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협력체를 구성해 유럽연합(EU) 같은 단일시장 모델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4일(현지시간) 최종현학술원이 미국 버니지아주에서 개최한 제3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TPD)’에서 “한국과 일본이 EU와 같은 단일시장 형태 경제협력체로 발전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도쿄포럼에서도 글로벌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일 경제협력체’ 구성을 건의했다.
최 회장은 TPD에서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많은 혜택을 누려왔으나 그 혜택이 사라지고 있으며 큰 시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강력한 경쟁자로 바뀌었다”며 “한국과 일본 협력이야말로 이를 타개할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고령화 문제와 인구 감소, 낮은 경제성장률과 같은 문제에 함께 직면해 있으며 지금의 경제적 위상을 더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EU와 같은 경제협력 모델”이라고 피력했다.
최 회장은 “EU도 처음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철강과 석탄 같은 산업 경제 연합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면서 “한국과 일본도 에너지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많은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이 강력한 경제동맹을 맺어 큰 시장으로 성장한다면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할 기회를 만들게 돼 결국은 북한문제 등 동북아 전체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열린 갈라 디너에서도 한·일 경제협력체 효과와 한·미·일 3국의 경제협력 필요성도 역설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은 세계에서 수입하는 LNG 비중이 30%가 넘을 만큼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은 LNG와 석유 수출국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발휘하고 관광업, 스타트업 플랫폼 등에서도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일 경제협력체가 미국과 함께 협력한다면 한·미·일 3국의 경제공동체는 30조달러 이상의 거대 경제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TPD는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을 기려 출범한 최종현학술원이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북아·태평양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안보 협력 해법을 모색하는 포럼이다.
6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미국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첫날에는 척 헤이글 전 미 국방장관, 타미 덕워스 상원의원(일리노이주),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주), 토드 영 상원의원(인디애나주) 등이 참석했으며, 둘째날에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스티븐 비건 전 미 국무부 부장관,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 등이 TPD를 찾았다. 일본에서는 모리모토 사토시 전 일본 방위상, 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 일본대사,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등이 자리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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