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일주일만인 6일 부산을 찾아 국토 균형개발 거점으로서 부산을 계속 육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엑스포 유치전 참패 후 개각이 마무리 국면에 돌입하자 성난 부산시민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한 시민대표, 부산 지역 국회의원, 기업인 및 정부·지자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을 초청해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2030 엑스포 유치에 기대를 모았던 부산 시민들의 민심을 수습하고,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정운영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최근 일주일 동안 대통령실 참모진 교체와 부처 개각을 단행한 만큼 이제는 부산을 시작으로 지역 민심으로 눈을 돌려 총선 승리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이날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포인트,무선 전화면접조사(CATI) 방식·응답률 11.9%,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3%, 부정 평가는 60%로 집계됐다. 권역별 지지율이 대체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여권 지지세가 강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긍정평가가 40%에서 37%로 떨어졌다. 반면 부정평가는 54%에서 57%로 올랐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부산을 바탕으로 한 지역 현안과 국정과제는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우리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모든 국토를 촘촘하게 빠짐없이 활용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이 남부권의 거점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부산을 위한 가덕도 신공항 개항,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북항 재개발 사업 신속 추진 등 부산의 글로벌 거점화를 위한 제도 및 인프라 구축도 재차 약속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대국민담화에서도 “부산을 해양과 국제금융과 첨단산업 디지털의 거점으로 계속 육성하고 영호남의 남부 지역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서울 오지 않아도 모든 경제산업 활동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자리에는 경제·인프라 정책을 맡고 있는 장관들과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여온 재계 총수들도 총출동했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 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부산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와 민간의 투자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행사는 그간 엑스포 유치에 큰 성원을 보내준 부산 시민들을 격려하고 남부권의 새로운 혁신 거점으로서의 부산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 이후 부산의 대표 전통시장인 국제시장 일원(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부산 국제시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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