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소득 20% 30대 남성은 5명 중 1명이 미혼이고, 하위 소득 20%는 5명 중 1명이 기혼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 문제 때문에 결혼 직전 파혼을 선택하는 커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은 결혼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의 고충 사례를 취재해 6일 보도했다.
이달 결혼을 앞둔 33세 남성 최 모 씨(경기 오산 거주)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예비 처가도 결혼 비용을 지원해 줄 처지는 못 되는 상황이다.
최 씨는 고등학교 동창 8명이 모인 단톡방에서 자신처럼 이달 결혼하는 친구 김 모 씨(서울 압구정 거주)의 사정을 알게 됐다.
김 씨의 부모님은 현직 초등학교 교장으로, 공관에 살면서 부동산 투자로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 예비 처가도 공기업 임원을 지낸 아버지 덕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최 씨는 김 씨와 집안 환경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체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친한 친구에게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나머지 6명의 친구도 두 사람의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한 동창은 “결혼은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시작부터가 다른데 평생 비교하면서 살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제력 때문에 결혼 직전 파혼을 하는 커플도 적지 않았다.
29세 여성 이 모 씨는 내년 1월에 6년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파혼을 선택했다.
어머니에게 결혼 비용에 보태라며 500만원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예비 시댁에 눈치를 보게 됐다. 결국 예비 남편과 합의 끝에 파혼했다.
이 씨는 “누군가는 집 한 채를 받고, 하다못해 전세자금이라도 받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박탈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혼이 새로운 출발이라는 말은 옛말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세태는 통계로도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020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남성의 소득(세후 총 연간 근로소득)이 낮을수록 미혼율이 뚜렷이 높아졌다.
상위 20% 소득 30대 남성의 미혼자는 5명 중 1명꼴(21.5%)이었고, 반대로 하위 20% 소득 남성의 미혼율은 5명 중 4명꼴(77.2%)이었다.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청년들 대다수(87.4%)가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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