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기다림 바닥”…출당청원엔 “몰아내면 받아야지”
김종인·김부겸 등 다각도 물밑 회동…정치적 보폭 확대
창당 시 현역 규모 관건…지도부 “명낙회동 주선 가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이재명 대표 체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창당 여지도 남기면서 당내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내 ‘이낙연 신당’ 회의론도 만만치 않지만, 현실화할 경우 비명(비이재명)계 중심의 현역의원 등 내부 호응 규모가 성패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5일 MBC라디오에서 당 상황에 대해 “당내 다양성 보장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다양성도 인정되지 않고 민주주의도 억압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억압 주체’에 대해선 “리더십도 있을 것이고, 강성 지지층(개딸)의 압박도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강성 당원들의 출당 청원에도 “당에서 몰아내면 받아야지 어떻게 하겠나”라며 “당원들이 그렇게 하고 당이 결정한다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3일 당 국민응답센터에 게시된 이 전 대표 출당 요구 청원은 이틀 만에 1만8000여명의 동의(이날 오후 2시 기준)를 받았다. 청원에 한 달 내 당원 5만명 이상 동의하면 당 지도부가 공식 답변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전날(4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선 “당에 대해 극도로 발언을 자제했으나 그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내부 위기의식에도 (당이) 달라지지 않아 나의 기다림도 이제 바닥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SBS라디오에선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당에서 중지를 모으고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적 보폭도 다각도로 넓히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창당 전문가’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한 데 이어 김부겸 전 총리와 두 차례 만났다.
정치적 보폭도 다각도로 넓히고 있다. 최근 ‘창당 전문가’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한 데 이어 김부겸 전 총리와 두 차례 만났다. 김 전 위원장은 제3지대 창당 작업 중인 금태섭 전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에게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전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김 전 총리와 정세균 전 총리와도 이재명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탈당이 사실상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내년 2월쯤에는 이준석, 이낙연, 유승민, 김종인이 한 울타리에서 총선에 임할 수 있는 하나의 세력으로 국민 앞에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법적 혐의가 있는 이 대표 간판으로 다음 총선에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이 이 전 대표의 고민”이라면서 “조만간 결정을 내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창당을 예고한 친이낙연계 주축 단체 ‘민주주의실천행동’이 10일 비명계 모임 ‘원칙과상식’ 행사에 동참하고, 이 전 대표 참석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이러한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비명계 공천 보장을 위해 이 전 대표가 총대를 메고 당에 분란을 일으킨다는 의구심에서다. 이미 양당 체제가 공고화한 만큼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한 친야 유튜브 채널에서 “이 전 대표가 계속 얘기하는 것은 ‘이 대표와 소통하자’는 것”이라며 “혹시라도 비명계 공천 학살이 있을까 염려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또 “이 전 대표가 독한 말을 하면서 신당 창당을 내비치지만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친명 성향의 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정권 넘어가고 제일 힘들 때 외국에 있다가 가장 중요할 때 당을 흔드는데 대표를 지낸 어른으로서 적절한 행동인지 돌이켜 보셨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하고 새 당을 차려 성공할지도 의문이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는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창당 깃발을 들어 올리면 당내 현역의원 탈당을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우선 ‘원칙과상식’에서 활동하는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을 비롯해 각 지역구에서 낙천 가능성이 거론되는 비명계 의원이 합류할 공산이 크다. 앞서 ‘원칙과상식’은 지도부가 이달 중순까지 당 도덕성·민주주의 회복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최종 결단’을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3일 탈당한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명분상 이 전 대표 신당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이 추가로 가세하면 신당 파급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때문에 지도부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 창당 가능성에 대해 “그런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당내에서 잘 화합하고 서로 대화할 필요성은 있다”면서 “제가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해야 할 만한 상황이 된다면 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칫 분당 사태로 번지기 전에 전·현직 대표 간 갈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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