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으로 다시 돌아온 엠플레이어 (출처: 와디즈)
최근 2000년대를 휩쓸었던 추억의 MP3 플레이어가 돌아와 화제를 모았습니다. 바로 디즈니와 손잡은 아이리버(iRiver)의 미키 모양 MP3 플레이어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의 미키 모양 MP3 플레이어로 몰래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아이리버의 MP3는 세계 MP3 시장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한때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빅테크의 수장들이 앞다퉈 아이리버의 MP3 제품을 극찬했습니다.
울고 웃는 LED 버전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출처: 아이리버)
그러나 아이리버 MP3는 스마트폰 상용화와 애플 아이팟 등장으로 점점 사라져갔는데요. MP3 시장 1위 자리를 내어준 아이리버는 어떤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을까요.
제대로된 MP3도 없던 시절…아이리버 등장
소니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 (출처: 얼리어답터)
아이리버가 처음 등장한 1999년, 당시 시대의 흐름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고 있었는데요. 사람들은 소니 워크맨 같은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죠.
그러나 음악을 들으려면 번번이 구매한 카세트를 갈아 끼워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게다가 오래 들을수록 카세트 테이프의 음질은 떨어지기 마련이었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디지털 신호로 음원을 선명하게 재생하는 CD 플레이어가 나오게 됩니다.
아이리버의 iFP-100 (출처: 아이리버)
그 이후에는 MP3 포맷으로 파일을 압축해서 듣는 MP3 플레이어도 출시됐어요. 그러나 초기 MP3 플레이어는 가격이 비싼데다가 저장 용량이 충분하지 않았죠. 이런 이유로 많은 소비자가 CD 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 중간 성격의 MP3CDP를 구매했어요. 아이리버가 2001년 브랜드 최초 출시한 MP3CDP iMP-100도 큰 인기를 얻게 되죠.
이후 MP3 플레이어 성능이 개선되면서 MP3 플레이어 사용자 수는 점차 늘어갑니다. 2002년에는 첫 MP3 플레이어 iFP-100를 출시하며 아이리버는 또 한 번 좋은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죠. 전 세계가 이전에 없던 삼각형 모양 디자인에 가벼운 iFP-100에 이목을 집중했습니다. 좋은 반응에 힘입어 iFP-100을 출시한 그해 아이리버는 미국과 세계시장에도 진출했는데요. 국내외 70만대 MP3 제품을 판매하며 전 세계 MP3 시장 점유율 1위로 우뚝 서게 됩니다.
아이리버, 후발주자 애플 ‘아이팟’에 위기 직면
아이팟 1세대를 손에 들고 있는 애플 창업자
이후로도 아이리버는 다양한 MP3 제품 흥행에 성공합니다. 아이리버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2001년,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업 한 곳이 돌연 브랜드 첫 MP3 제품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냈는데요. 당시 컴퓨터 판매 회사로만 알려졌던 ‘애플’이었습니다. 현재 애플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여러 전자기기로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죠.
지금의 애플답지 않게 당시 애플의 첫 MP3 플레이어 아이팟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초기 디자인이 너무 통통한데다가 크기도 커서 휴대성이 떨어졌기 때문이었죠. 결국, 야심찬 애플의 첫 MP3 제품 도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흥행에 성공했던 아이팟 미니 (출처: 라이카 카메라)
그러나 2004년 출시된 아이팟 미니로 흐름은 달라졌어요. 아이팟 미니는 이전과 달리 한 손에 들어오는 휴대용 사이즈였어요. 많은 소비자가 초기 아이팟과 다른 반응을 보였고 아이팟 미니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아이리버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애플은 2005년 아이팟 나노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연이어 성공합니다. 아이팟 나노 역시 전작 아이팟 미니처럼 휴대성을 강조한 기기로 인기를 얻었는데요. 가격 역시 199달러(약 25만 6000원)로 저렴했어요. 출시 당시 잡스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직접 아이팟 나노를 꺼내는 모습은 화제가 됐습니다.
