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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생각에 죽을 힘을 다해 끊고 싶어서 제 발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도 입원해봤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죠. 하지만 이곳은 좀 다르네요. 나쁜 생활 습관도 고치고, 잘못된 사고방식이나 내면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해주거든요. 또래 집단 사이의 응원과 지지도 큰 힘이 되죠.”
이달 초 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 다르크에서 만난 A(27)씨는 침착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주민들 반대로 남양주 시내에서 경기 양주 산골짜기 임시거처로 이동한 다르크는 ‘마약 중독자의 소굴’ ‘잠재적 범죄자’라는 편견이 무색하게 차분하고 ‘질서정연’했다.
A씨는 “당초 다르크는 남성 공동체로 운영됐지만 ‘기필코 마약을 끊겠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센터측이 받아주셔서 지금은 여자 입소자도 3명까지 늘어났다”며 “저는 지금 반년 넘게 최장 기간 마약에 손도 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르크는 국내 유일한 24시 마약치료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와 부산, 김해에 3곳이 운영 중이다. 경기 센터에서는 13명이 치료 중이다. 입소자들은 남자방 2개, 여자방 1개에서 2~5명씩 공동생활을 하면서 아침 7시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인지 행동 치료나 중독재활학 등 교육 프로그램을 듣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입소자 연령대는 지난 2019년도까지만 해도 40~50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20~30대 청년층이 11명으로 전체의 85%가량을 차지했다.
입소자들은 입을 모아 ‘다르크로 얻는 도움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 지원은 전혀 없다. 입소자들은 입소비로 월 50만원씩을 내는데, 이는 올해 기준 생계급여 지급 기준인 62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모자라는 금액은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교수 등 전문가들이 무료 봉사로 교육을 진행한다. 임상현 다르크 센터장 역시 5년째 월급을 받지 않고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임 센터장은 “월 50만원의 돈이 없어서 센터에 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며 “마약퇴치본부의 경우 주간에 운영하는 센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으로서 지원을 받는데 우리 센터는 24시간 거주시설이라 보건복지부 소속이고, 따로 예산도 없는데, 이해 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말로만 생색을 내고 있다며 지난 달 직접 겪은 일을 언급했다. 시작은 법무부가 장관 표창장을 준다며 임 센터장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언반구에 거절했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임 센터장은 이미 지난해에도 법무부·해수부 장관 표창상을 받는 등 국가에서 공로 인정받고 있지만 1평 남짓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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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센터장은 “여기 있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유혹을 참고 이겨낸 덕분에 100명의 마약중독자가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른 곳들은 연말이면 후원해준다고 이곳저곳에서 와서 떠들썩한데 우리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함께 듣고 있던 센터 수용자들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적막하던 센터는 더 조용해졌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나선 아이들에게 따가운 눈총과 사회적 차단도 큰 상처가 된다는 게 입소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입소자 B(25)씨는 “마약을 끊어보겠다고 모였는데 도리어 손가락질을 한다. 남양주에서 쫓겨나는 과정에서 아이들 두 명이 결국 퇴소했고,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가 구치소에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이 같은 비난에 꺾이기 보다는 마약에서 벗어난 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꿈꾸는 걸 선택했다. 그는 “나중에 어엿한 요식업집 사장이 되고 싶다”며 “다른 아이들처럼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객을 응대하는 법이나 마케팅, 레시피 등 모든 것을 숙지하고 배우고 싶다. 이 안에서 제가 과거에 받은 상처나 아픔을 직면하고, 여기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다르크를 대신할 현 마약 치료 시스템도 확실한 대안이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필로폰 등 마약이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해마다 치료가 필요한 이들도 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병원과 정신과 의사 수, 병상 등까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2022 마약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치료보호 인원은 421명으로 2021년(280명)보다 50.4%늘었다. 이는 2015년 이후 최고 수치다. 치료보호 인원은 2017년 330명까지 늘었다가 3년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며 2020년(143명)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제는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병원·정신과 의사·병상까지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24개 치료보호기관(마약 중독자 전문 치병원) 내 정신과 전문의 수는 135명을 기록, 지난해(114명)보다 21명 늘었다. 이는 올 2~3월 전북(신세계병원·마음사랑병원)과 대구(대동병원) 등지에 3개 병원이 신규 지정된 데 따른 것이다. 마약 치료를 위한 병원이 3곳 늘면서, 정신과 전문의 수도 증가했지만, 2018년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40명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치료보호기관 내 정신과 전문의는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173명에 달했다. 하지만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114명에 그쳤다. 치료병상 수도 300여개 수준으로 치료보호 인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실제 치료가 이뤄지는 병원도 인천참사랑병원, 국립부곡병원등 단 2곳에 불과하다. 인천참사랑 병원의 경우 2018년만 해도 치료보호 인원이 26명이었다. 그러나 2020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120~270여명의 마약 중독자를 치료 중이다. 지난해 기준 치료보호 인원만 해도 276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의 65.55%에 이르는 수치이나 정신과 전문의는 6명(올해 6월 기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치료보호 인원 수가 134명(전체의 31.82%)인 국립부곡병원도 정신과 전문의는 단 3명 뿐이다. 나머지 19개 병원에 정신과 전문의가 105명(신규 지정 병원 제외)에 이르지만 치료보호 인원 수는 11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치료보호 인원 가운데 통원 치료가 80%에 달하는 점도 현 마약 치료 의료 체계가 지닌 고질적 문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5년 만해도 전체 치료보호 인원 가운데 통원 치료 비율은 47.12%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입원 치료를 받았던 셈이다. 하지만 2016~2021년 사이 통원 치료 비중은 64~67%를 나타냈다가 지난해에는 80.76%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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