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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모두 현재처럼 낮은 경제 성장률을 이어갈 경우 쇠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4의 경제 블록인 한·일 경제협력체 창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개막한 ‘2023 환태평양 대화(Trans-Pacific Dialogue·TPA) 기조연설과 사전 배포문에서 “한국과 일본이 경제협력체(coalition)를 만들 최적의 파트너”라며 “양국 경제가 반도체·전기차(EV) 배터리·재생에너지 등 많은 분야에서 점점 더 보완적으로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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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 회장 “한·일, 경제협력체 만들 최적 파트너…한·일 산업, 보완적”
최 회장은 “한·일은 인구 고령화 및 감소·북한의 안보 위협 등 공통으로 직면한 도전을 고려할 때 경제 통합은 그럴듯할 뿐 아니라 이익이 된다”며 “경제 통합은 양국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와 성장 잠재력을 약속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한·일은 또한 모두 낮은 경제 성장률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뒤 우리가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면서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EU와 같은 경제 블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미국·중국·EU를 한·일 주도의 제4의 세계 경제 블록 창설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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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회장 “미·중·EU 이은 한·일 주도 제4 경제 블록 창설 제안…한·미·일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최 회장은 기조연설 후 한국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해운·조선·철강·반도체 등 각 분야 한·일 협력체를 구성하면 각기 다른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에너지 분야의 경우 구매·사용 등 한·일 공동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수백조 원의 효과가 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 통합이 신뢰할 수 있고, 생각이 비슷한 국가 간 ‘프렌드 쇼어링(동맹 공급망 연대)’을 구축하는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1조7000억달러의 한국, 5조달러의 일본, 25조달러의 미국 등 3국의 거대한 경제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한·일 중심의 동아시아 경제 블록 모델이 북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이 공동체 동참을 원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북한 문제 해법의 유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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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주미 일본대사 “상호 보완적 한·일, 경제협력체 구성 위한 좋은 환경”
최 회장의 구상에 이날 ‘대화’에 참석한 일본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郞) 전 주미 일본대사는 “본인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 때 일본 측 대표였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한·일 관계가 상호 보완적인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한·일 경제협력체 구성을 위한 좋은 환경”이라며 “지금까지 한·미·일 협력 체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한·일 관계였는데 윤석열 대통령 덕분에 관계가 강력해지고 있어서 최 회장의 제안처럼 경제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한·일 경제협력체 창설은 매우 좋은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도 한·일에서 ‘우리 말고도 경쟁자가 다른 곳에 많은데 우리가 협력하면 더 좋은 게 있지 않느냐’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상호 보완할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다며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열린 ‘도쿄 포럼’에서도 상당히 많은 지지를 얻었고, ‘지금 다른 해법이 없다’고 인정하고, 이 방안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일본 재계의 거의 공통된 목소리라고 전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 원장은 “최 회장이 한·미·일에 새롭고 좋은 화두를 하나 던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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