아이리버 H10 애플 저격성 광고 / 아이리버 H10을 들고 있는 빌 게이츠 (출처: 헤럴드경제)
아이리버는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애플을 상대로 반격에 나섭니다. 아이팟 나노와 같은 해 출시된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 H10’은 애플의 아이팟 미니와 아이팟 나노처럼 작은 크기였죠. 무엇보다 아이리버는 사과를 한 입 베어먹는 광고를 미국 전역에 걸어 ‘애플을 씹어먹겠다’는 당찬 포부를 보여줬어요. 당시 광고는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이때 애플의 성공을 견제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도 아이리버의 편에 섰다고 해요. 2005년 세계 최대 정보가전 전시회 CES 2005에서 빌 게이츠는 직접 아이리버 H10을 들어 보이며 아이팟보다 훌륭한 제품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애플의 아이튠즈 (출처: 스포츠동아)
그러나 아이리버의 MP3 시장 점유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고 맙니다. 당시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려면 사용자는 불법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야 했는데요. 반면 아이팟은 아이튠즈를 통해 합법적인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했죠. 먼저 반응한 것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이었어요. 한발 앞서 음원 저작권의 중요성을 인식한 해외 사용자가 아이리버보다 아이팟을 더 선호하고 현상이 나타나게 됐죠.
결정적으로 아이리버 H10은 아이팟 나노에 대항할 가격 경쟁력 또한 갖추지 못했어요. 애플은 삼성으로부터 저렴하게 플래시 메모리를 납품받으면서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했었죠. 당시 아이리버 H10은 5GB 1가지 옵션으로 36만원에 글로벌 출시됐는데요. 반면 아이팟 나노 1세대는 용량별로 △1GB(19만원) △2GB(26만원) △4GB(32만원)에 더 저렴하고 다양한 옵션을 갖춰 많은 소비자가 열광했어요.
‘안 만든 전자기기 없는 듯’…MP3 플레이어도 여전히 판매해!
아이리버의 전자사전 딕플 D-10 (출처: Aving)
애플과의 경쟁에서 졌지만 그 후로도 아이리버는 다양한 전자기기 판매를 이어갔습니다. 2005년 출시된 MP3 플레이어 U10과 2007년 전자사전 딕플 D-10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키마우스 모양 MP3 플레이어인 엠플레이어도 2007년 출시 후 큰 인기를 끌었죠.
무엇보다 2012년 아이리버는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합니다. 아이리버의 포터블 MQS 플레이어 시리즈인 아스텔앤컨(Astell&Kern) 첫 제품 출시 직후 또 한 번 전 세계가 아이리버를 주목한 것이죠. 세계 최초 하이파이 오디오 플레이어로 출시된 아스텔앤컨은 저음부터 고음까지 다양한 영역대의 균일한 주파수로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했어요.
아이리버의 아스텔앤컨 (출처: NoteForum)
아스텔앤컨을 계기로 2014년 SKT는 아이리버 인수를 결정하게 됩니다. 당시 아이리버는 아이리버 브랜드 이름을 유지해 아스텔앤컨 시리즈 제품 외에도 다양한 전자 기기를 판매하게 되죠. 2016년 SKT와 합작으로 국내 최초 음성 인식 스피커인 NUGU가 출시되기도 했고요. 2019년에는 사명이 드림어스 컴퍼니로 바뀌면서 아이리버는 SKT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FLO) 운영을 맡기도 했습니다.
무선으로 출시된 엠플레이어 프리 (출처: 와디즈)
사명이 변경된 이후로도 아이리버라는 브랜드명을 유지해 다양한 전자기기가 출시되고 있는데요. 올해 11월에는 2007년 미키마우스 모양 엠플레이어가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엠플레이어 프리로 재출시되며 화제가 됐어요.
아이리버는 다양한 CD 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를 여전히 판매하고 있고요. 그 외 벽걸이 오디오, 포터블 라디오, 스피커, 마이크 등 여러 음향 제품 판매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로봇청소기, 칫솔 살균기, 스마트 체중계, 블랙박스, 전자노트처럼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들도 출시하고 있고요.
아이리버의 스마트한 로봇청소기 (출처: 아이리버 홈페이지)
과거 아이리버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음향 제품들을 주로 출시했는데요. 최근에는 음향 기기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제품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리버는 기기에 대한 애정 하나로 새로운 분야도 틈틈히 그리고 부지런히 개척해왔던 것 같아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최현정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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