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특정 경향성 파벌로 비치는 행동·모임 안돼…법원장 추천제 개선 필요”
압수수색 사전심문·조건부 영장엔 “긍정 검토”…”前대법원장 실패 반면교사로”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이도흔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는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법원장에게 장기미제 사건의 재판을 맡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법원 내 연구모임을 직접 거론하면서 법관이 특정 성향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이나 모임을 하면 안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검찰이 우려를 표해온 압수수색 사전심문제와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는 긍정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조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호영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의 질문에 “취임하면 우선 장기미제 사건을 특별히 집중관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후보자는 “절차적인 문제로 선고가 늦어지는 재판들이 많지만, 재판 진행을 미루고 늦추는 것을 봐주는 것은 사법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그런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장기미제 사건에 대해서는 적절한 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전까지 법원장은 재판을 하지 않았지만 취임하면 법원장에게 최우선적으로 장기미제 사건의 재판을 맡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판사의 정치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사법 불신에 대해서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경우 국민들에게 좌파 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알려져 여기에 속한 판사에게 사건이 배당되면 낙담하고 승복하지 않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관은 절대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이나 모임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순수 연구 모임이라면 권장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법원 외부에 특정 경향성을 띤 파벌로 비칠 때 국민들이 불신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법관의 SNS 활동과 관련한 구체적 기준이나 규정이 필요하지 않냐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질의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다만 이 문제는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만큼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폐단이 있단 이야기를 들었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 틀림없다”며 “다만 개선할 때 어떤 방향으로 할지는 처한 위치마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문제는 우리 법원이 일관되게 추진해 왔고 입법적으로도 어느 정도 진척이 었었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선언해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다”라며 “상고법원 등도 취임하게 되면 다시 신속하게 검토할 것”이라도 덧붙였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질의에는 “전임 대법원장에 대해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전임 대법원장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잘한 점은 계승해서 사법부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대법관회의에서 이런 문제를 공론화시켜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무나 부르면 수사의 밀행성이 떨어진다”며 “대법원에서 검사가 신청하는 참고인만 부르는 쪽으로 바꿀 필요성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관련자를 불러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검찰은 절차 지연과 수사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들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판사가 조건을 달아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도입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도가 생기면 부자나 힘있는 사람만 혜택을 받는 쪽으로 운영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불거진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불신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자괴감이 있다”며 “국민들께 걱정을 끼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다만 그는 법원행정처가 정치적 이유로 재판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실체에 대해서는 “추호도 그런 압력은 전혀 없었다”며 “오해할 만하지만 대법원의 운영에서 행정처와 전원합의체는 엄격히 분리돼 있다”고 밝혔다.
보수 색채에 대한 지적에는 “찾아보면 저보다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낸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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