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가격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10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파산을 신청한 중소기업의 수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1년 넘게 평균 5%대로 유지되는 고금리와 함께 고물가·고환율에 따른 경기둔화가 가속화되면서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말보다 3조8000억원 늘어난 998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아직 11월 말 수치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증가세를 고려하면 1000조원 돌파는 확실시된 상황이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다. 올해 10월 말 수치를 코로나19 사태 전인 4년 전(2019년 10월말)과 비교하면 283조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그 이전 4년간 155조원의 두 배에 가깝다.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9월 말 423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금융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이미 1400조원을 넘었다. 상호금융 166조원, 새마을금고 110조원, 신협 72조원, 상호저축은행 64조원, 기타 11조원 등이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대출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5.35%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2월 2.89%에서 2021년 12월 3.37%로 올랐고 지난해 12월 5.76%로 급등했다. 이 금리는 지난해 10월부터 13개월 연속 5% 선을 상회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 10월 중소기업의 신규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 비중이 62.1%를 차지한다. 2년 전인 2021년 10월만 해도 이 비중은 3.0%에 그쳤다. 2년 만에 금리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이 20배 이상으로 껑충 뛴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피해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고전하면서 대출 연체율이 높아졌다. 이에 따른 법인 파산 신청도 올해 가장 많았다.
금융감독원과 대법원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올해 9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로 1년 전(0.27%)의 1.8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수치는 지난해 9월 0.27%에서 올해 8월 0.55%까지 높아졌다가 9월에는 분기 말 상각이나 매각 등으로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대출 연체율은 앞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 한 거리에 불법 사금융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연합] |
경기 부진과 고금리, 고물가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지고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를 보면 은행의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3분기(-6)에 이어 다시 음수(-)를 기록했다. 수치는 1분기 3에서 2분기 0으로 낮아진 데 이어 3분기에 음수가 됐다.
해당 설문조사는 204개 금융사의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금융기관 대출태도 등을 평가해 100과 -100 사이의 지수를 산출하는 것으로 이 수치가 음수로 나오면 은행이 전반적으로는 대출태도를 강화하리라는 것을 뜻한다.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대기업(0)보다 낮다. 이는 그만큼 중소기업의 자금 공급 기능이 대기업에 비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1~10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8%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13년 이후 최대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의 기존 최대치(1069건)도 훌쩍 넘겼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 상태가 이어지며 중소기업은 계속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 탓에 지원 자금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고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 중소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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