Q. 향후 계획은 어떤가.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크다. 어디서 다시 시작할 진 모르지만 꿈은 계속 가지고 나갈 것이다. 향후 일은 다시 구단과 이야기해야 한다. 수원이든 어디든 지도자의 삶을 살 계획이다.”
Q. 축구뿐만 아니라 삼성그룹의 구기종목이 최근 부진하다. 원인이 있을까.
“투자일 것 같다. 기존 선수와 새로 들어오는 선수의 조화도 중요하겠지만 투자가 있어야 경쟁을 통해 팀이 단단해진다. 처음 수원에 왔을 때와 다른 것도 사실이다. 우선은 투자가 아닐까 한다.”
Q. 은퇴 소회와 시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지난해 은퇴를 하려고 했다가 플레잉 코치를 했지만 항상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수원에서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 많은 사람이 안 좋은 선택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해왔다. 안 좋은 상황에서 은퇴하지만 앞으로도 더 수원을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다. 잘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멀리서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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