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신형 5인승 콤팩트 전기 SUV ‘EX30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산 ‘모델 Y’로 국내 점유율을 크게 늘렸고, 현재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볼보가 신형 5인승 콤팩트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했다. 볼보 역시 국내 판매 차량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신형 전기차 SUV ‘EX30’을 공개하고, 사전예약에 돌입한 상황이다.
EX30은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에 시동을 건 볼보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출시한 모델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안전 성능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EX30은 더욱 안전한 내일을 향해 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담은 프리미엄 순수 전기차로 혁신적인 공간 설계, 차세대 안전사양과 첨단 커넥티비티까지 오늘날 고객들이 볼보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사 측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안전성’이다. 반면 업계의 시선이 쏠린 대목은 신차의 ‘가격’이다. EX30은 코어, 울트라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4945만원, 5516만원(친환경 세제 혜택 후 가격, 보조금 미포함)으로 책정됐다. 이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인 7500만원보다 낮은 수치다. 서울시 보조금을 100%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각각 4330만원, 4900만원까지 낮아진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이처럼 파격적인 가격정책 시행이 가능한 배경으로 ‘중국 대량생산 시스템’을 꼽는다.
볼보는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공장에서 EX30을 생산하며, 지리자동차 플랫폼을 사용한다. 아울러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역시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자체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배터리가 탑재된다. 때문에 완성차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중국 전기차”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볼보 측은 “볼보 만의 품질 기준에 따라 상품성을 관리하기 때문에 (중국 생산 제품도)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
중국 대량생산 체제 아래 상대적으로 몸값을 낮춘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는 전략은 테슬라가 한발 앞서 시행했다. 테슬라는 올해 하반기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모델Y를 내놨다. 당시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5000만원대 후륜구동(RWD) 기반 모델을 출시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실제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산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 차량의 경우 10월 국내 시장에서 모두 4206대가 팔렸다. 이는 국산, 수입전기차 통틀어 가장 많은 판매량으로 지난 8월과 비교해 876% 늘어난 수치다.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는 트럭과 버스 등 상용 부문에서도 거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산 전기 화물차 판매는 230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기준 수입 상용차 상위 10종 가운데 4종은 중국산 전기화물차가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중국 BYD가 ‘T4K’를 출시, 국내 전기화물차 시장에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GS글로벌이 BYD와 협업을 거쳐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출시한 T4K는 국내 1t 전기트럭 가운데 최대용량인 82㎾h의 BYD 블레이드 배터리를 장착했다.
아울러 전국에서 운행되는 전기 버스 가운데 BYD를 비롯한 중국차 비중은 절반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 증가세도 가파르다. 전기차 수입액 기준 중국의 순위는 2021년 5위(2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위(1억6600만 달러)로 오른 데 이어 올해(1∼10월)에는 2위(5억3800만 달러)로 상승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 8월 독일을 제치고 월간 기준 사상 처음 전기차 수입 1위를 차지하며 석 달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전기차 수입액은 1억7200만 달러로, 독일 전기차 수입액(7000만 달러)의 2배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중국산이 한국의 전기차 수입 1위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 간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전기차 대중화’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업체들마다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을 개발·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승용과 상용 모든 부분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 유입이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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