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데스'(돌연사)의 위험성을 외친 최태원 SK그룹 회장(63)이 그룹 최고경영진 대거 교체를 단행할 방침이다. 최근 부회장단에게 이러한 의지를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2인자에는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오르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은 오는 7일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있다. SK그룹은 이른바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를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로 낙점, SK하이닉스 인수를 기점으로 매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복합위기에 직면하면서 내년 경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 핵심 사업에서 실적까지 부진하며 세대교체가 유력한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
지난주 최 회장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63)과 장동현 SK 부회장(60),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62),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60)에 퇴진을 요청했다는 것도 이러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들 경영진은 7년간 그룹을 이끌어 왔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라는 말은 처음으로 꺼낸 2016년 경영진 대거 교체될 당시 주요 계열사 대표직에 올랐다. 그동안 그룹을 재계 2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도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회장 4명이 물러나면 지난해 미주대외협력총괄로 부임한 유정준 부회장(61)과 서진우 중국 담당 부회장(62)도 동반 퇴진할 가능성이 크다.
60대 부회장단 동반 퇴임으로 인한 공백은 ’50대’가 책임진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본인이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져 선임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첫째인 최신원 부회장과 각각 SK네트웍스, SK디스커버리를 사실상 분할해 경영해왔다. ‘따로 또 같이’라는 SK그룹 고유의 경영방식이 여기에서 비롯됐다.
최창원 부회장이 그동안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해온 만큼 그룹 2인자의 자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게 되면 SK그룹 경영이 그동안 최태원-최재원 부회장의 ‘형제 경영’에서 ‘사촌 경영’ 체제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곽노정(58) 공동 대표가 단독체제로 전환하고, SK이노베이션은 박상규(59) 현 SK엔무브 사장이, SK㈜ 대표는 장용호(59) SK실트론 사장이 오를 것으로 거론된다. 최재원 수석부회장(60)은 SK온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휘해왔지만, 이번 인사에서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연 ‘CEO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를 7년 만에 또다시 언급했다. 이어 “CEO는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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