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상무부가 대만에 이어 일본, 한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자 반도체 생산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주요 기업들과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공장을 보유한 삼성·SK하이닉스와도 회동을 할 지 이목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연합신문망(UDN)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내달 대만을 찾는다. 신주 과학단지와 타이난 과학단지를 방문해 반도체 업체들과 만나고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 통제 업데이트 현황을 공유한다. 신주와 타이난 과학단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의 거점이 있는 곳이다.
상무부는 대만에 이어 일본, 한국 출장길에도 오른다. 반도체 시장을 주무르는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통제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는 작년 10월 시작됐다. 미국은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 또는 가펫 등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의 16나노 로직 반도체 △14나노 이하 로직 반도체 기술·장비 수출을 통제했다. 1년 후 저사용 인공지능(AI) 칩의 수출을 사실상 막으며 통제 범위를 확대했다. 엔비디아의 A800과 H800이 추가 통제 대상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정상회담을 가지며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미군에 맞서는 데 사용될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출 통제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지난 2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면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 기업이 돈을 못 벌게 해도 중국이 독일·네덜란드·일본·한국에서 기술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공조하는 건 일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부터 첨단 반도체 분야 23개 품목을 수출규제 대상에 추가한 ‘외환 및 외국 무역법’ 성령(시행령)을 시행했다.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해 스크린홀딩스, 니콘 등 약 10곳의 제품이 대상에 올랐다.
한편,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수출 통제 유예 조치가 무기한 연장됐다. 다만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일부 품목은 중국 공장 내 반입이 여전히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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