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가장 원하는 죽음은 깨끗한 죽음입니다. 오랜 투병 생활을 하며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병석이 몇 달, 몇 년을 간다면 그때부터 자식의 효심을 바랄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날 ‘잘 사는 법’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면 요즘은 ‘잘 죽는 법’이 새롭게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웰빙에서 웰다잉으로
한때는 잘 사는 것, 즉 웰빙이 화두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는 웰빙 이후 이제는 웰다잉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웰다잉’은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며 평안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삶의 마지막인 죽음을 스스로 미리 준비하는 것은 자신의 생을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고 남은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웰다잉도 행복으로 느껴야
웰다잉은 ‘잘 죽는다’는 의미인데 비슷한 의미를 가진 ‘좋은 죽음(good death)’이나 ‘존엄사’ 등으로 개념화되어 있습니다. 즉 사회적, 신체적, 정신적 영역을 공유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면서 주변 정리를 잘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계적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통증과 고통 없이 가치 있고 편안하게 마무리하며 자신의 생의 마지막을 수용하고 받아들여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 서명 늘어나
‘연명 의료 결정’은 임종 단계의 환자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중단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누구든 건강할 때 사전 연명 치료 중단 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고, 임종 단계의 환자라면 담당 의사에게 연명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웰다잉을 고민하고 있다면 사전 연명 치료 중단 의향서를 검토해보는 것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음의 질이 좋은 나라가 있다
세계에서 사람이 삶을 가장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춘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영국입니다. ‘죽음의 질’은 임종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고 가족이 심리적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죽음을 앞두고 방문할 수 있는 병원의 수, 치료 수준, 임종과 관련한 국가 지원 등을 합산해 순위를 매깁니다. 1위는 영국, 2위는 호주 3위는 뉴질랜드 순이며 한국은 18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친환경 장례법도 등장
이러한 웰다잉 유행은 장례법에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화장이나 매장 등 기존의 장례법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지구와 인간을 위한 친환경 장례법도 등장했습니다. 친환경 장례법은 수목장이나 인간 퇴비화, 바이오 화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수목장은 시신을 화장한 후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장례 방식으로 묘지 부족 문제 해결과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간 퇴비화는 시신을 흙으로 분해하는 장례 방식으로 최근 미국에서 합법화된 바 있습니다. 바이오 화장은 화씨 350도의 물과 알칼리를 첨가하면 발생하는 화학 반응을 이용한 장례 방식입니다. 재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죽음 잘 받아들이기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죽음에 다다르게 됩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한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덧없음을 직시하고 고통과 죽음을 맞이할 운명임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순간을 받아들이고 삶이 지속되는 동안 이를 충분히 즐기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안락사가 합법화된 국가 스위스
스위스는 의사의 조력을 받는 존엄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도 2002년 안락사를 허용했고 캐나다 역시 안락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기준은 엄격한데요, 치료 불가능한 병이나 통증을 약으로 통제할 수 없을 때, 유가족과 환자의 합리적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스위스는 조력 존엄사가 오래전부터 합법화된 국가로 이를 돕는 기관들 또한 많습니다.
웰다잉 프로그램 미리 체험해보기
웰다잉 프로그램은 수명 연장으로 인해 노후 생활이 길어진 중장년층들이 죽음에 대해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주면서 바람직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묘비명도 지어보며 삶을 정리하는 기록을 남기고, 죽음의 공간인 ‘관’에 실제로 들어가 볼 수도 있습니다.
자서전 및 버킷 리스트 작성해보기
웰다잉을 위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작은 자서전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을 떠올리며 남은 시간의 계획표를 짜보는 것입니다.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미리 정하는 것이 좋고, 사전 장례 의향서를 통해 자신의 장례 절차를 직접 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면 후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는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살 때 우리의 삶은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그날그날 있었던 좋은 일만 기록하고 행복 노트를 작성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 : 전신영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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