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전, 이스라엘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공매도가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투자자들이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이에 맞춰 투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4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뉴욕대 교수인 로버트 잭슨 주니어 전(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과 조슈아 미츠 컬럼비아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테러에 대한 거래? (Trading on Terror?)’라는 제목의 논문을 공개했다.
이번 연구에서 두 교수는 연구를 통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5일 전인 10월 2일부터 이스라엘과 관련된 인기 펀드에 대한 공매도가 “상당히(significant), 비정상적(unusual)으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에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이 발생하기 며칠 전 주요 이스라엘 기업 ETF에서 공매도가 급격히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한 이스라엘 기업의 경우 지난 9월 14일부터 침공 이틀 전인 지난 10월 5일까지 주식 443만주를 공매도해 약 750만달러(98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미국 거래소에서는 이스라엘 기업의 공매도가 전체적으로 증가하진 않았으나 공격 직전 및 공격 직후 위험한 수준의 단기 옵션거래가 급격하고 이례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2014년 발발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전쟁인 ‘50일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등 다양한 위기 때 발생한 공매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두 교수는 “공격이 일어나기 며칠 전, 거래자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한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의 연구 결과, 시장은 앞으로 다가올 공격에 대해 알리긴 했으나, 이런 비극적인 사건으로부터 이익을 얻었음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예일대 로스쿨의 조나단 메이시 교수는 CNN에 “이 논문이 충격적”이라며 “정보를 잘 아는 거래자들이 하마스의 공격을 예상하며 이익을 얻었다는 증거는 강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당국은 이 거래에 책임이 있는 주체를 찾아낼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소에서도 하마스의 공격 전에 일부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다. 보고서는 “미국 거래소에서 이스라엘 기업(주식) 공매도가 전체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하마스의 공격 직전에 이들 기업에 대한 위험한 단기 옵션거래의 급격하고 이례적인 증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예비 단계로 특정 거래자를 이번 거래에 연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규제 당국은 외신에 “이 문제를 당국이 파악 중이며, 관련 당사자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증권 당국이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CNN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최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는 사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위협에 노출된 이스라엘 북부가 무인지대로 변해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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