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강경 대치에 “野, 국정 전반서 협조 안해…정상적이진 않아”
“대통령에 필요한 때 여러 조언”…헌재 검수완박법 효력 인정엔 “위헌 선언 했어야”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이완규 법제처장은 6일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법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국회는 국무위원 해임건의 권한을 사용하는 것은 헌법상 얼마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야당이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을 무기로 삼는 것은 잘못이자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법률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필요할 때 여러 조언을 하고 있다”며 “현 정부와 대통령의 정책 방향은 전체적으로 잘 가고 있다. 다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입법 어려움이 있어 임기 1년 반 정도가 된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잘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음은 이 처장과의 일문일답.
—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많다.
▲ 대통령제에서 야당이 다수당인 국회가 국정 방향과 완전히 배치되는 법안들을 넘기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은 헌법상 권한으로 더 자주 행사해도 된다. 직선제이자 단임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국정 운영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 강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 야당이 국무위원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 헌법 체제에서 국회에는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이 있다. 국정이 꼬이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국회는 해임 건의를 얼마든 할 수 있다. 국회와 대통령 모두 국민 선출에 따라 민주적 정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을 무기로 삼는 것은 정말 잘못이자 비정상이다. 해임 건의가 먹히지 않으니 탄핵을 남발하는 것은 정치적 용도로, 헌법 정신과 배치되는 적절하지 않은 처사다.
— 최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한 견해는.
▲ KBS 등 공영방송의 이사를 유관 단체·학회가 추천하게 하는 방송법은 특히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됐다. 공영방송에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그 운영과 의사 결정에 국민의 영향력이 미쳐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대통령의 임명권이다. 그런데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유관 단체·학회에서 하면 이 사람들이 어떤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국민을 대표하는가? 국민 대표성 면에서 이 법률은 매우 취약하다. 사장 추천을 위한 국민 대표단 역시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번 방송법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 임명권 관여를 차단해버리는데, 그럴 거면 민영화를 해야 하지 않나. 이사회의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라면 독립성을 위한 구조를 갖춰야지, 국민 대표성이 취약한 이사진 구성은 편파 운영 가능성이 크다.
— 현 정국에 대한 평가는
▲ 야당이 근본적으로 대통령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태세로 법안, 인사 등 국정 전반에서 협조를 무조건 다 안 하고 있다. 그러니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법률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국무위원을 임명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정상적이지는 않다. 대통령에게 필요할 때 여러 조언을 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의 정책 방향은 전체적으로 잘 가고 있다고 본다. 다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입법 어려움이 있어 임기 1년 반 정도가 된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잘 없어 보인다.
— 야당 추천 몫인 최민희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에 대한 자격 유권해석을 법제처가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지적도 있다.
▲ 법령 해석의 경우 통상적 회신 기간은 접수일부터 3개월 내외지만 안건 난이도나 중요도에 따라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경력의 결격 여부에 쟁점이 있어 고민을 갖고 검토하던 신중히 검토하고 있었고 연말 안에 결론을 내려고 했다. 특별히 해당 안건을 지연하지 않았다.
— 현 정부가 ‘시행령 통치’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은
▲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 시행령도 법률 범위 내에 있고 적법한 법치주의를 따른다. 오히려 전 정부에서 법률에 위반되는 시행령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그걸 바로잡고 있는 과정인데 시행령 통치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부 출범 직전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효력을 인정했다.
▲ 헌재와 의견을 달리한다. 헌재가 검수완박법은 위헌 선언을 해야 했다고 본다. 절차적 처리 과정도 문제지만, 내용상 본회의 표결 수정안에서 갑자기 들어간 ‘고발인 이의제기 신청권 폐지’ 내용은 논의 자체가 안됐으므로 무효다.
— 입법 중심축이 의원 발의 입법으로 넘어갔다고 할 정도로 중요 법률이 대부분 의원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 의원입법 증가는 의회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부 입법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국정과제나 주요 정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정부도 의원입법을 통한다. 다만 다수 부처가 연관되거나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법안, 중요 정책 법안 등은 사전에 정부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정부 입법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의원 입법에 대한 법제처의 대응은
▲ 국회 심의 단계에서부터 법제처는 입법 전문성을 토대로 충실한 법리 검토를 지원한다. 부처 간 견해차가 있는 법안은 정부 내 이견을 조정해 통일된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구성한 ‘법제조정정책관실’을 만들어 의원 입법 대응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 올해 추진 과제 중 아쉬운 것과 주요 성과는
▲ 어린이 통학버스에 관한 유권해석으로 빚어진 ‘노란버스’ 사태가 아쉽다. 어린이 안전 확보라는 입법 취지와 현장 불편을 동시에 고려해 개선을 권고했으나 결과적으로 제때 법령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현장 혼란이 발생해 안타깝다. 이후 법제처 주도로 관련 부처 협의를 해서 신속히 법령을 개정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법령들을 다수 정비하고, 일괄 정비를 추진한 점도 소기의 성과였다.
— 내년 최우선 추진 업무는
▲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역점을 두고 법령 정비를 계속 추진하며, 특히 규제 일괄 정비에 더 주력하겠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법령 개선도 이어가겠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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